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8 (토)

사용자의 마음을 읽는 AI 세탁기-학습하는 세탁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AI 시대다. 작은 전자제품부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머신러닝 기술이 사용되지 않은 곳이 보기 드물다. 물론 집안에도 AI가 넘쳐난다. 거실을 청소하는 로봇이나 공기청정기, TV만이 아니다. 세탁기와 건조기에도 AI가 적용됐다. 최근 삼성전자가 출시한 세탁기와 건조기 그랑데 AI는 ‘맞춤형 가전’이라는 삼성전자 생활가전 사업의 기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시티라이프

아무리 세탁기와 건조기가 AI를 탑재한다고 해도 빨래를 소재별로 분리하고, 세탁기 안에 집어넣는 일은 사람의 몫이다. 세탁 로봇이 등장한다면 달라지겠지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AI는 비스포크 냉장고처럼 개개인의 사용 취향을 정확히 공략한다. 제품의 디자인이나 컬러만이 취향 저격인 게 아니라, 사용자의 세탁 습관까지 기억한다.

세탁기와 건조기는 직렬로 설치하는 경우가 흔하다. 세탁호스를 연결해야 하는 세탁기는 하단에, 세탁기보다 가벼운 건조기는 상단에 설치한다. 건조기의 위치가 높아 패널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랑데 AI는 세탁기 패널에서 건조기까지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올인원 컨트롤’기능이다. 까치발을 들지 않아도 된다. 주목할 점은 세탁기와 건조기가 연동된다는 것이다. 페어링된 무선 이어폰을 스마트폰에서 조작하듯 세탁기와 건조기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되어 있다. 올인원 컨트롤로 AI 코스 연동 기능을 선택하면, 세탁코스에 맞는 건조코스가 자동으로 설정된다. 산더미 같은 빨래더미를 보면서 의류를 선별하고 어떤 코스가 최적인지 일일이 찾는 건 너무 번거롭다. 세탁기에 아웃도어 점퍼와 바지를 넣고 아웃도어 코스를 선택하면 건조기에선 자동으로 섬세 의류 모드가 선택된다. 적절한 건조 코스를 찾아 방황하지 말고 세탁기를 믿으면 된다.

하루에 수건을 대여섯 장씩 쓰는 집이라던가, 순면을 속옷을 고집하는 등 자주 사용하는 세탁코스는 집집마다 정해져 있다. 아이가 있는 집은 삶은 세탁을 자주 할 테고, 헹굼도 일부러 한번 더 하게 된다. 세탁기와 건조기의 AI는 사용자가 애용하는 코스와 옵션을 기억한다. 컨트롤 패널에는 사용자가 자주 사용하는 코스와 옵션이 우선순위로 표시된다. ‘AI 습관 기억’이라는 기능이다. 사용할 때마다 매번 코스를 찾고 설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여준다. 사용자의 사용 패턴이 변하면 그에 맞춰 우선순위 코스도 달라지게 된다. 마치 스트리밍 영화에서 내 취향에 맞는 영화들이 선별적으로 제시되듯 세탁 방법도 내가 원하는 것들이 눈앞에 표시된다.

지속가능성이 화두인 만큼 친환경 전략이 담긴 AI 기능들도 있다. 세탁기는 빨래 무게를 감지해서 자동으로 필요한 양의 세제를 투입하고, 세탁기 내부의 오염도 센서가 세탁수의 오염도를 감지하고 헹굼을 조절한다. 세탁할 때마다 세제를 넣을 필요 없다. 자동차 연료처럼 한번 두둑히 채워 놓으면 된다. 오염도가 심하다면 세제를 더 투입할 테고, 헹굼도 더 한다. 반대로 오염도가 낮다면 세탁 시간을 줄여 물과 시간 그리고 에너지를 절약한다.

물론 이런 기능은 클라우드 AI를 바탕으로 한다. 클라우드와 연결된 세탁기라니 어쩐지 미래적이다. 그랑데 AI는 1200만 건이 넘는 소비자들의 세탁기 사용 데이터를 미리 학습했다고 한다. 집안의 온디바이스들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것은 더 이상 놀라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세탁기와 건조기가 사용자를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은 꽤 신선하게 다가온다. 마치 세탁기의 주인이 된 기분이다. 세탁기에게 이름이라도 붙이고 싶어진다.

[글 조진혁(‘아레나 옴므 플러스’ 피처에디터) 사진 삼성전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17호 (20.02.25)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