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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유대인 불법 정착촌에 기업 112곳 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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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서안지구 정착촌서 사업한 ‘에어비앤비’ 등 공개

이스라엘 주권 인정 ‘트럼프 중동구상’과 배치돼 논란

유엔이 국제법상 불법으로 간주되는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 유대인 정착촌 건설 사업 등에 관계된 기업 명단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에어비앤비, 익스피디아, 트립 어드바이저, 모토롤라 솔루션스 등 유명 기업이 포함됐다.

유엔의 명단 공개 자체가 정착촌 건설·확대의 불법성을 부각시킨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28일(현지시간) 유대인 정착촌에 대한 이스라엘 주권을 인정하는 중동평화구상을 발표한 직후 유엔이 정반대 목소리를 낸 것이다.

12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정착촌 건설 및 유지·보수작업 등을 지원하며 관계된 기업 112개 명단이 담긴 보고서를 공개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94개 기업은 이스라엘에, 나머지 18개 기업은 미국·영국·프랑스·태국 등 6개국에 본사를 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의 숙박공유기업 에어비앤비를 비롯해 익스피디아, 트립 어드바이저, 모토롤라 솔루션스, 제너럴밀스 등 유명 글로벌 기업도 다수 포함됐다.

특히 OHCHR은 정착촌 건설을 직접 지원한 기업뿐만 아니라 이 지역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까지 명단에 포함시켰다.

에어비앤비는 정착촌 내 사업에 대한 비난이 일자 2018년 서안을 서비스 지역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가 유대계 미국인 주택 소유자들이 소송을 내자 입장을 번복한 바 있다. 미국의 식품기업 제너럴밀스는 성명을 통해 서안 내 동예루살렘 인근 아타로트에 빵공장을 세웠다는 이유로 명단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번 명단 발표는 2016년 유엔인권이사회(UNHRC)가 서안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의 인권침해 실태 조사를 결의한 데 따른 것이다. 당초 이듬해인 2017년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기업 정보 확인 절차에 시간이 걸리면서 늦어졌다. 보고서는 오는 24일 시작하는 인권이사회 안건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OHCHR은 명단 공개가 이들 기업의 국제법 위반 여부를 문제 삼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OHCHR은 “유엔 내 워킹그룹에 자문했고, 수많은 국가와 사회단체, 싱크탱크는 물론 해당 기업들과도 폭넓은 논의를 거쳤다”면서 “이런 기업에 대한 언급이 사법적 또는 준사법적 절차는 아니며 또 그렇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그럼에도 논란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명단 공개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대인 정착촌의 이스라엘 주권을 인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중동평화구상을 발표한 지 채 한 달도 안돼 나왔다.

그러다보니 이번 명단 공개를 두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철저한 정치적 의도에 따라 발표된 중동평화구상에 대한 유엔 등 국제사회의 불편한 시각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유엔은 중동평화구상 발표 직후에도 “국제사회가 제시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 해법인 ‘두 국가 해법’을 사실상 거부하는 것”이라며 반대 성명을 냈다.

이에 리야드 알말리키 팔레스타인 외무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국제법의 승리”라며 반겼다. 반면 이스라엘 카츠 외교장관은 “이스라엘을 흠집내려는 나라와 기구들에 수치스럽게 굴복했다”며 비난했다. 이스라엘은 공개된 기업 명단이 반이스라엘 국제운동 ‘BDS’(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에 반대하는 불매·투자철회·제재)에 이용되고 이스라엘의 이미지가 악화할 개연성을 우려하고 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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