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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매경춘추] 세상에 없는 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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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과일을 고르다 눈에 띄는 표시를 보았다. 과일의 당도 표시다. 과일의 단맛을 보통-높은-매우 높은 순으로 구분해 벌꿀의 개수로 표현해 놓았다. 이쯤에서 궁금증 하나. 당도는 어떻게 구분될까? 과일의 당도는 과일 100g 내 당 성분 함량을 퍼센트로 표현하고 브릭스(°Bx) 측정 단위를 사용한다. 보통 당도는 9 미만, 높은 당도는 9~11 미만, 매우 높은 당도는 11 이상에 해당하는데 이 기준은 '농산물 표준규격'에 따른다. 농산물 표준규격은 전국적으로 농산물이 통일된 기준에 맞게 유통되도록 한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개인마다 다른 주관적인 맛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바로 표준이다. 표준이란 여러 가지 다양한 것이 섞여 있는 범주에서 가장 일반적이거나 평균적인 것을 의미하고 사물의 정도나 성격 따위를 알리는 근거나 기준을 말한다. 마치 과일의 당도처럼 주관적인 문제의 객관적 평가와 기준인 셈이다. 표준은 산업 발전의 기반이자 소비자 보호 역할도 하니 일상에서 표준은 삶과 이어져 있다.

과거 우리나라의 1980년대 측정 표준은 국가 산업을 위한 표준이었다. 1990년대는 환경, 신소재, 신기술 분야의 표준을 만들었다. 오늘날은 5G·빅데이터·블록체인 등 정보화 기술을 둘러싸고 글로벌 표준 전쟁을 치르고 있다. 국가 산업에 중요했던 측정 표준의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는 추세다. 사회는 인간과 환경 친화적 기술을 더욱 요구하고 있다. 제품의 품질 평가부터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측정에 이르기까지 표준이 요구되는 범위는 방대해져 가고 있다. 대기오염 측정, 식품 안전 검사 등 수많은 측정이 인간의 건강과 권익 보호를 위해 발전하고 있다.

현대 표준은 기계 중심의 측정에서 사람 중심의 측정으로 옮겨 가고 있으며, 국민의 안전하고 건강한 삶과 같은 국가·사회 목표를 달성하는 데 올바른 길을 제시해 준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인간공학 발전은 인간의 윤택한 삶에 대한 욕구와 맞물려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에 미래 사회에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삶의 질과 연관된 새로운 측정과 표준의 등장이 기대된다. 최근 정부는 국민들이 생활 속 표준에 친근하게 접근하도록 생활 표준화 국민제안 사이트 '국민행복표준'을 구축했다.

인간 활동의 기초는 측정이며 그 기준이 표준인 만큼 행복지수를 높일 세상에 없는 표준을 만들어 삶의 기준을 설계해 보길 권한다.

[남승훈 출연硏 과학기술인協총연합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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