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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김향미의 '찬찬히 본 세계']'시진핑 비판' 중국 교수 쉬장룬 연락두절…여론 ‘입막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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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들 행방불명 이어 지인·SNS 등 연락 두절

“난 처벌당할 것” 예견도

중 당국 검열에 감금된 듯

경향신문

쉬장룬 칭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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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코로나19 대처에 미흡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체제를 비판해온 저명한 교수가 연락이 두절됐다.

당국의 초기 방역 실패를 외부에 알리다 지난 7일 숨진 의사 리원량(李文亮)에 대한 애도 물결이 거세게 이는 가운데 시민기자들의 잇따른 실종·구금 사태에 이어 이번에는 ‘양심적 지식인’까지 사실상 감금 상태에 놓인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일요판 옵서버는 중국 명문대인 칭화대 법대 쉬장룬(許章潤·58) 교수가 최근 며칠새 지인들의 연락에 답을 하지 않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쉬 교수의 위챗 계정은 차단됐고, 웨이보나 바이두에서 쉬 교수의 이름은 대부분 사라졌다. 지인들은 쉬 교수가 구금당한 것은 아니고 베이징 자택에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쉬 교수의 연락두절은 당국이 검열을 강화하는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쉬 교수는 코로나19 발병 이후 ‘분노가 두려움을 극복할 때’란 제목의 에세이를 통해 중국이 코로나19 조기 대응에 실패한 것이 시민사회와 언론의 자유를 말살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에세이 말미에 “내가 처벌을 당할 거라고 너무나 쉽게 예견할 수 있다. 틀림없이 이 글은 내가 쓰는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적었다. 쉬 교수는 최근 중국 의회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표현의 자유 보장’ 등 5대 요구의 수용을 촉구하는 온라인 청원에도 서명했다.

앞서 지난 연말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을 처음으로 알렸다가 오히려 ‘괴담 유포자’로 몰렸던 의사 리원량이 숨진 이후 중국에서는 당국에 대한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다. 우한의 코로나19 확산 실태를 고발한 시민기자 천추스와 팡빈 등이 잇따라 연락이 끊긴 것도, ‘비판 여론 잠재우기’란 해석이 나온다. 일본 도쿄대 객원연구원인 역사학자 훙전콰이는 옵서버에 “중국에는 언론의 자유를 위한 공간이 없다”면서 “비판자들은 생계를 잃고, 주류사회에서 소외당하며, 개인의 자유까지 잃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중국 지도부는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적극 진화에 나섰다.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求是)는 ‘시 주석이 지난 3일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6000자 분량의 총력전을 지시했다’면서 해당 내용을 중국 매체를 통해 15일 공개했다. 시 주석은 당시 회의에서 “연초부터 지금까지 내가 가장 관심 있는 문제는 코로나19 예방통제”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회의에서 야생동물 섭취 문화 단속, 방호물자 부족 점검 등을 지시하며 “일부 지방에 형식주의, 관료주의가 나타났다”고 비판했다. 주로 코로나19 사태로 당국이 비판을 받았던 내용들이다. 코로나19 대응 영도소조 조장을 맡고 있는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춘제(중국의 설) 이후 방역 시스템 점검차 14일 베이징 기차역 시찰에 나섰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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