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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All About ‘MZ’ 다섯 가지 MZ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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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를 이해한다는 건 나 아니, 우리와 다른 인류와의 극적 조우를 의미한다. 산업화 이후 ‘제너레이션’이라 불리는 ‘세대’라는 용어는 굉장히 중요한 단어가 되어 왔다. 특히 ‘트렌드’라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 텍스트로 작용해 온 적이 많다. 베이비붐 세대, X세대 등 나와 우리를 포함한 많은 이들은 이 경계에서 호황과 불황을 동시에 누려 오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는 밀레니얼 Z, 그러니까 MZ라 불리는 세대를 핵심 근간으로 많은 것들이 진행된다.

출생 년도 정도쯤으로 구분하는 사전적 정의로만 보았을 때 이들은 아주 젊게 느껴질 수도 있다. 1995년부터 2005년 사이 출생한 이들. 현 시점에서 따져 보면 적게는 16세부터 많게는 26세 정도까지다. 이들은 현재의 실질적 소비자임과 동시에 미래의 핵심이다. 이런 이유로 마케팅적 측면에서 이 세대와의 조우를 적극적으로 희망하는 움직임이 많다.

이 지면을 통해 미시적 관점에서 MZ세대의 특징들을 종종 이야기해 왔다. MZ는 윗 세대인 밀레니얼 세대와 일정 부분 특성을 공유하면서도 그들과도 구분되는 또 다른 요소들을 가진다. 본 기사에서는 다섯 개 키워드를 정리하며 MZ세대와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접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그러니까 이건 MZ세대와 손을 맞잡으려는 필사적 노력일 수도 있겠다. 최근 ‘느슨한 연대’라는 용어가 트렌드의 한 축을 자리하고 있다. “우리가 남이가?”를 외쳤던 이전 세대의 학연, 지연, 혈연 중심의 관계망이 “우리는 남이다!”라는 개인의 차이와 취향을 존중하며 유연하고 느슨한 관계 추구로 변화하고 있음을 뜻한다. MZ세대의 주요 특성들은 바로 여기부터 시작된다. 그들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하고, 어디에든 자연스럽게 융화되는 유전적 인자를 지녔다. 하지만 공통점은, 결코 끈끈하지 않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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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1 다양성

어렵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다만추 세대’라는 말이 있다. ‘다양한 만남을 추구하는 세대’라는 의미다. 라이프스타일 가치관의 변화에서 도출된 것이라 이해하면 된다. 이미 사라진 지 오래되었지만, 내 아버지 및 삼촌 세대에게 직장은 ‘평생 함께하는’ 파트너 같은 것이었다. 그 탓에 직장 내 관계는 가족의 그것만큼이나 단단한 결속력을 지녔다. 물론 한 직장에 평생 몸담을 수 있다는 복권과도 같은 기회는 이미 필자 세대에도 꿈 같은 우화다.

새로운 세대에게 직장은 그런 의미에서 오랜 안정을 추구하기 위한 보금자리이기보다는 경력 관리를 위해 거쳐 가는 정류소란 생각이 든다. 일을 해야만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는 현대이기에 일을 할 뿐이다. 동시에 그 속에서 MZ세대는 자신 속에 잠재된 가능성의 확장에 더 열중한다. 이 확장을 통해 미래를 대비한 다양한 대안적 경로를 모색하는 셈이다. 불안정한 현대에 안주하지 않고 다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기 위해 현 세대는 굉장히 비싼 강의에도 스스럼없이 지갑을 연다.

근래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하고 있는 살롱 문화 역시 이런 대안 경로의 변화된 모습이다. 다양한 직종을 주제로 하는 유튜브, 브이로그 등이 인기를 얻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타자의 삶을 들여다보고, 또 그 삶을 꿈꾸는 이들과 만남으로써, MZ세대는 현재의 삶이 아닌 다양한 삶과의 만남을 끊임없이 추구한다.

새로운 세대는 새로운 삶에 대한 열망이 굉장히 크다. 동시에 그 삶의 형태 역시 아주 다양하다. 그래서 이들은 다양한 삶을 만나며 스스로의 가능성을 확장하려 한다. MZ세대의 새로운 특징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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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2 사회 참여

시쳇말로 요즘 청춘들은 사회에 관심이 없다고들 한다. 오로지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완벽한 인식론적 오류다. 되려 MZ세대는 어떤 변화를 위해서라면 한 줌의 힘이라도 보태려고 한다. 물론 자존감이 강하고, 또 팍팍한 현실에 입은 상처도 크다. 이런 연유로 언뜻 대단히 이기적인 세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틀린 말이다. MZ세대는 어떤 좋은 일을 하는 기업 혹은 인물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또 스스로가 도움이 될 일은 없는지 찾는다. 도덕적 감성 역시 강하다. 그래서 정치, 사회적 이슈에 기존 세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려 한다. 이들에게는 ‘개념’이라는 용어가 큰 영향을 끼친다. 좋은 일에는 ‘개념 있다’는 것만으로도 박수치고 SNS를 통해 널리 알리려 하고, 심지어 얄팍한 지갑을 열어서라도 도움이 되고자 한다. 하지만 무개념이라 생각되는 것에는 분노하고 냉정하게 대처한다. 근래 불거진 청소년들의 이웃 나라 불매 운동만 봐도 충분히 이해된다.

MZ세대는 어떤 상황에 대한 무관심은 사건 본질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고 여기고, 피드백을 보낸다. 이 점은 MZ세대를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한 근간이다. 그래서 이들을 고객으로 하는 기업은 결코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자칫 큰코다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정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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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3 후렌드

발음에 주의할 것. ‘프렌드’가 아니다. ‘후렌드’다. ‘누구’를 뜻하는 ‘Who’와 ‘친구’를 의미하는 ‘Friend’의 합성어다. 서두에서 말했듯, MZ세대의 관계망은 아주 느슨하다. 이는 역설적으로 그 어떤 누구와도 쉬이 친구가 될 수 있고 이를 정리하기도 쉬워졌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온라인, SNS에서 만난 흔히 말하는 ‘인친’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친구사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의리 및 우정 등은 애초에 배제된 상태의 친구인 셈이다.

이렇게 후렌드가 되기 위해서는 취향, 가치관, 라이프스타일 등의 요소들이 교집합을 이루는 관계여야 한다. 직접 만나지 않아도 이런 부합된 요소가 있다면 가상의 플랫폼 속에서 절친이 되기도 한다. 물론 취향은 존중하지만, 뜻하지 않게 어느 부분에서 틀어진다면 친구 관계를 단절시키기도 한다. 거기에는 어떤 애틋함 또는 미련도 없다.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 속에서 어떤 이와 지속적 교류가 생겼다면 그와 나는 후렌드인 셈이다. 하지만 지속되는 어떤 피드들이 나와 부합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면 어떤 통보도 없이 그 관계망은 끊어진다. 상대방은 내심 상처를 입을 수도 있을 테지만, ‘우리는 남이다’라는 명제 하에 모든 게 허용되는 것이다.

내 속내를 털어놓기도 편하다. 왜냐하면 그와 나는 완전한 남이기 때문이다. 단지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또 조언도 해 주는 후렌드였지만, 어느 순간 틀어지면 그냥 ‘언팔’ 하나로 모든 게 해결된다. 심지어 최근 SNS 플랫폼들은 나와 그가 현재 친구가 아닌 것조차 모르게 이 작업들을 진행한다. 그러니 상대에게 불쾌감을 줄 일도 별로 없다.

결론적으로 MZ세대와의 관계를 위해서는 ‘질척대지 않는 선’에서의 적정 거리가 필요하다. 그리고 동시다발적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다양한 취향을 미리 파악하고 지속적 연결 고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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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4 놀이터

MZ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마케팅 측면에서 중요한 요소다. 기존 톱다운 방식으로 전달되던 클래식 미디어는 이들에게 무용지물에 가깝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로운 세대의 특징 중 하나가 ‘참여’를 중요시 한다는 것을 이미 언급했다. 이 세대는 타인의 취향은 존중하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토로하는 데 스스럼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SNS, 유튜브, 틱톡 등의 플랫폼이 각광받는다. 이곳에는 전통적 미디어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광범위한 콘텐츠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업로드된다.

셀 수 없이 많은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MZ세대는 ‘후렌드’라 지칭하고 함께 놀 수 있는 관계망을 만들어 낸다. 그간 SNS상에서 수도 없이 진행되었던 이벤트들 역시 이와 같은 참여의 장으로써의 놀이 공간이었던 셈이다. 어떤 놀이터는 말장난을 걸고, 어떤 판은 MZ세대가 혹할 수 있는 상품을 건다. 예를 들어 나이키가 한정판 스니커즈 라플을 진행하면서, 이것을 획득할 수 있는 추첨에 참여하려면 여러 차례의 놀이 관문을 거치게 만든 것도 역시 그렇다. 동시에 MZ세대가 주도적으로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속칭 ‘바이럴’이라고 하는 SNS상 확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아도 단박에 눈길을 끌 수 있고, 또 재미있어 몰입할 수 있는 요소를 삽입하는 것이다. 일단 재미가 없으면 MZ세대는 마케팅적 접근을 어떤 강요라 생각하고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놀이의 개념은 오프라인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모 브랜드에서는 지정한 모자, 옷, 신발을 착용하고 온 고객에게만 자신의 한정판 제품을 획득하는 기회를 주기도 했다. 부정적으로 비칠 수도 있는 이벤트였지만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정작 참여하는 이들에게는 이 자체도 어떤 놀이로 여기기도 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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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5 스마트 소비

위 모든 특징의 결과로 도출되는 실천적 행위들은 결국 ‘소비’로 귀결된다. 다양성을 추구하고, 작은 참여라도 소중하게 여기며, 느슨한 관계망을 선호하고, 재미있는 놀이에 집중하는 MZ세대들의 소비 형태는 결국 남는 것이 싫은, 과잉보다는 절제적 소비로 실천된다. 이는 분명 현실이 부가한 주거 형태와도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많은 뉴스를 통해 알 수 있듯 젊은 세대가 자기 집을 소유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대부분이 빌려 살거나 혹은 공유 주택 등으로 함께 사는 형식을 택한다.

이제 과잉의 시대는 완전히 사라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로운 세대는 부족한 것보다 남는 것이 더 두렵다. 동시에 소모되는 것보다 집 안에 잔뜩 쌓여 있는 것이 싫다. 근래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로 급부상했던 ‘버리며 살기’ 역시 이와 같은 소비 행위와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이왕이면 싼값에 많이 사는 게 좋다는 쪽으로 소비가 실행되었다. 그래서 다다익선이 절대적 기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MZ세대는 밸런스가 맞는, 그래서 남는 것이 없는 ‘잉여 제로’에 초점을 맞춘다. 과거 가족 단위에게는 필수적이던 창고형 마트가 이들에게 크게 매력적이지 않은 것 역시 이 때문이다. 되려 한 번 딱 먹을 만큼 포장된 과일, 비싼 최신식 세탁기를 구입하기보다는 빨래방을 이용하는 등의 여분이 남지 않고, 번거롭지 않으며, 불편을 없애는 쪽으로 소비 성향이 기울고 있다는 말이다. 이 역시 마케팅적 측면에서 바라보면, MZ세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시간, 공간, 스트레스를 채우기보다는 덜어 줄 수 있는 아이템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말이 된다.

이와 같은 밀레니얼 Z세대, 즉 MZ세대의 특성들은 비단 이 세대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역으로 전이되어 구세대인 밀레니얼 세대에까지도 이 특성들이 번지고 있다. 고 신해철의 밴드 ‘넥스트’는 그들의 노래 ‘도시인’에서 1990년대 세대들을 그렸지만, 이제 그 도시인들은 꼰대로 치부되는 중년이 되었다. 현대사회는 MZ세대에 의해 주도된다. 여전히 바쁘게 현실에 쫓기는 도시인이지만 30년 전의 모습과 MZ 도시인의 모습은 아주 상이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모두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손을 내밀어 악수하지만 가슴속에는 모두 다른 마음’이라는 ‘도시인’ 노래 속 소절이 굉장히 와닿는다. 우리네 세대가 각기 다른 마음을 가졌듯, MZ세대의 속내 역시 그렇다. 변화하긴 했겠지만, 현재의 이 속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야만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글 이주영(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17호 (20.02.2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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