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
‘가정’을 어떻게 정의 내릴 수 있을까. 이 시대에 가정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조건을 갖지는 않는다. 특히 이혼율과 가족 해체의 증가, 고령화로 가족의 형태가 다양하게 분화하고 있다. 아이와 할머니, 할아버지가 함께 사는 조부모가정 역시 그중 하나다.
국제 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의 조사에 따르면 만 18세 미만의 손자녀와 생계 및 주거를 함께하며 국민기초생활수급 및 차상위계층(중위소득 50% 이하)에 해당하는 저소득 조부모가정은 전국적으로 약 1만 가구 이상으로 추정되며,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소득 조부모가정은 복합적인 위기에 놓인 경우가 많다. 고령인 조부모가 정기적인 경제활동이 어렵거나 질병을 앓고 있어 어린 손자녀가 오히려 조부모의 보호자가 되기도 한다. 아동의 발달 환경에 적합하지 않거나 안전을 위협하는 열악한 주거환경 문제도 심각하다. 아동의 특기나 직업 능력을 개발하는 데도 정보 부족 등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상당수의 조부모가 양육자로서의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해 10월부터 2024년까지 저소득 조부모가정 1000가구 지원을 목표로 ‘저소득 조부모가정 지원 캠페인’을 시작했다. 저소득 조부모가정이 가지는 복합적인 욕구와 문제점을 파악해 각 가정의 상황과 필요에 따른 영역별 서비스를 연계한 맞춤형 통합지원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말까지 약 250가정을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세이브더칠드런의 긍정적 훈육 프로그램에 기초한 조부모용 교육콘텐트 개발을 병행한다. 긍정적 훈육은 양육자가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며 체벌 없이 비폭력적으로 양육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조부모가정의 여러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콘텐트를 개발하며 내년부터 실행할 예정이다.
저소득 조부모가정 지원은 아동에게 안정적인 발달 환경과 정서적 지지 기반을 마련해줌으로써 아동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돕는다. 이를 위해선 공적 보호 체계를 강화해야 하는데, 다양한 가족 유형에 따른 어려움, 지원의 필요성 등에 대한 대중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더불어 지원 사업에서 얻은 내용을 통해 제도 개선 사항을 발굴하고 이들 가정이 처한 상황 및 정부지원 현황에 대한 실태 조사도 이뤄져야 한다. 이를 종합해 도출된 정책 제언을 바탕으로 정부의 지도를 촉구할 계획이다.
‘우리가 아이를 구하면 아이가 세상을 구한다’는 세이브더칠드런의 구호처럼 아동의 문제는 비단 가정의 문제만이 아닌, 국가와 사회가 같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저소득 조부모가정 내 아동의 삶의 질을 위해 더 많은 관심과 논의가 필요하다.
중앙일보디자인=김재학 기자 kim.jaih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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