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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고유정 전 남편 살해 사건

고유정은 정말 성폭행 당할뻔했나…'참혹한 현장'은 알고 있다 [한승곤의 사건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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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전남편 성폭행 시도…우발적으로 흉기 휘둘러

경찰, 고유정 피해자 상대로 최소 15회 이상 흉기로 찔러

일각에서는 원한 범죄 '오버 킬' 가능성도

범죄심리전문가 "고유정, 전남편에 앙심 품고 범죄 계획했을 수도"

아시아경제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37)에 대해 검찰이 20일 제주지법에서 열린 고씨의 결심공판에서 사형을 구형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세번째 재판을 받기 위해 제주지법에 도착한 고유정.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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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이 저주스러운 몸뚱아리(몸뚱이)가 뭐라고. 차라리 (전남편 살해 때) 다 내어줘 버렸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것"


'제주 전 남편 살해사건' 으로 구속 기소된 고유정(37)이 지난 10일 제주법정에서 최후진술을 통해 한 진술이다. 전남편을 살해한 동기가 성폭행 시도를 막다가 우발적으로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고유정은 지속해서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고유정의 주장이 사실일까.


참혹한 범행 현장만 놓고 보면, 우발적이라기보다 일종의 원한에서 비롯된 범행일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범행 현장 분석 결과에 따르면 고유정은 피해자를 상대로 최소 15번 흉기를 휘둘렀다.


◆ 고유정 "흉기가 손에 잡히자 힘껏 찔렀다"…국과수, 최소 15번 흉기 휘둘러


고유정은 지난해 9월30일 열린 재판에서도 전남편 살해 당시 상황을 묻는 말에 "지난 사건이 발생한 날 이후 지금 이 순간까지도 비현실적인 악몽 속에 살고 있는 참담한 심정"이라며 "비참하고 악몽같은 시간이 현실이다. 제가 죽으면 아무런 진실을 밝힐 수 없기에 견디고 버텨내고 있다"고 말했다.


사건 당일인 지난해 5월25일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아이가 수박을 잘라 달라고 했고, (수박에) 묻어있는 농약을 없애려 물로 씻고 수박을 썰려 했다. 그 순간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뒤를 돌아보니 그 사람이 제 뒤에 바짝 다가와 제 가슴과 허리춤을 만지기 시작했다"라면서 전남편이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고유정은 이어 "제가 말씀드리는 건 모두 진실이다"라며 "저는 이제 엄연히 다른 사람의 여자이기 때문에 그가 멈출 줄 알았다"며 눈물을 쏟았다. 그는 자신이 거부하며 몸을 피하자 전남편이 칼을 들고 쫓아와 '네가 감히 재혼을 해? 혼자만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냐'라고 했다는 등 우발적 범행 과정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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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지난해6월6일 오후 제주동부경찰서 진술녹화실에서 나와 고개를 푹 숙인 채 유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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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그 사람 말대로 (제가) 가만히 있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을 매일 한다. 가만히 있었으면 지금처럼 되진 않았겠다 (생각한다)"며 "그 사람은 피를 많이 흘렸고, 저를 쫓아오다 쓰러졌다. 성폭행과 죽음이라는 두 사건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 저는 정상이 아니었다"고 했다.


흉기를 휘두르는 과정에 대해서는 "아이가 눈치챌까 봐 (성폭행 시도를) 저항도 할 수도, 요구를 들어줄 수도 없었다"며 "(흉기가) 손에 잡히자 힘껏 찔렀다"고 말했다. 이어 "잠깐만 가만히 있었을 걸 후회한다. 그러면 살인마라는 소리도 안 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범행을 계획했다는 수사당국의 주장에 대해서는 "제가 일상적으로 했던 모든 행동들이 다 이 사건과 관련해 준비된 것처럼 이야기되고 있는 게 너무 무섭다. 검사는 제가 한 검색, 쇼핑, 펜션 예약, 사진 촬영까지 계획범죄의 증거라고 추궁했지만 사실이 아니다"라며 계획적인 범행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지난 10일 법정에서는 의붓아들 사망과 관련한 재판부의 추궁이 이어지자 "판사님과 저의 뇌를 바꾸고 싶을 만큼 답답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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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 지독한 원한으로 참혹한 '오버 킬' 가능성도…유족들 '실신'


성폭행 위험에서 벗어나고자 우발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는 고유정 주장과 범행 결과를 놓고 보면 고유정의 주장은 선 뜻 이해할 수 없다.


우발적으로 발생한 범죄로 보기에는 그 결과가 너무 참혹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른바 '오버 킬(overkill·과잉살해)' 가능성도 불거졌다.


오버 킬이란 피해자에게 극도의 원한과 분노를 품은 가해자가 계획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것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는 필요 이상의 가해 행위를 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건을 수사한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고유정의 범죄 수법은 상당히 잔혹했다.


지난해 11월4일 열린 6차 공판서 증거로 제출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사건현장 분석결과, 고유정은 다이닝룸 9번, 주방 5번, 현관 3번 등 3곳에서 15차례 피해자를 흉기로 찔렀다.


현장에 뿌려진 △혈흔의 크기와 형태, △위치 등을 종합하면 정황상 피해자가 수면제를 먹고 정신이 몽롱한 상태서 기습을 당해 현관으로 달아났고, 고유정은 그런 피해자를 쫓아가며 계속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수사당국은 보고 있다.


경찰은 펜션 수색 과정에서 전남편인 피해자의 것으로 보이는 다량의 혈흔을 찾아냈다. 혈흔은 펜션 욕실 바닥과 거실, 부엌 등 실내 여러 곳에서 상당량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전남편을 흉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했다면 이 행위는 욕실 바닥 등 혈흔이 검출된 장소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범행 증거인멸의 취지도 있지만, 이 과정에서 자신의 분노를 풀었을 가능성도 있다.


피해자 전남편 유족들은 고유정의 범행 수법을 듣고 실신할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지난해 6월4일 입장문을 통해 "미리 범행을 계획한 정황이 확실하며, 범행이 너무 잔혹해서 경찰을 통해 얘기를 듣고 실신할 정도였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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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1일 오전 10시32분께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제주동부경찰서 형사들에 의해 살인 등 혐의로 긴급체포되는 고유정의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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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고유정이 범죄를 치밀하게 계획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 잔혹한 범행 이유에는 재혼한 남편의 아이 죽음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추론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지난해 6월 JTBC 인터뷰에서 "고씨가 전 남편에게 앙심을 품고 범죄를 계획했을 것을 개연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차량 준비 등 사전에 범행을 미리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일관되게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하는 고유정 진술 태도에 대해 진문가는 일종의 의도된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0일 MBC 라디오에 출연한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고유정 진술은)내 몸은 답답하다, 답답함을 호소하고 싶다고 하는 감정적 호소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런 비합리적인 소리를 하는데 법정에서 거꾸로 보면 '판사가 얘기할 때도 얼마나 답답하면 저런 소리를 할까' 라고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배 프로파일러는 이런 고유정 진술에 "피고인 자체가 얼간이처럼 느끼게 만들어서 저런 사람이 살인을 해? 라는 의구심을 들게 하는, 물론 배심원 재판이 아닌 곳에서 이런 건 좀 적절치 않을 수 있지만 재판장도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전략이 먹힐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고유정은 지난해 5월25일 오후 8시10분부터 9시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남편 강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버린 혐의(살인·사체손괴·은닉)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전남편 살해에 이어 의붓아들 살해 혐의까지 추가로 기소됐다.


제주지검은 지난달 20일 오후 열린 고유정에 대한 공판에서 "극단적인 인명경시 살인"이라며 사형을 구형했다. 고유정 1심 선고공판은 오는 20일 오후 2시 제주지법에서 열린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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