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예방하는 생활습관
마스크·손 소독제 등 위생용품 소비가 급증한다. 위생 습관과 위생용품 사용이 강조되는 이유는 기침할 때 나오는 침방울과 손에 병균이 많기 때문이다. 건국대병원 감염내과
박가은 교수는 “일상에서 개인위생을 잘 지키면 독감·감기·폐렴 같은 호흡기 감염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라이노·메타뉴모 등의 바이러스뿐 아니라 입·손·발에 물집이 생기는
수족구병을 일으키는 장바이러스, 복통·설사 등 위장관 증상이 나타나는 A형 간염과 노로바이러스 등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생 습관이 곧 백신인 셈이다.
감염병을 예방하는 올바른 습관과 궁금증을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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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씻은 뒤 물기 안 남게 닦아야
대부분의 감염성 질환은 균에 오염된 손으로 눈·코·입 등을 만질 때 감염된다. 올바른 손 씻기는 70%가량의 감염병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손을 씻을 땐 비누 종류와 상관없이 손 씻는 방법이 더 중요하다. 비누를 써서 30초간 손을 씻으면 15초간 씻을 때보다 세 배가량 많은 세균이 제거된다. 비누로 손을 씻을 때 계면활성제 성분이 손의 오염 물질을 떨어져 나가게 하고 흐르는 물로 한 번 더 씻어낸다. 이렇게 하면 손의 세균 95~99%는 없앨 수 있다. 항균 비누(트리클로산 함유 물비누)의 살균 세정 효과는 일반 비누와 별 차이가 없다. 비누가 없을 땐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을 씻으면 된다. 수도꼭지를 잠글 땐 손을 닦은 타월을 이용해 만지는 것이 좋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손 씻은 뒤 건조 과정도 중요하다”며 “수분이 손에 있으면 균이 금방 번식하므로 건조 시설이나 일회용 타월로 잘 말리고 공용 수건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비누 없는 곳선 손 소독제 사용
물과 비누 사용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알코올 성분이 든 손 소독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차 안이나 잦은 기침 후에 사용하면 효과적이다. 손 소독제에는 항균 효과를 나타내는 알코올 성분(에탄올·이소프로판올)과 이로 인해 피부가 거칠어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보습제(프로필렌 글라이콜, 글리세린, 토코페롤 등)가 들어 있다. 손 소독제는 균의 단백질을 변성시키고 지질을 변형시켜 기능을 상실하게 함으로써 소독 효과를 나타낸다. 대부분의 세균과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 박 교수는 “손 소독제를 쓸 땐 손바닥에 제품을 따르고 양손을 잘 비비면서 완전히 건조될 때까지 손과 손가락 사이를 골고루 문지르면 된다”며 “다만 분비물이 묻었을 땐 알코올 손 소독제가 아니라 비누로 손 씻기를 권장한다”고 말했다.
KF 인증 마스크는 한 번만 착용
마스크는 침방울(비말)을 막아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사용한다. 침방울의 크기는 5㎛(마이크로미터) 이상이기 때문에 0.4~0.6㎛ 크기의 미세 입자를 거르는 마스크(KF94·KF80 등)나 특수 필터로 공기 내 오염 물질을 걸러내는 의료용 마스크(N95)가 아닌 일반 덴털 마스크를 사용해도 충분히 감염 예방 효과가 있다. 이런 마스크를 구하기 어렵다면 천으로 된 방한용 마스크를 사용해도 도움이 된다. 박 교수는 “의료진의 경우 고위험 환자를 보거나 비말이 에어로졸(공기 중에 미세한 입자가 혼합된 상태)을 형성하는 의료 시술 환경(기관지 내시경, 석션 등)에서는 KF94 이상이거나 N95 마스크를 쓰는 게 맞다”며 “하지만 지역사회 감염을 예방하는 차원에서는 일반 마스크로도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쓸 때 중요한 건 종류보다 착용법이다. 박 교수는 “코를 잘 가려서 밀착해 쓰고 천 마스크는 뜨거운 물에 세탁해 재사용해야 한다”며 “특히 마스크 표면은 분비물이 튀어 있을 수 있으므로 손으로 만지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KF 인증 마스크는 일회용으로만 써야 한다.
남의 전화기·키보드 만지지 말아야
기침 예절은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다. 기침할 때 나오는 분비물이 상대방의 호흡기나 눈·코·입 점막을 통해 들어가면 문제를 일으킨다. 1m 이내에서 접촉하며 마스크를 쓰지 않았을 때는 일상적인 기침을 통해서도 바이러스가 전파된다. 분비물이 전화기·키보드·컵 등 물체의 표면에 묻으면 간접 전염도 일어날 수 있다. 호흡기 증상이 있는데 마스크를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면 손수건·휴지를 활용해 기침 예절을 지켜야 한다. 손수건·휴지를 꺼낼 새 없이 갑작스럽게 재채기가 나올 땐 고개를 숙이고 팔꿈치 위쪽인 팔뚝을 코와 입 앞으로 당겨 주변에 분비물이 튀지 않도록 재채기를 해야 한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손과 가까운 소매 쪽이 아니라 최대한 먼 쪽인 팔뚝에 기침해야 감염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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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감염에 관한 궁금증
일상생활을 할 때 실내외에서 항상 마스크 쓰는 게 좋을까?
한강 변에서 산책하는 등 야외에서 바깥 공기를 쐴 때는 밀폐된 장소가 아니므로 지나치게 감염을 우려하지 않아도 괜찮다. 김우주 교수는 “실내 환경이 청결하고 기침·재채기를 하는 사람이 없으면 굳이 일상에서 마스크를 쓰고 생활할 필요는 없다”며 “하지만 지하철·극장 등 사람이 밀집돼 있고 공기 순환이 잘 안 되는 곳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아니어도 독감·감기 환자가 있을 수 있으니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감염자가 다녀간 공간, 소독했으면 안전할까?
온도와 습도, 표면의 재질에 따라 바이러스는 길게 일주일 이상도 생존할 수 있다. 감염자가 왔다 간 곳의 환경을 소독하는 이유다. 김 교수는 “바이러스는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와 건조한 환경에서, 섬유보다는 책상·손잡이·전화기 등 딱딱한 표면에서 더 오래 생존한다”며 “락스를 희석해 표면을 문질러 닦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환자가 다녀갔던 공간을 환경 소독을 했다면 감염력이 남아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환경 소독 이후에는 해당 장소를 피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김치·마늘 챙겨 먹으면 면역력 강해져 감염 예방할 수 있나?
면역을 강화해 주는 특정한 식품은 없다. 권장 백신을 접종하고, 고른 영양 섭취와 적절한 수면 등 생활습관을 교정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에 견뎌내는 능력은 이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한다. 수면이 부족하면 호르몬의 불균형으로 면역력이 저하된다. 과일·채소를 골고루 먹으면 비타민·미네랄 등 항산화 물질이 면역을 담당하는 호중구·대식세포 등을 활성화한다. 육류에는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세포 재생에 필수인 단백질·아연이 풍부하다. 박 교수는 “다양한 식품으로 영양소를 고루 섭취하는 사람이 특정 음식을 더 챙겨 먹는다고 감염병에 덜 걸리는 건 아니다”며 “김치나 마늘 많이 먹으면서 과음하고 흡연하면 아무 소용없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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