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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유럽연합(EU)이 영국과 결별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새로운 회원국 가입 절차를 제안하고 나섰다. 발칸 국가들의 가입 요청을 반대하는 프랑스를 달래 회원국 확대 논의를 시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5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신규 회원국 가입 절차를 개선, 강화한 새로운 가입 규정을 제안했다. EU 집행위는 이번에 제안한 규정에서 가입 후보국이 EU의 기준에 부합하도록 내부 규정을 정비하고 민주주의 관련 기구나 법치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을 마무리하도록 했다. 이 원칙에서 벗어날 경우 협상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이번 조치는 사실상 프랑스 때문에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발칸 국가들이 EU에 가입하고 싶어하지만 프랑스를 중심으로 회원국의 반대가 있어 이를 완화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EU 정상회의에서는 알바니아, 북마케도니아의 가입 문제가 논의됐으나 프랑스와 덴마크, 네덜란드 등이 반대해 가입 협상 개시가 무산됐다. 발칸 국가들이 여전히 범죄, 부패와 씨름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EU와의 약속을 이행할 것인지 신뢰성의 문제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EU 일각에서는 발칸 국가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전략적으로 중요한 발칸 지역의 일부 국가가 등을 돌려 러시아나 중국과의 관계 향상을 모색하려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EU 핵심 회원국이었던 영국과 결별한 상황에서 국제적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는 발칸 국가들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올리베르 버르헤이 EU 확대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EU를 서발칸으로 확대하는 것은 집행위의 최우선 과제"라면서 "오늘 우리는 가입 절차를 어떻게 개선할 지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버르헤이 집행위원은 또 회원국 확대는 "지정학에 바탕을 둔 전략"이라면서 알바니아와 북마케도니아뿐 아니라 세르비아, 코소보, 몬테네그로, 보스니아 등 6개 발칸 국가의 가입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번 제안은 북마케도니아와 알바니아에 "좋은 신호"라면서 "EU 확대는 쌍방에 모두 이익"이라고 말했다. EU 집행위는 오는 5월 EU-서발칸 정상회의에 앞서 북마케도니아, 알바니아와의 협상 개시와 함께 이번 제안을 승인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EU는 2013년 크로아티아가 가입한 이후 회원국을 추가로 받지 않았다.

한편, EU는 정부 지출에 대한 규정을 개정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고 CNBC방송이 보도했다. EU는 회계 규정을 통해 회원국의 공공 부채 규모가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60%를 넘기면 안되고 재정적자가 GDP의 3%를 넘기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이를 두고 유럽 북부와 남부 국가들이 의견 대립을 하고 있는 상태다. 남부 국가들의 경우 규정 자체가 시행하기에 너무 복잡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북부 국가들은 규정상의 문제 보다는 집행을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말까지 현 유럽 회계 규정에 대해 싱크탱크와 학계, 시장 참가자들이 모여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