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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심판 ITC의 결정…LG, 배터리 소송서 승기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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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SK소송서 조기패소 예비판결

3월 변론 없이 10월 최종 결정

양사 다른 소송 5건에도 영향

SK “LG, 경쟁·협력관계” 합의 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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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원군 옥산면에 있는 LG화학 오창테크노파크의 전기자동차용 2차전지(배터리)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LG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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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이 SK이노베이션과 벌이는 전기차용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14일(현지시각) 두 회사 간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에 ‘조기 패소 판결(Default Judgment)’을 내리면서다. ITC는 LG화학 측이 요청한 조기 패소 판결을 승인하는 ‘예비결정(Initial Determination)’을 내렸다고 이날 밝혔다. 조기 패소 판결은 일종의 예비 판결이다. 다툼의 여지가 많지 않을 경우 소송의 경제성 등을 고려해 사전적으로 내리는 결정이다. 구체적인 근거는 추후 공개된다.

LG화학 측은 이날 “SK이노베이션이 ITC 소송 과정에서 악의적이고 광범위한 증거 훼손과 포렌식 명령 위반을 비롯한 법정 모독 행위 등을 저질렀고, ITC가 그에 대해 법적 제재를 내린 것”이라며 “때문에 추가적인 사실 심리나 증거조사를 하지 않고 LG화학의 주장을 인정해 ‘예비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3월 초로 예정된 변론(Hearing) 등의 절차 없이 10월 5일까지 ITC의 최종결정만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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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SK이노베이션 간 소송 현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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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LG화학은 지난해 11월 5일 ITC에 SK이노베이션이 증거를 인멸했다며 조기 패소 판결을 요청한 바 있다. 이대로 ITC 위원회에서 ‘최종결정’을 내리면 LG화학의 2차전지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모듈·팩 및 관련 부품과 소재해 대한 미국 내 수입 금지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한 물량도 그 적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결정문이 공개되지는 않은 상태여서, 어느 제품이 얼마만큼 제약을 받게 될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3월 미국 조지아주에 1조9000억원을 들여 독일 폴크스바겐 등에 납품할 9.8GWh급 1공장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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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 소재 국제 무역위원회(ITC) 모습. [사진 ITC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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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은 지난해 4월 미국 ITC와 델라웨어주 연방 법원에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SK이노베이션을 제소했다. 두 회사는 현재 한·미 양국에서 총 6건의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ITC의 최종 결정은 미국 델라웨어주 연방 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민사소송과 국내 경찰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ITC의 조기 패소 판결이 SK이노베이션이 그간 계획해 온 배터리 관련 사업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역시 이 소송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소송 결과에 따라 공급선 자체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영업비밀 침해 관련 소송의 경우 ITC의 행정판사가 침해 여부를 인정했던 예비 결정이 최종 단계에서 뒤집힌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물론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측이 극적인 합의를 통해 법 절차를 잘 마무리할 수도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이번 예비 결정에 따라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 측은 “남아있는 소송 절차에 계속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임할 것이며,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이날 낸 입장문에서 “ITC로부터 공식적인 결정문을 받아야 구체적인 결정 이유를 알 수 있겠지만, 우리 주장이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LG화학과는 선의의 경쟁 관계지만,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기조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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