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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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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수룩한 머리에 수염… 90일 ‘천막 수행’ 끝낸 스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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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 스님 등 9명 이색 동안거
한국일보

7일 경기 위례신도시 종교부지 내 천막 법당인 상월선원에서 석 달간의 동안거 수행을 끝낸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밖으로 나오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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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경기 위례신도시 상월선원. “문을 열라.” 오후 1시 30분쯤 총무원장 원행 스님 등과 도착한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예하 진제 스님이 지시했다. 선원 총도감인 혜일 스님과 선원 주지이자 서울 봉은사 주지인 원명 스님이 출입문 자물쇠를 풀자, 안에서 스님 한 명이 웃으며 일행을 반겼다. 덥수룩한 머리에 수염. 낯선 모습이었지만 전임 총무원장이자 선원 회주(會主ㆍ큰스님)인 자승 스님이었다. 다른 스님 8명의 행색도 비슷했다.

지난해 11월 11일 비닐하우스로 만든 상월선원에서 동안거(冬安居)에 들어간 자승스님 등 아홉 스님이 90일간의 수행을 마치고 이날 천막 밖으로 나왔다. 수행 기간 스님들은 선원 안에 마련된 개인용 텐트 9동에 각자 자리를 잡고 참선과 취침을 반복했다. 하루 14시간씩 묵언 수행이 이뤄졌다. 선원 안에선 머리와 수염을 깎지 않는 건 물론 목욕이나 샤워도 하지 않았다. 몸 관리는 세면이나 양치질 정도가 전부였다. 하루 한 끼 정도로 식사 횟수와 양도 줄였던 터라 부쩍 수척해지기까지 했다.

선원 내 난방 장치를 들이지 않아 일몰 뒤 스님들은 냉기와 싸워야 했다. 금세 반출되기는 했지만 한때 발열 조끼가 들어갈 뻔한 건 그런 고충 때문이었다. 이날 진제 스님에게 자승 스님은 “비닐하우스여서 낮에는 온도가 많이 올라가고, 해가 떨어지면 굉장히 춥다”고 내부를 소개했다.

일단 진제 스님 앞에서 동안거 해제를 알리는 삼배를 올린 9명의 스님은 출입문을 나온 뒤 마당에 선 채 사부대중(四部大衆ㆍ스님과 재가불자)에게도 삼배로 감사했다. 이틀 전인 5일 동안거 해제 법어를 통해 “정진의 끈을 놓지 말고 가을층 분발해야 한다”고 당부한 진제 스님은 “이제 문을 열고 매진하자”며 이날 동안거 마무리를 반겼다.
한국일보

7일 경기 위례신도시 종교부지 내 천막 법당인 상월선원에서 석 달간의 동안거 수행을 끝낸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 등 9명의 스님들이 삼배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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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단체 노숙’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상월선원 동안거가 워낙 독특하고 전례가 드문 일이어서 기간 내내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조계종 백년대계본부 사무총장인 일감 스님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불교의 명예를 실추시킨 요즘 여러 문제를 수행 문화로 극복해보려 상월선원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함께 안거한 전국 수행자 약 2,000명이 관심에서 밀려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는 지적도 일각에서는 제기된다. 정의평화불교연대는 이날 낸 성명에서 “상월선원 동안거는 숲을 파괴해 불법 건축물을 짓고 인근 주민이 수 차례 민원을 제기할 정도로 소란스럽게 음악회를 열었다”며 “‘강남원장’(자승 스님)의 권력 확인 쇼”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전국 99개 선원에서 수행자 총 1,966명이 참여한 이번 동안거는 8일 전국 선원에서 일제히 해제된다. 안거는 동ㆍ하절기 3개월씩 스님들이 한곳에 모여 외출을 삼가고 참선 수행에 전념하는 일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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