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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반려동물 보유세-득실에 앞서 고민할 문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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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동물 복지 5개년 종합 계획’ 가운데 몇몇 내용이 이슈가 되고 있다. 단연 가장 뜨거운 감자는 ‘반려동물 보유세’다. 농식품부는 당장 시행할 것도 아니고 2022년에 비로소 검토를 시작한다고 표명했지만, 이미 찬반 논란은 본격적으로 불이 붙은 모양새다.

시티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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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의 도마에 오른 안은 ‘반려동물 보유세 또는 부담금, 동물 복지 기금 도입 등을 검토하여 지자체 동물 보호 센터, 전문 기관 등의 설치·운영비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해마다 동물 보호·복지 관련 예산을 늘여도 행정 서비스 요구를 따라잡지 못하므로 이에 드는 비용을 반려인의 세금으로 충당하겠다는 것. 곧바로 각종 온라인 미디어 게시판과 SNS에서 찬반 여론이 불붙었고,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도 ‘반려동물 보유세 추진 절대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반려동물 보유세에 반대하는 이들의 입장은 이렇다. 일단 당장의 비용 부담이다. 이미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사료와 간식, 미용, 병원비로 제법 많은 돈을 쓰고 있는데, 여기에 세금까지 내라고 하니 ‘먹고사니즘’의 피로가 훨씬 육중해지는 것. 또 하나 중요한 반대 이유는 보유세가 유기 동물 수를 늘린다는 예측이다. 세금이 부담돼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사람이 생기고, 같은 이유로 입양하는 사람은 더 줄어들 거라는 우려다. 동물 복지를 위한다는 명목의 보유세가 유기 동물을 더 양산하는 모순을 도무지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주장이다.

보유세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자격 있는’ 사람들만 반려동물을 키우게 될 테니 잘됐다고 한다. 지금처럼 반려동물을 쉽게 사고, 입양하고, 파양하고, 유기하는 무책임한 사람들을 세금이라는 사전 검증 그물로 걸러 낼 수 있으니. 또 반려인들이 세금을 내서 자신들에게 필요한 시설을 만들면 비반려인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히 서비스를 요구할 수 있다고도 한다. 외국 사례를 보면, 독일은 뮌헨의 경우 개 한 마리당 매년 13만 원가량의 동물 보유세를 매긴다. 네덜란드는 15만 원, 중국은 17만 원이고, 미국과 호주 등에서는 해마다 갱신 비용도 있다. 적지 않은 돈이지만 이들은 보유세를 내는 대신 동물의 권리와 복지를 법으로 보장받는 데 의미를 둔다.

사실 ‘보유세를 내고 안 내고’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 돈의 쓰임새’에 관한 충분한 고민과 설명이 부족한 상태에서 검토 의지부터 피력한 데 있다고 본다. 가령 반려인을 대상으로 세금을 걷으면 어디에 써야 할지 묻는 의견 수렴 과정을 먼저 거쳤다면 어땠을까. 당장은 보유세에 부정적인 반려인도 몇몇 전제가 충족되면 무조건 반대하지 않겠다는 게 중론이니 말이다.

그 전제의 첫 번째는 ‘동물 등록제’ 완전화다.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사람은 동물 등록을 하지 않은 이가 대부분이니, 소 잃기 전에 외양간부터 철저히 손보자는 거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체 반려동물 숫자 대비 등록된 반려동물 수가 20%에 불과하다. 그러니 보유세를 제대로 매길 수 있을지부터가 의문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반려동물 의료 보험’을 마련해 달라고 한다. 비싼 진료비와 병원마다 다른 진료비 규정을 해결하라는 요구다. 한 반려인은 “반려견이 피부병으로 종종 병원을 찾는데 간단한 진료와 처방을 받는 데만 5만 원이 든다”며, “이러니 큰 병에 걸린 반려동물을 포기하는 행태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그는 또 지자체 보호센터 운영의 전문화 및 효율화 방안을 내놓으라고 요청한다. 펫숍을 없애고 보호센터를 통해서만 분양 받을 수 있게 관련 법규를 만들고, 입양률을 높일 수 있게 전문가를 배치해 충분한 관리와 훈련을 제공하며, 유기 동물 보호 기간도 늘려 달라는 주장, 입양하는 반려동물의 보유세 경감 혜택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보인다.

말말이 옳다. 나도 이해 당사자다 보니 당장은 “반려인이 봉이야?”라며 울분부터 터뜨렸지만, 이런 선결 과제들이 해소된다면 ‘3인칭 시점’에서 다시 물을 의지가 충분하다. 내게 득인가 네게 득인가가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해서 필요한가를 말이다. 물론 반려동물 포함이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17호 (20.02.2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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