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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이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은 준연동형 빈틈 파고든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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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한국당 출범 초읽기…전문가들 “선거제 개혁 취지 퇴색”

한국당, 지역구 집중…‘아바타 정당’으로 비례대표 확보 계산

정당법 위반 등 논란에도 법적 문제 피하면 성공 가능성 높아



경향신문

더불어민주당 이경 부대변인(오른쪽)이 지난 4일 서울중앙지검에 미래한국당 이적 권유와 관련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고발하기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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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의 4·15 총선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출범 초읽기에 들어갔다. 미래한국당은 지난 5일 창당대회를 열고 한선교 한국당 의원을 대표로 선출하고 창당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위성정당 창당에 대해서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의 빈틈을 노려 의석수를 늘리려는 “꼼수”, 민의를 왜곡하는 “후안무치 정치행위”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위성정당은 이번 총선의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 위성정당 추진 배경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의 2, 3위 후보의 표는 사표가 되고 소수정당 진입 장벽이 높아지는 현행 선거제도를 극복하고자 만든 제도다. 정당 득표율에 비해 지역구 의석이 부족하면 비례대표 의석을 배정한다는 게 골자다. 한국당은 그 틈새를 파고들었다. 한국당은 아예 비례대표를 내지 않으면서 지역구 의석 확보에 집중하고, 대신 ‘아바타 위성정당’을 만들어 비례대표를 더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총선 이후 두 정당을 합하면 연동형 비례제에 따른 제약을 극복할 수 있다.

미래한국당은 한국당과 다른 당이라고 하지만 같은 정당이라는 증거는 수없이 많다. 한국당은 소속 의원을 탈당시켜 미래한국당으로 보내고 있다. 미래한국당 창당대회에는 한국당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 전원이 참석했다. 미래한국당 인턴 공고조차 한국당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다.

■ 선거제 개혁 취지 퇴색

한국당은 위성정당이 더불어민주당과 다른 야당들의 선거법 개악에 대한 정당한 대응이라고 주장한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 5일 미래한국당 창당대회 축사에서 위성정당 설립에 대해 “헌정을 유린한 불법 선거법 개악에 대한 정당한 응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위성정당은 연동형 비례제 도입이란 선거제도 개혁 취지를 퇴색시키고 정치를 희화화하는 꼼수라고 비판한다.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정치혐오가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김용복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9일 “현 선거제가 거대정당 독식을 가져오기 때문에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군소정당의 의회 진출할 기회를 주자고 해서 만든 것인데 이를 선거운동 전략 차원으로 활용하면 선거제도 개혁 의미도 퇴색되고 정당정치도 희화화된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

미래한국당 한선교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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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법 논란 이어질듯

위성정당 설립을 두고 법적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지난 4일 황 대표가 위성정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정당법을 위반했다고 검찰에 고발했다. ‘정당 가입 또는 탈당을 강요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 정당법 제54조(입당 강요죄) 등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반면 스스로 탈당계를 제출한 만큼 강제로 입당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정의당은 미래한국당 의원들의 이중 당적 여부를 조사해달라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의견을 냈다. 현행법은 이중 당적을 금지하고 있다.

미래한국당이 총선 결과 국고보조금을 받는다면 보조금 사기라는 주장도 나온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대표는 “미래한국당이 원내교섭단체로 국고보조금을 받고 다시 합치면 일종의 보조금 사기에 해당한다”면서 “이런 사례를 인정하면 앞으로 수시로 합치고 흩어질 수 있어 선관위가 인정하면 안된다. 이런 정당을 인정하는 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한국당이 출범해도 선거운동 과정에서 위법 가능성이 상존한다. 공직선거법 88조에 따르면 후보자나 선거사무장 등은 다른 정당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한국당이 비례대표 배분을 위한 정당투표에서 미래한국당을 찍어달라는 선거운동을 한다면 위법 논란이 불가피하다.

■ 묘수 될까, 역풍 불까

선관위의 비례대표 전략공천 불가 결정으로 미래한국당에 1차 제동이 걸렸다. 당초 한국당 인사들이 대거 미래한국당으로 옮겨가 비례대표로 나서는 그림을 그렸으나 선관위 결정으로 선거인단을 꾸려 민주적 투표로 비례대표를 선출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한국당 지도부가 생각하는 대로 비례대표 공천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게 된 것이다.

미래한국당은 당헌을 개정해 선거인단을 구성하기로 한 만큼 비례대표 공천 작업이 이어질 예정이다. 요건만 갖춰진다면 정당 설립 자체를 막기도 어렵다. 또 현재로선 법적 문제만 피한다면 위성정당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한국당을 탈당한 의원들이 대거 미래한국당에 입당해 의석수가 바른미래당의 18석보다 많아지면 투표용지에서 3번을 배정받을 수도 있다. 전통적 보수 지지층을 바탕으로 30% 정도만 득표한다면 꼼수는 묘수로 바뀔 수 있다. 물론 민의를 왜곡한 한국당을 향해 역풍이 불 수 있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임지선·허남설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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