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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봉준호→샤론 최까지"..오스카 탄 '기생충', 韓 넘는 세계어 됐다(종합)[Oh!쎈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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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OSEN=김보라 기자] 자막이라는 1인치의 장벽을 넘는다면 전 세계 수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던 봉준호 감독의 말대로 ‘기생충’은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 영화인이 집중하는 작품이 됐다. ‘기생충’으로 소통을 하게 됐으니 언어라고 표현해도 좋을 터다.

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기록한 ‘기생충’ 팀이 오늘(19일) 오전 서울에서 수상을 기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대중 앞에 섰다.

이날 기자 간담회에는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 등 주연 배우들과 봉준호 감독, 제작사 바른손 E&A 곽신애 대표, 봉 감독과 각본을 맡은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 감독이 참석해 미국 전역을 돌며 수상한 이야기를 전했다. 최우식은 영화 촬영으로 인해 아쉽게 불참했다.

봉준호 감독은 “캠페인 당시엔 북미 배급사 네온이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중소 배급사였다. 우리가 처한 상황은 마치 게릴라전 같았다”고 회상하며 운을 뗐다. 거대 스튜디오나 넷플릭스와 비교해 적은 예산을 갖고 열정적으로 뛰어 다녔다는 것.

봉 감독은 “그 말은 저와 송강호 선배가 코피 흘릴 일이 많았다는 의미다. 인터뷰만 600차례 이상, 관객과의 대화도 100회 이상 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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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봉 감독은 “경쟁작들은 LA 시내에 광고판이 있고 신문에 전면광고가 나왔다. 우리는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CJ와 바른손, 배우들이 팀워크로 물량의 열세를 극복하면서 열심히 했다”그간의 여정을 되짚었다.

‘오스카 캠페인’에 열정을 올린 이유에 대해 “한때는 그런 생각도 했었다. 토드 필립스, 노아 바움백,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바쁜 창작자인데 왜 일선에서 벗어나서 시간 들여서 캠페인을 하는지, 스튜디오는 왜 많은 예산을 쓰는지 이상하게 보인 적도 있었다. 그래도 이런 식으로 작품을 밀도 있게 검증하는 구나, 영화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점검해보는 과정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오스카 캠페인 과정은 곧 아카데미 피날레를 장식하는 것과 같았다.

‘기생충’은 지난해 5월 국내 개봉해 천만 관객을 돌파했으며 미국의 모조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1억 7천 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한화로 치면 2천억 원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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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사랑받은 이유에 대해 그는 “제 영화는 우스꽝스럽고 코미디적인 면도 있지만 현대 사회의 빈부격차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씁쓸하고 쓰라린 면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걸 피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부분을 정면 돌파했다. 관객이 불편하고 싫어할까 봐, 그런 두려움에 영화에 당의정을 입혀서 달콤한 장식으로 영화를 끌고 가고 싶진 않았다”고 자신의 기획의도를 다시 한 번 명확히 했다.

봉 감독은 “우리가 사는 시대에 대해 솔직하게 그리려고 했던 게, 대중적인 측면에서 위험해 보일 순 있어도 이 영화가 택할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다”는 생각도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이야기는 동 시대 이웃들에게 볼 수 있을 법한 이야기인 데다 뛰어난 앙상블의 배우들이 실감나게 표현했다”며 “현실에 기반한 분위기의 영화라서 폭발력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닐까 짐작한다”고 전 세계 관객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얻은 비결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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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이 미국 전역을 돌며 수상할 때 그의 옆을 든든하게 지킨 통역사 샤론 최도 덩달아 관심을 받고 있다. 그녀는 지난해 5월 열린 72회 칸 국제영화제부터 이달 9일(현지시간) 진행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장장 10개월에 걸쳐 봉준호 감독의 소감을 전달해줬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2018)의 통역을 맡았었는데 봉 감독의 통역도 맡아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아 나서게 됐던 것.

샤론 최가 봉준호의 속내까지 정확히 통역한다고 화제를 모으면서 관심을 받았다. 그녀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존경하는 감독님의 말을 정확히 전달하지 못 할까, 하는 불안감에 항상 전투를 벌이는 기분이었다”며 “무대 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치료법은 무대 뒤에서 하는 10초간 명상 뿐이었다. 관객들이 보고 있는 것은 내가 아니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고 통역 비법을 전했다. 그러면서 “통역하는 동안에는 추억에 잠길 시간은 없다. 지금 이 순간만 존재할 뿐이다. 각각의 기억을 재빨리 지워나가며 다음 말이 들어올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그녀의 노력 덕분에 봉준호 감독 식 유머와 위트가 미국의 영화 팬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오는 26일 ‘기생충’의 흑백판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에 봉 감독은 “고전 영화나 클래식 영화에 대한 동경, 로망이 있어서 만들었다”면서 “흑백판을 통해 배우들의 미세한 표정이나 연기 디테일, 뉘앙스를 훨씬 더 많이 느낄 수 있다. 알록달록한 컬러가 사라지니까 배우들의 표정과 눈빛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거다”라고 말했다.

/ purplish@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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