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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오은영의 '토닥토닥'] 놀이터에서 계속 놀겠다 떼쓰면 "내일 오자"하고 안고 들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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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행복입니다]

조선일보

오은영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두 돌이 채 안 된 아이가 햇볕이 따뜻한 오후, 오랜만에 놀이터에 나왔다. 한 3시간 정도 놀았을까? 엄마가 그만 들어가자고 했다. 아이는 계속 조금만 더 놀고 싶다고 한다. 조금 더 놀고 꼭 들어가겠다고 약속까지 하고도 안 들어가겠다며 떼를 부린다.

이럴 때 부모는 보통 두 가지로 반응한다. 먼저, 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하다가 혼내는 경우다. 부모는 아이에게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면 아이가 이해하고, 이해하면 납득을 해서 설득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약속'의 개념도 잘 모른다.

나머지 하나는 일절 설명 없이 아이가 뭐라고 하든 무표정한 얼굴과 단조로운 톤으로 "안 돼. 안 돼" "하지 마. 하지 말라고 했어"라고 하는 것이다. 아이는 부모가 자신의 마음을 전혀 몰라주는 것 같아 마음의 상처를 입을 수도, 더 고집을 부릴 수도 있다. 아이는 기분만 나쁘고 지침을 배우지 못한다. 기분이 나쁜 것은 부모도 마찬가지다. 아이를 잘 다뤘다는 느낌보다 '도대체 얘는 왜 이렇지?'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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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문제가 발생한 현장에서는 간단하게 말하고 지침만 알려주면 된다. "오늘 재미있게 놀았다. 그렇지? 이제 들어가야 해. 집에 갈 거야." 아이가 "싫어. 싫어" 하면서 울 수 있다. 그러면 "내일 또 와서 놀자"라고 말해주고 아이를 바짝 안고 들어가면 된다. 안고 들어가면서도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 엄마가 그만 울라고 했지! 너 다시는 안 나올 줄 알아"라는 말은 필요치 않다. 그냥 그렇게 끝내야 한다. 그래야 아이가 그 상황에 필요한 지침을 배울 수 있다.

[오은영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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