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1 (월)

GM, 100년 브랜드 `홀덴` 철수··한국GM도 안심 못한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275]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실적이 저조한 호주, 뉴질랜드, 태국에서 일부 공장 매각, 브랜드 철수 등 사업을 축소하기로 해 국내 완성차 업계에도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홀덴은 호주에서 100년 가까이 유지해온 브랜드로, 이를 포기한다는 것은 갈수록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한국GM 사업도 언제든지 철수할 수 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GM은 내년 말까지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판매·설계·엔지니어링 영업을 축소하고 호주 현지 브랜드인 '홀덴(Holden)'을 아예 은퇴시킬 방침이라고 1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호주 홀덴사는 1856년 마구(馬具) 사업으로 출발한 업체로 1931년 미국 GM에 인수됐다.

이후 호주 최초 완성차 생산 업체로 커가면서 GM홀텐의 엘리자베스 공장은 명실상부한 호주 제조업의 구심점이 됐다.

그러나 2000년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유럽·일본 완성차 업체들과 품질·서비스 경쟁력에서 뒤처지면서 GM의 호주 철수설이 시시각각 불거졌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GM은 2012년 호주 정부에서 향후 10년간 10억달러를 지원받는 대신 홀덴 공장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하고 2억7000만달러를 선지급받은 뒤 보조금 지급이 중단되자 2017년 초 홀덴 공장 폐쇄 계획을 발표했다. 그해 10월 GM은 이를 실행에 옮겨 엘리자베스 공장을 폐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해 일본 도요타마저 현지 공장을 폐쇄하면서 호주는 완성차를 자체 생산하지 못하고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로 전락했다.

공장 폐쇄 후 GM은 호주에 홀덴 브랜드를 유지하며 미국에서 생산되는 세단과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에 홀덴 마크를 붙여 판매해왔다.

그러나 2017년 공장 폐쇄 당시 먹튀 논란을 일으킨 데다 유럽·아시아 브랜드와 경쟁에서 모멘텀을 찾지 못하면서 점유율은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호주의 자동차 최대 수입국은 일본(37%), 태국(30%), 한국(16%) 등으로 미국 점유율 4%에 불과하다.

매일경제

호주 시장에서 홀덴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는 GM홀덴의 SUV `아카디아` 모습 /사진제공=GM홀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또 2018년 최다 판매 브랜드별 순위에서도 GM의 홀덴은 포드(5위·6만9081대)에도 못 미치는 6만751대(6위)밖에 팔지 못했다.

GM이 홀덴 브랜드를 내년까지만 유지하기로 하면서 현지 영업·유통망 종사자들은 미래 생존의 위협에 직면하게 됐다.

호주자동차협회에 따르면 GM이 2017년 엘리자베스공장을 폐쇄한 뒤 950명의 대량 실직 사태가 벌어졌다.

이로 인해 현지 여론이 악화하자 이듬해 8월 GM은 호주를 연구개발(R&D) 거점으로 설정하고 1억2000만달러를 투자해 500명의 일자리를 키우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약속을 한 지 불과 1년6개월 만에 홀덴 브랜드 포기를 결정하며 호주 정부와 소비자에게 두 번 생채기를 낸 꼴이 됐다.

내후년이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호주 홀덴 브랜드의 흥망성쇠는 당장 한국GM의 미래 운명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매일경제

GM이 최근 공개한 자율주행차 `크루즈 오리진` 모습. GM은 대대적인 글로벌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확보한 재원을 이 같은 미래차 개발에 쏟아붇고 있다. /사진제공=G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호주 먹튀' 논란과 닮은꼴로 GM은 한국 시장에서도 한국GM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과 줄다리기를 하며 2018년 8월 8100억원을 수혈받은 바 있다.

그해 2월 한국GM 군산공장을 전격 폐쇄하면서 한국 정부와 정치권은 지역 자동차산업 붕괴와 민심 이반이라는 공포감을 느끼며 자금 지원에 적극 나섰다.

GM 측도 산업은행의 자금 지원에 상응해 '한국 시장 10년 이상 잔류·향후 5년간 15개 신차 출시·고용 확보 노력'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난 3년을 돌이켜보면 GM이 진정성 있는 약속 이행을 추구했다고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자금을 수혈받은 뒤 본업에 충실하기보다 되레 생산과 연구법인 분리라는 카드를 꺼내 "향후 한국 시장 포기·출구 전략을 미리 짜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샀다.

국내에 새롭게 출시한 신차가 소형 SUV인 트레일블레이저 단 한 차종에 불과하다는 점도 시장 경쟁과 마케팅에 대한 의지 부족 논란을 일으킨다.

더 심각한 점은 지난해 내수 판매 실적이 7만6471대로, 전년(9만3317대) 대비 무려 2만대 가까이 쪼그라들었다는 사실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 호주 홀덴 브랜드 폐기 결정이 호주 내 연간 판매량이 6만대까지 주저앉은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최근 7만대까지 떨어진 한국GM 미래도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GM이 수입자동차협회에 가입했다"며 "이는 국내에서 생산 역량을 극대화하기보다는 미국 본토에서 생산된 차량을 수입해 판매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한편 GM은 이번 국외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828명, 태국에서 1500명을 각각 감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미래 차 개발과 관련 모빌리티 서비스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향후 그룹 역량을 집중할 대상지로 중국, 멕시코, 남미 시장을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이재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