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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기생충' 봉준호 "동시대 세계 관객 호응, 가장 큰 의미이자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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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기생충'은 지난 9일(현지 시간) 한국 영화 최초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국제극영화상(구 외국어영화상), 각본상을 수상하며 65년 만에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석권하는 쾌거를 거뒀다. 2020.2.1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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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1년 전 ‘기생충’ 제작발표회를 한 곳에서 행복한 마무리를 하게 됐다. 좀 쉬어볼까 했는데 오늘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메일로 조금만 쉬라고 하셨다.(웃음) 이젠 본업인 창작으로 돌아가 제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겠다. 차기작의 시나리오를 한 줄 한 줄 써내려가는 게 한국 영화산업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다.”

금의환향한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 주역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본업에 충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배우 송강호·이선균·조여정·박소담·이정은·장혜진·박명훈과 곽신애 바른손 E&A대표,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이 참석했고, 200여개 매체·500여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봉준호 감독은 19일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생충’ 기자회견에서 이 영화가 세계적 호응을 얻은 것과 관련해 "그 이유는 시간을 두고 분석해봐야겠지만 제 일은 아닌 것 같다”며 “오스카 효과와 무관하게 프랑스, 일본, 영국, 베트남 등지에서 흥행했는데, 동시대 많은 관객이 호응해준 게 가장 큰 의미고 기쁨”이라고 말했다.

귀국행 비행기에서 어떤 생각을 했느냐는 질문에는 “몸과 마음이 모두 방전 직전이라 간신히 기내식을 먹고 잠에 들어 착륙 방송에 눈을 떴다”며 “생각도 정리하고 어떤 시적인 문구라도 남겨보려 했으나 그럴 여력이 없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국영화 감독 최초로 오스카 캠페인을 참여한 소감도 물었다. 그는 “처음에는 왜 창작자들이 시간을 내 캠페인에 참석하고 스튜디오는 많은 돈을 투입하는지 이상하고, 낯설었다"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작품을 밀도 있게 검증하고 오스카에서 피날레가 이뤄지는 시상식의 오랜 전통으로 의미있게 다가왔다”고 답했다. 또 거대 스튜디오의 물량공세에 열정과 아이디어로 맞섰다고 부연했다.

“우리는 상대적으로 예산이 적었다. 네온은 중소배급사다. 경쟁작들이 전면광고 등 물량공세를 했다면 우리는 게릴라전이라고 할까? 열정과 아이디어로 맞섰고, (송)강호 선배와 제가 코피를 흘리면서 인터뷰만 600개 이상, 관객과의 대화는 100회 이상했다.” 송강호는 “솔직히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었다”며 “지난 6개월간 세계 영화인들과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참으로 제가 작아지는 느낌이었고, 위대한 예술가를 통해 많은 것을 느낀 시간이었다”고 부연했다.

송강호 다음으로 오스카 캠페인에 적극 참여한 이정은은 '기생충'의 인기로 "칸에서도 그랬지만 현시대를 짚는 영화가 많지 않았다“고 짚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청년실업 등 사회문제가 심각한데, '기생충'은 동시대 문제를 재미있으면서도 심도있게 표현했다. 또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데다, 선과 악의 캐릭터가 없는데도 누군가는 누구가를 가해하고 누군가는 피해를 입게 되는 드라마에 세계 관객들이 놀란다고 느꼈다. 봉감독의 유머감각도 인기상승에 한몫했다"고 부연했다.

봉감독은 빈부격차 묘사와 관련해 관객이 행여나 불편해하더라고 정면승부할 각오였다고 밝혔다. "판타지나 SF장르로 만들어진 '괴물'이나 '설국열차'와 달리 '기생충'은 우스꽝스럽고 코미디적인 부분도 있지만 빈부격차가 드러나는 씁쓸하고 쓰라린 면이 있다. 그 부분을 단 1㎝라도 피하고픈 생각이 없었다. 관객이 불편하고 싫어할 수 있지만 겉에 달콤한 장식을 해가며 그렇게 영화를 끌고 가고 싶지 않았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부터 오스카 작품상 수상까지 그야말로 대장정이었다. 번아웃 증후군이 오진 않았을까? 봉준호는 “2017년 ‘옥자’ 끝났을 때 이미 번아웃 판정을 받았다”며 웃었다. “그때 ‘기생충’을 찍고 싶은 마음에 영혼까지 끌어 모아 힘을내 촬영했다. 촬영기간 동안 더 긴 오스카 캠페인을 거쳐 지금이 이르렀는데, 이젠 끝난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진다.” 스콜세지 감독의 메일 내용과 관련해서는 “개인적인 편지니까 마지막만 소개하면, ‘그동안 수고했다, 좀 쉬어라, 근데 나를 포함해 차기작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으니까 조금만 쉬라고’ 하셨다”고 답했다.

최근 지자체 등에서 봉준호 생가 복원 등 다양한 사업을 기획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그냥 제가 죽은 후에 해주면 좋겠다”며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한다”며 답했다.

양극화가 심각한 한국영화산업에 대한 해법도 물었다. 봉감독은 “홍콩영화처럼 쇠퇴하지 않으려면, 모험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했다. “제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나 ‘기생충’을 갖고 신인감독이 투자받을 수 있을까? 좀 이상하고 모험적인 시도를 하기가 어려워진게 사실이다. 제가 데뷔했던 2000년대 초반에는 독립영화와 메인스트림이 좋은 의미에서의 상호 침투,나 충돌이 있었다. 지금은 평행선을 달리는 것 같다. 우리 영화산업이 도전적인 영화를 껴안고 수용해야 한다.”

‘기생충’은 한국영화 100년사에 주목할 성과를 거뒀다. 봉 감독은 “많은 사건과 이벤트, 그러니까 경사가 있었다”면서도 “'기생충'이 영화사적 사건으로 기억될 수 밖에 없는 면이 있지만, 나중엔 영화 자체로 기억되면 좋겠다”고 바랐다. “배우들의 멋진 한순간의 연기와 모든 스태프의 장인정신으로 빚은 장면 하나, 그리고 그 장면에 들어간 저의 고민들…영화 자체로 기억되고 싶다.” 차기작과 관련해서는 “‘기생충’은 상을 목표로 찍은게 아니다”라며 “평상심을 유지하면서 찍었듯 이번에는 그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배우 송강호는 봉 감독의 오스카 감독상 수상 당시 소감을 인용하며 '가장 창의적인 것이 가장 대중적인 것이 될 수 있도록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할리우드에서 러브콜이 없냐는 질문에 “지난해 1월말 영화 촬영이 끝나고 무려 13개월째 일이 없다”며 “할리우드는커녕 국내에서라도 일하고 싶다”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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