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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대구 3大 병원 응급실 폐쇄… 위급환자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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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코로나 확산] 인구 240만명 대구, 의료체계 최전선이 흔들

치사율 낮은 감염병 사태로 심근경색·중증 외상환자 생명 위협

시민들 선별진료소로 몰려들어, 진단키트 동나 검사도 못받아

19일 하루 동안 신규 확진자가 15명이 나온 대구는 확진자들이 들른 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등 대구의 3대(大) 대학병원 응급센터 3곳이 모두 줄줄이 폐쇄됐다. 인구 240만명의 대구시와 주변 지역의 응급 의료를 책임지는 대구의 대학병원 응급실 4곳 중 3곳이 동시에 기능을 상실했다.

이 중 계명대 동산병원 응급실만이 이르면 20일 오전 중에 응급실을 재개할 예정이며, 경북대와 영남대 병원 응급실은 언제 재개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두 병원은 중증 응급 환자를 책임지는 권역응급의료센터 역할도 맡고 있어 생명이 위급한 응급 환자들의 진료에 큰 공백이 생기게 된다. 특히, 경북대병원 응급센터는 하루 방문 환자가 200명에 육박해 응급실 과밀화 전국 3~4위인 곳이다.

조선일보

19일 하루 사이에 대구·경북 지역에서 우한 코로나 확진 환자가 18명이나 발생한 가운데, 이날 오후 대구 서구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를 찾은 의심 환자들이 우한 코로나 감염 여부를 검사받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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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이 폐쇄되면 긴급 의료와 방역 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한 코로나 방역 체계의 최전선이 흔들리게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응급실 의료진도 대거 격리되기 때문에 지역 응급 의료 서비스 기능이 정지되는 비상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사망률 0.4% 수준의 감염병(중국 밖 지역의 사망률) 때문에, 시급히 처치하면 목숨을 건질 수 있는 심근경색증이나 중증 외상 환자의 생명이 위태로워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확진자 지나가면 응급실 1~2일 폐쇄

우한 코로나 감염증이 확산되면서 응급실 환자로 있다가 확진 판정을 받는 경우가 잇따르면서 이미 몇 차례 대형 병원 응급실 폐쇄가 있었다. 전남대병원, 한양대구리병원, 삼척의료원, 부산의료원 등 10여곳에 이른다. 심근경색증 증세로 응급실을 찾았다가 우한 코로나로 진단된 서울 종로구 29번째 확진자로 인해 고려대병원 응급센터는 이틀 동안 문을 닫았다. 응급의학과 교수 2명을 포함해 의사가 5명 격리됐고, 간호사, 응급구조사 등 의료진 24명이 2주간 격리되는 조치를 당했다. 응급실 전체를 공기 훈장소독 하느라 이틀이 걸렸다. 이 같은 일이 확진자가 지나간 거의 모든 응급센터에서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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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코로나 감염은 바이러스가 묻은 침방울에 의한 접촉으로 전파된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바이러스에 의한 에어로졸 공기 감염이 아니다. 그럼에도 확진자가 나온 곳은 공기 훈증소독이 이뤄지고 있다. 대한병원협회 이성순(일산백병원장·호흡기내과 교수) 의무이사는 "비말 감염 전파인데도 훈장소독을 하느라 하루 이틀 응급실을 폐쇄하는 것은 낭비"라며 "알코올 거즈로 확진자에게 노출된 곳을 잘 닦기만 해도 전염이 이뤄지지 않으니, 응급실 폐쇄 시간을 5~6시간 이내로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환자 한곳에 모아야"

응급실이 줄줄이 폐쇄되고 확진자가 한 번에 늘면서 이날 대구 내 선별진료소에는 우한 코로나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대구 시민 중 누구든 우한 코로나에 걸릴 수 있다'는 공포가 퍼진 것이다.

이날 오후 7시쯤 대구 중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선 우한 코로나 의심자들과 확진자 가족 등 6명의 검사를 끝으로 운영이 사실상 종료됐다. 오후 8시쯤 증상이 심해 찾아온 20대 여성도 "대구의료원으로 가라"는 말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중구보건소 관계자는 "워낙 많은 사람이 찾아와 진단약이 없어서 검사를 못 한다"면서 "타 보건소에서 구하려 했으나 그곳도 키트가 부족해 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구의 선별진료소 13곳이 이날 우한 코로나 비상사태에 돌입해 24시간 운영 체제에 돌입했지만 이런 불가항력의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의료 전문가들은 "선별진료소를 따라 의심 환자가 퍼지면 자연히 일선 병원, 응급실도 의심 환자나 확진자에 노출될 위험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대한응급의학회 허탁 이사장은 "우한 코로나보다 더 위중한 환자가 응급실에 많이 있는데, 과도한 방역 기준으로 응급실을 무조건 폐쇄하면 오히려 중증 응급 환자들이 심각한 위협에 처할 수 있다"며 "추가 감염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선에서 최소한의 의료진 격리와 예방 조치만 취하도록 지침을 바꾸고 가능한 한 응급실 진료 기능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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