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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과학을읽다]수수께끼 자동차 용어-①출력과 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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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 중행 중인 차량의 모습. 엔진의 출력을 뜻하는 '마력'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일까요?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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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공식적인 공인연비는 18.9㎞/L. 같은 CVT 변속기를 사용하는 1.5 터보(13.9㎞/L)와 비교해도 비교되는 넉넉한 연비를 가지고 있는 동시에 전기모터의 도움을 받아 시스템 최고출력 215마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새로 나온 자동차를 소개하는 기사의 일부분입니다. 자동차를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필수적인 정보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의 출력과 연비에 대해 설명한 부분이지요. 이 한 문장에서 여러분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은 무엇인가요?


'공식적인 공인연비'라는 무리한 표현을 쓰면서까지 연비가 높다는 점을 강조했고, CVT 변속기는 솔직히 어떤 장치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1.5터보 엔진의 연비는 13.9㎞이고, 최고출력 때는 말 215마리의 힘을 발휘한다는 정도의 내용으로 대충 이해합니다. 맞나요? 여러분도 저와 별반 차이가 없으시죠?


먼저 쉬운 것부터 알고 넘어가겠습니다. 자동차의 출력 단위는 '마력(馬力)'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처럼 마력이 말의 힘을 나타내는 단위로 알고 있습니다.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정확하게는 '일의 양', '일의 효율(일률)'로 이해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단위 시간당 얼마만큼의 일을 수행하는지를 표시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1마력은 1초 동안 75㎏의 물체를 1m 들어올리는 일의 양'을 말하는 것입니다. 단위는 HP와 PS가 혼용되는데, 야드파운드법을 사용하는 영미권에서 HP(Horse Power)로, 미터법을 사용하는 국가들은 PS(Pferdest?rke)로 표기합니다. 미터법을 사용하는 한국은 당연히 PS로 표기합니다.


'Pferdest?rke'는 독일어 'Pferde(말)'과 'St?rke(힘)'을 합친 단어여서,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국가들은 'Cheval(말)-vapeur(힘)'의 약자를 따 CV로 표기하기도 합니다. 일의 효율은 단위시간(1초) 동안 한 일의 양으로 나타내는데 단위는 '와트(W)'입니다. 1W는 1초 동안 1J(줄)의 일을 할 때의 일률을 의미합니다.


마력을 일의 효율로 환산하면, 1PS는 약 0.7355㎾가 됩니다. 야드파운드법인 HP로 계산하면, 1HP는 약 0.7457㎾가 되지요. 같은 마력이지만 미터법과 야드파운드법에 따라 차이가 납니다. 국제표준인 미터법을 사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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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마력'은 1초 동안 75㎏의 물체를 1m 이동시키는 일의 양을 말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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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가 소개한 자동차의 최고출력이 215마력이니 일률로 환산하면 '158㎾'가 됩니다. 이 수치를 전기 소모량으로 비교해보면, 초대형 업소용 냉장고를 한달 가량 가동할 수 있는 전기의 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자동차가 주행하면서 최고로 낼 수 있는 일의 효율(양)은 초대형 업소용 냉장고를 한달 동안 가동할 수 있는 전기양과 맞먹는 것이지요.


연비는 단위 연료당 주행거리의 비율입니다. 한국의 경우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자동차의 연비를 측정한 뒤 홈페이지에 공개하는데 이를 '공인연비'라고 합니다. 이 마저 나라마다 표기하는 방식이 달라 헷갈릴 수 있습니다.


한국은 연비를 '㎞/L'로 표기합니다. 이는 1ℓ의 연료로 몇 ㎞를 이동할 수 있는지를 나타냅니다. 일본, 인도, 브라질 등 아시아·남아메리카 국가들도 이 방식을 따릅니다. ?유럽은 'L/(100㎞)'로 표기하는데, 이는 100㎞를 가는데 연료 몇 ℓ가 필요한지를 표시하는 것이지요. 유럽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이 이 방식을 사용합니다.


국제표준을 따르지 않고 야드파운드법을 사용하는 미국은 미터법으로 환산해야 해서 복잡합니다. 미국은 거리는 '마일(mile)', 연료량은 '갤런(gallon)'을 사용하기 때문에 'mpg'로 표기합니다. 이는 'mile per(/) gallon'의 앞글자를 딴 것입니다. 연비 1mpg는 1갤런의 연료로 1마일을 갈 수 있다는 뜻으로, 미터법으로 환산하면 1mpg는 0.425 ㎞/L가 됩니다.


그러니까 ?각국 자동차의 연비를 비교할 때 한국과 미국은 숫자가 클수록 연비가 좋고, 유럽은 숫자가 작을수록 연비가 좋은 것입니다. 한국의 연비 기준인 12㎞/L의 차로 100㎞를 주행한다고 할 때 100㎞를 12로 나눠 약 8.3ℓ의 연료가 필요한지 알 수 있고, 유럽에서는 '8L/(100㎞)'로 표기돼 있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출력과 연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는 이해되셨나요? 자동차 용어는 참 수수께끼 같습니다. 엔진의 성능을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토크니, RPM이니 하는 용어들이 등장하는데 이해하기보다는 그냥 '뭐 엔진이 좋다는 얘기겠지' 하는 정도로 대충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동차의 엔진 성능에 대한 몇몇 용어는 [수수께끼 자동차 용어-②토크와 회전수] 편에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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