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0 (월)

이슈 총선 이모저모

[4·15총선 신스틸러]② ‘나는야 여수의 카멜레온’ 무소속 이용주 의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민주당 입당 실패하자 대놓고 민주당 상징색 옷 입고 ‘더불어’ 사용

새정치연합→국민의당→평화당→무소속, 또 다시 민주당 노크

“음주운전, 문재인 공격수 등 부끄러운 과거는 잊어주세요”

※다가올 4·15 총선은 어느 때보다 다채로운 선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의 대표가 되기 위해 도전장을 던진 이들의 삶과 이력이 참으로 다양하기 때문인데요. 좀처럼 여의도와 인연이 없어 보였던 비주류 인사들이나 자신만의 스토리로 다양한 가치를 대변할 일꾼들이 잇달아 금배지를 향해 뛰고 있습니다. 동시에 더 나은 정치를 할 수 있는 새 일꾼을 뽑는 선거 판에서 여전히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들도 있죠. 4월, 어떤 후보들이 ‘신 스틸러(Scene stealer)’로 활약할지 살펴볼까요?
한국일보

이용주 무소속 의원이 지난달 22일 여수시청 브리핑 룸에서 21대 총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이용주 의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무소속인 이용주 의원(전남 여수 갑)이 또 다시 옷을 갈아입고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극한구애’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앞서 이 이원이 민주당에 입당하겠다고 하자 민주당은 “전혀 협의가 없었다”며 펄쩍 뛰었는데도, 그는 대놓고 민주당을 떠오르게 하는 색깔을 쓰고 ‘더불어’라는 문구를 애용합니다. 비록 무소속이지만 누가 봐도 ‘어 저 사람 민주당이네’라는 식으로 헷갈리게 하겠다는 것이죠.

최근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여수에 있는 이 의원 선거사무소, 현수막, 의상 등 사진을 담은 게시물이 퍼지고 있습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의 상징색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들로부터 ‘이니블루’라고도 불리는 푸른색을 기본 색상으로 삼아 유세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선거 표어도 ‘이용주와 더불어 여수를 더 크게’인데요.

문제는 이 의원이 입당을 허가 받은 상태가 아니라는 겁니다. 언뜻 보면 민주당으로 착각할 법한 콘셉트에 온라인상에서는 대체로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들은 “허위광고 급으로 사람들을 오해하게 한다”(궁****), “대놓고 민주당 프레임인데 사기를 치는 것 아니냐”(ss****), “여수 시민을 바보로 보나”(이****), “이런 건 선거관리위원회에 걸리지 않는 것이냐”(막****), “색도 더불어도 굳이 넣은 게 애쓴 흔적이 보인다, 속지말자”(귤****) 등의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이 의원은 왜 파란 옷을 입고 싶어 하는 걸까요? 지난달 22일 이 의원은 여수시청 브리핑룸에서 예비후보 등록 및 21대 총선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많은 시민 분들이 제게 던지는 첫 질문은 ‘민주당에 언제 들어가냐’다”라며 “그 동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찰ㆍ선거개혁, 민식이법, 유치원3법에 이르기까지 문재인 정부의 개혁과제를 끝까지 함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문재인 정부의 성공은 곧 여수의 성공이자 이용주의 성공”이라며 “민주당 시ㆍ도 의원으로부터 입당 권유도 받았고 중앙당에 입당 가능성을 타진해봤다”라고 의지를 밝혔는데요. 결국 자신은 ‘꼭 그러려고 한 건 아닌데 다들 민주당 들어가라고 하니까 할 수 없이’ 입당하려고 했던 것이라는 ‘정신승리’ 식 발언이죠. 이 의원은 이미 그 때부터 파란색 계열의 배경판과 현수막을 사용하고 “파란 옷을 가져왔는데 깜빡 잊고 안 입었다”라는 ‘고의적인 실수’를 말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일보

전남 여수의 이용주 의원 선거사무소 바깥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및 이용주 의원 SN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민주당은 이 의원의 짝사랑에 눈도 꿈쩍 안 하고 있습니다. 그가 입당 의사를 밝힌 직후 민주당의 윤호중 사무총장과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당 검증 기준에 따르면 음주운전만으로도 부적격 판정 대상자”라며 “검증 권한을 갖는 중앙당과 전혀 협의가 없었다”고 강하게 이야기했습니다. 특히 앞서 이 의원은 “음주운전은 살인행위”라고 강하게 주장하며 처벌을 강화하는 취지의 ‘윤창호법’ 공동발의에 참여했었는데요. 이후 정작 본인이 면허정지 수준의 음주운전으로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으면서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겼습니다. 또 지난해 공직자 재산공개에서는 본인과 배우자의 명의로 서울에만 16채의 부동산을 갖고 있어 ‘최다 주택 소유 국회의원’ 타이틀을 얻기도 했죠.

이 의원은 사실 2015년 9월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에 입당했었는데요. 2016년 4월 총선을 7개월 앞둔 시점이죠. 그러다 탈당한 뒤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했고 당선됐습니다. 호남 지역에 불어 닥친 ‘녹색 바람’에 제대로 올라 탄 것이죠.

이 의원은 이후 ‘프로 탈당러’의 모습을 보입니다. 그는 2018년 2월 ‘국민의당 1호 탈당 의원’이라는 타이틀로 뉴스를 장식합니다. 곧바로 같은 달 깃발을 올린 민주평화당에서 첫 원내대변인이라는 직함을 가졌고 지난해 8월에는 또 다시 탈당합니다. 5년 동안 3번의 탈당을 했고 지금은 무소속으로 남았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민주당 문을 노크하고 있죠. 정치권의 오래된 단어 ‘철새’라는 말이 떠오를 만하죠. 그 철새가 본인 유리할 때마다 다양한 색깔의 옷으로 갈아입으니 ‘카멜레온’이라고 불러도 되겠죠. 선거 때가 되면 전국 곳곳에서 철새, 카멜레온들이 등장하겠죠.

여수 시ㆍ도의원 26명은 성명을 내 이 의원에게 “더 이상 민주당을 팔아 유권자를 기망하지 말라”며 “철새 정치인의 입당을 절대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한국일보

이용주 의원이 2016년 총선 당시 국민의당 후보로 녹색옷을 입고 선거 유세를 하고 있는 모습(왼쪽)과 최근 파란옷을 입은 모습. 한국일보 자료 사진ㆍ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의원은 2017년 대선에서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장을 맡아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의 ‘취업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주 공격수 역할을 했기에 민주당원이나 지지자들 입장에서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로 여길 수밖에 없죠. 이 사건은 추후 증거자료가 당원에 의해 조작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는데요. 이 의원은 당시 그가 허위자료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대중들의 싸늘한 시선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민주당 소속 주철현ㆍ조계원 예비후보도 이 부분에서 이 의원을 맹렬히 비판하고 나섰는데요. 주 예비후보는 이 의원에게 “시시때때로 색깔을 바꾸는 카멜레온처럼 정치를 했다”며 “민주당과 정치를 그렇게 하고 싶었으면 4년 전에 배신하지 말고, 2017년 대선 때 ‘문준용 취업 정치공작’과 관련해 국민들 앞에 고개 숙이지 말았어야 했다”고 일갈했습니다. 조 예비후보도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그 어느 누구보다도 민주당과 대통령을 괴롭혀왔던 인물”이라며 “더 이상 수준 낮은 선거꼼수로 민주당과 당원, 여수 시민들을 우롱하지 말 것을 강력 경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죠.

이 의원도 자신의 과거를 잘 알고 있죠. 그러니 두 말 않고 고개를 숙이는 것도 주저하지 않습니다. 이번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렇듯 자신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 것과 관련해 “그 동안 저의 잘못으로 인해 여수 시민에게 많은 실망을 안겨줬다는 점에 대해 반성하고 죄송하다”며 “더 이상의 과오는 범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열심히 일했다는 ‘자랑’도 빠뜨리지 않습니다. 이 의원은 여수지역 화태~백야 국도 77호선과 경도 진입도로 개설 및 낙포부두 재개발 등 현안사업과 법제사법위원회 간사, 박근혜 정부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특위 위원, 두 차례의 예결산특별위원회 위원 경험 등을 언급하며 지지를 호소했는데요.

이 의원은 7일 한국일보 통화에서 “아직 명확히 결론 난 상태는 아니지만 여러 논란이 있는데다, 입당하면 경선 문제 등 여러 어려움이 있어 선거 전에는 입당이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라며 총선 후 입당을 또 다시 시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아울러 입당 전 민주당을 연상시키는 색상과 문구 등을 사용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명확히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으로 정치적 노선을 정해 공표를 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에 맞추는 것이지 유권자에 대한 기망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여수의 카멜레온이냐, 일꾼이냐에 대한 판단은 결국 유권자들에게 달려있죠. 여수 시민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