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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이슈 총선 이모저모

미래한국당에 20명만 가면 '공돈' 46억 쥔다···총선 실탄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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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에 지급될 국고 보조금 총 550억여원을 둘러싼 ‘쩐의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의석수 확보 상황, 보수 통합과 제3지대 통합 여부에 따라 혈세 수백억의 주인이 바뀔 수 있다. 만약 미래한국당이 현역 의원 20명 이상을 확보하면, 자유한국당과 미래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보다 20석 적은 의석수로도 80억원가량을 더 챙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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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한국당 중앙당 창당대회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렸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왼쪽 두 번째부터)가 행사가 끝나 뒤 인사하고 있다. 왼쪽은 심재철 원내대표.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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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자금법에 따르면, 선거를 앞두고 지급될 보조금은 2월 14일 지급되는 약 110억원의 경상보조금과 3월 말 지급되는 약 440억원의 선거보조금 등 총 550억원에 달한다. 각 정당이 선거에서 쓰게 될 ‘실탄’이다. 보조금을 받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현역의원 20명을 모아 원내교섭단체의 지위를 확보할 수 있느냐다. 550억원 중 절반인 275억원은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에만 분배되기 때문이다. 나머지 275억원은 19석 이하, 5석 이상의 의석을 가진 정당에 총액의 5%인 27억5000만원씩 각각 지급된다. 그리고 5석 미만 정당 중 지난 총선에서 득표율 0.5% 이상을 받은 정당 등에는 다시 총액의 2%인 11억원이 분배된다. 이렇게 지급되고도 남은 돈은 마지막으로 각 정당의 의석수와 지난 총선의 득표율에 따라 다시 차등해서 배분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자유한국당 외에 20석을 확보한 정당이 한곳이 나오면 이 당은 약 100억원의 선거 자금을 확보할 수 있지만, 19석일 경우엔 총 수령하는 돈이 채 40억원이 안 된다. 이 때문에 현재 의원 영입이나 통합으로 20석 확보가 가능한 세력들은 어떻게 해서든 교섭단체 구성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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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한국당 중앙당 창당대회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렸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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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자유한국당의 경우 미래한국당으로 20명의 현역 의원을 보내면 두 당을 합친 의석수는 민주당보다 20석 적지만, 보조금은 훨씬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 미래한국당이 없다면, 교섭단체 구성 정당에 우선 지급되는 275억원을 민주당과 한국당이 약 137억5000만원씩 나눠 갖고, 그 뒤 다른 당에 나눠주고 남은 돈을 의석수와 득표율 수만큼 차등해서 받는다. 당연히 한국당이 받는 돈이 민주당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래한국당이 20석을 확보하면 민주당, 자유한국당과 함께 세 당이 275억원의 3분의1인 약 91억6600만원씩 우선 가져간다. 사실상 하나의 세력인 자유한국당과 미래한국당이 두배를 챙기는 셈이다. 나머지 분배되는 돈까지 합친 총액을 따지면 ‘자유한국당 미래한국당’이 민주당보다 80억원 이상은 더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당은 지난해 말 은행 대출을 받을 정도로 자금 상황이 썩 좋지 않다. 지난달까지 대규모 장외집회를 수차례 벌이며 큰 비용을 지출하기도 했다. 그런데 비례대표 의석수에서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만든 미래한국당에 20석을 할당하면 100억원에 육박하는 거액의 선거 자금을 끌어오는 효과도 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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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 촐마자가 확정되고 첫 휴일인 27일 오전 경기 김포의 한업체가 선거에 사용될 홍보차량을 제작하고 있다.현장풀(강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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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한 의원은 “사실 보조금을 더 받는 것이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처음에 이런 문제를 고려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보조금 용도가 항목별로 명확히 정해져 있기 때문에 영향이 크지도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의 한 의원은 “꼼수를 통해 국민의 돈까지 타가는 것은 결국 정치란 이름으로 국민 호주머니에서 돈을 빼가는 것과 다름없다”며 “비례 위성정당이 꼼수라는 걸 선관위도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 만큼 지원금 문제도 납득할 수 있는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과 대안신당, 민주평화당의 이른바 ‘제3지대’ 통합 여부에 따라서도 보조금 수십억원의 향방이 갈린다. 제3지대 통합이 이뤄질 경우 바른미래당의 안철수계 의원 7명이 탈당하더라도 세당의 현재 의석수 합이 21석이므로 아슬아슬하게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 이 경우 합당 이전 세 당이 받을 보조금의 단순 합보다 약 20억원 이상을 더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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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의원이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투쟁하는 중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바른미래당 이동섭 원내대표 권한대행.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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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신당'의 경우에는 차이가 더 크다. 비례대표 의원 6명을 포함한 7명 전원이 의원직을 유지한 채 옮겨오면 약 30억원의 선거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손학규 대표가 끝까지 제명해주지 않고, 스스로를 당에서 제명시키는 ‘셀프 제명’ 전략도 실행하지 못해 비례대표 전원이 의원직을 잃으면 지역구인 권은희 의원만 남게 돼, 사실상 보조금 한 푼 없이 총선을 치뤄야 한다. 이외 지유한국당ㆍ새로운보수당ㆍ전진당 등이 하나의 당으로 합칠 것인지, 선거 연대만 할 것인지도 보조금 지급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처럼 교섭단체 구성 여부가 보조금 배분에 너무 큰 변수가 되는 것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미 4년 전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선관위는 2016년 8월 국회에 낸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에서 “교섭단체 정당에 유리한 현행 보조금 배분방식을 정당에 대한 유권자 지지 의사에 상응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며 보조금의 절반을 교섭단체 구성 정당에 분배하는 제도를 폐지하자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20대 국회에서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윤정민ㆍ이가람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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