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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타다 비싸도 타는 건 시장의 선택…건설적 해법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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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판사, 정치·행정으로 해결 당부

스타트업 “혁신 서비스 가능해져”

택시 “정부·국회 상대 강력 투쟁”

국토부 “타다 금지법 밀고 나갈 것”

운수법 보완 여부 국회에 달려

전문가 “정부·업계 상생안 마련을”

중앙일보

이재웅 쏘카 대표(왼쪽)와 타다 운영사 VCNC 박재욱 대표가 19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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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산업 주체들과 규제 당국이 함께 고민해 건설적 해결책과 솔루션을 찾는 것이 계속될 재판의 학습 효과이자 출구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19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형사18단독 박상구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은 무죄”라고 선고한 뒤 판결의 의미를 이런 짧은 소감으로 전했다. 갈등을 극대화하는 소모적인 사법절차 대신 정치와 행정의 영역에서 해법을 찾아 달라는 당부다.

이용자를 기사 딸린 렌터카 임차인 판단

지난해 12월 기소된 타다 재판의 쟁점은 타다에 적용할 법을 어떻게 해석할지였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법)은 여객자동차운송사업자라면 면허를 받아야 한다고 정한다. 자동차대여사업자라면 사업용 자동차를 빌린 사람에게 운전자를 알선해서는 안 되고(34조2항) 유상으로 여객을 운송해서도 안 된다고 정한다(34조3항). 검찰은 타다가 면허 없이 여객운송을 해 위법하고, 자동차대여사업자이면서 유상으로 여객을 운송했다고 봤다.

반면에 타다 측은 여객법 34조2항에 달린 단서를 내세웠다. 단서에는 자동차대여사업자가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는 예외가 시행령으로 나온다. 정원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자동차를 빌리는 사람은 운전자 알선이 가능하다고 했으므로 이에 해당하는 타다는 문제가 없다는 논리다. 결과적으로 재판부는 타다의 손을 들어줬다. 현행법상 문제될 것이 없다는 취지에서다.

재판부는 타다 측이 여객법 34조3항을 위반했다고 볼 수 있는지도 따졌으나, ‘여객 운송’이라는 문구가 법에서 명확하게 정해 놓은 바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기소된 이재웅(52) 쏘카 대표가 고의로 법의 취지를 피해 가려 한 것도 아니라고 명확히 했다. 타다 서비스를 구상하며 ▶택시보다 요금을 비싸게 측정하고 ▶로펌 법률 검토를 거친 점 ▶국토교통부와 논의하며 부정적인 행정지도가 없었던 점 ▶2019년도 서울시 택시 운행은 줄었지만 매출이 3.5% 증가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어 재판부는 “비싸고 혼자여도 타다를 호출하는 건 시장의 선택”이라며 “우버사건을 거치며 사회적 합의가 어려운 한국에서 모빌리티 사업의 허용 범위를 시험하며 플랫폼을 설계해 타다를 출시한 사정만으로는 그에게 법을 빠져나갈 고의가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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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는 무죄 판결 직후 타다 앱 이용자들에게 ’타다는 법원이 판결한 합법적인 서비스입니다“라는 알림 메시지를 보냈다. [타다 앱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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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 대표를 비롯해 타다 서비스를 운영 중인 박재욱(35) VCNC 대표 및 회사법인 쏘카와 VCNC는 모두 무죄 선고를 받았다. 최종적인 법적 판단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일단 타다로서는 그동안 발목을 잡아 왔던 불법과 편법 논란에서는 풀려나게 됐다. 게다가 정부에서 요구하던 택시면허 구입도 할 필요가 없어지는 등 제약도 사라졌다. 그동안 자제했던 증차 등 적극적인 사업 확장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타다 측과 스타트업계는 환영 입장을 밝혔다. 이재웅 대표는 “혁신을 꿈꾸는 이들이 공포에서 벗어나 세상을 더욱 따뜻하고 창의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실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스타트업들이 불안을 조금은 덜고 사업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앞으로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가 출현하기 위해선 제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택시면허 운영, 거래 방식 개편 필요”

문제는 타격을 받을 택시업계의 반발이다. 택시면허 체계의 근간이 흔들릴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면허 없이도 승합렌터카를 이용한 승객 운송사업에 누구나 뛰어들 수 있게 돼 경쟁이 더 심화될 확률이 높다. 게다가 타다 등의 등장으로 거래가격이 크게 떨어진 개인택시 면허의 경우 이번 판결로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때문에 파업 등 극단적인 방식이 다시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관련 업계의 관측이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오영진 팀장은 “사실상 택시처럼 운영되는 만큼 타다를 절대 인정할 수 없다”며 “누구나 앱을 만들어서 그런 식으로 영업하면 여객운송 질서가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더 강력한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 해결의 열쇠는 국회와 국토교통부로 넘어갔다.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여객자동차법 개정안(타다 금지법)이 관건이다. 국토부는 타다 금지법을 예정대로 밀고 가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법부 판단으로 사회적 갈등이나 논란이 해소되는 게 아니다”며 “(택시 등과의)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아마도 기존 큰 틀은 그대로 유지한 채 일부 내용을 수정할지, 보완할지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국토부 관계자는 “상당히 난감한 상황이 됐다”며 “개정안에 부정적인 일부 국회의원을 설득하기가 더 힘들게 됐다”고 토로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정부와 택시업계, 모빌리티업계가 발전된 상생안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며 “기존 택시면허 운영과 거래 방식 등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며, 택시업계도 시대 흐름을 받아들이고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헌구 인하대 교수는 “자칫 예전의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회귀할 우려가 커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이수정·염지현·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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