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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9 (수)

그는 알고 있었다, '기생충'이 오스카 휩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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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감독상 예측한 美 평론가 '스콧 만츠'

美 언론과 비평가 25명 중에서 수상내역 전부 맞힌 유일한 인물

"계층 분열 보여준 대담한 영화… 이건 全세계적으로 관련 있다

'1917'은 안전한 선택이지만 '기생충'은 올바른 선택이었다"

"'기생충'이 작품상, 감독상, 국제극영화상, 셋 다 못 받으면 내가 너한테 20달러 줄게."(영화 평론가 스콧 만츠)

"네 예상이 맞으면 40달러 줄게!"(영화 평론가 제프리 스나이더)

지난 4일 영화 전문 매체 콜라이더가 주최한 아카데미 시상식 예측 토론회에서 나온 말이다.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기생충'의 승리. 시상식 후 만츠가 트위터에서 외쳤다. "스나이더, 40달러 내놔!"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은 '1917'이 아닌 '기생충'이라고 예측한 미국 유명 영화평론가 스콧 만츠가 화제다. 그에게 트위터로 "어떻게 수상작을 맞힐 수 있었느냐"고 물었다. 그는 답했다. "'기생충'이 올해 최고의 영화라 감독상과 작품상 모두 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영화는 계층 분열에 대해 무언가를 말하는 '대담한 영화'였고, 이건 전 세계적으로 관련이 있다. 시상식 시즌이 진행될수록 '기생충'이 수상을 향한 모멘텀(탄력)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지난달 19일 미국배우조합상(SAG) 시상식에서 '기생충'이 호명될 때 모두가 기립 박수 치는 걸 보고 확신했다. '1917'은 안전한(safe) 선택이지만, '기생충'은 옳은(right) 선택이라고."

조선일보

한 파티장에서 봉준호 감독, 배우 송강호·이정은 등 기생충팀과 기념사진을 찍은 스콧 만츠(윗줄 가운데). /스콧 만츠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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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츠의 예측대로 아카데미 시상식이 다가오면서 분위기는 '기생충'으로 기울고 있었다. 실제 투표자 24명에게 물었을 때도 '작품상 1위'를 가장 많이 받은 영화는 '기생충'(15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7표), '1917'(1표), '조조 래빗' (1표) 순이었다. 그러나 미 언론과 비평가 25명은 '1917'(16명)과 '샘 멘데스'(23명) 수상을 가장 높게 봤다. 둘 다 '기생충'이 받을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25명 중 만츠가 유일했다.

이에 대해 한 영화계 관계자는 "'1917'은 오스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다. 전쟁을 다루며, 인간애도 나온다"며 "그러나 지금 할리우드 분위기에서 '1917'을 좋아한다고 하면 '구식'인 느낌이다. 흔히 말해 부머(boomer·베이비부머에서 온 단어로 우리말로 '꼰대'라는 뜻) 같다"고 말했다. 현재 할리우드에서 시대에 뒤처진다는 비판을 듣지 않으려면 '기생충'을 좋아하고, 봉준호를 인정하며(봉하이브), 채식을 해야 했다는 것. 경쟁작 '작은 아씨들'에 출연한 스타 배우 티모테 샬라메가 "난 '기생충' 세 번이나 봤어"라고 인증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전쟁 이야기 하면서, "우리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요즘 젊은 세대는…" 식으로 잔소리하면, "오케이 부머!"라는 대답만 온다는 것이다.

미국 연예 전문지 벌처가 시상식 후 분석한 기사 내용도 비슷하다. 이 기사는 "'기생충'의 팬이 된다는 건 비밀스러운 클럽에 들어가는 느낌이다. 유권자들은 '기생충'에 투표함으로써 오스카의 오래된 유리 천장을 해체하는 즐거움을 느꼈다"고 했다. 또한 이 기사는 "우주의 기운이 제인 폰다를 시상자로 데려와 원테이크 전쟁 영화에 작품상을 주려고 할 리는 없었다"고도 했다. 폰다는 반전운동가로 유명하다.

[로스앤젤레스=이혜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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