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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제주 여행-느리게 보는 제주의 서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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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 일번지답게 볼거리 많은 제주를 여행하는 방법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제주올레길 걷기에서 한 달 살기까지. 제주를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이번엔 며칠 동안 서쪽만 살펴보는 건 어떨까? 이호테우해변에서 환상숲곶자왈공원을 지나 중문까지, 볼거리 많고 꽃 내음 물씬 풍기는 제주 서쪽 여행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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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여행 코스가 달라졌다. 예전에는 제주공항에 도착하면 제주시는 들르지도 않고 곧바로 1100도로(1139번)를 타고 달려 중문이나 서귀포에 머물다 성산일출봉 한 번 들렀다 오는 코스가 일반적이었는데, 다양한 여행 프로그램이 개발되면서 제주 여행 풍경도 확 변했다.

변화의 주역 중 첫 번째는 제주올레길이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 425㎞에 걸친 26개 코스가 만들어졌고, 해마다 길을 걷는 이들이 늘어나 5000여 명이 완주하고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완주는 못 해도 잘 조성된 제주올레길을 걷고 싶어하는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렌터카만 생각하던 제주 여행의 색깔이 달라졌다. 두 번째는 제주로의 이주 열풍이다. 제주올레길을 걸으면서 제주의 속살을 보게 된 이들이 진짜 제주의 매력에 빠져 이주를 결심하게 된 것이다. 2010년부터 시작된 제주도 이주 열풍은 2010년대 중반에는 해마다 평균 1만여 명을 넘을 정도로 기현상을 보이다가 2018년부터 급하향세지만 새로운 일을 찾아 제주로 온 이들이 의욕을 갖고 시작한 사업들로 기존 제주와는 다른 스타일의 문화적 공간들이 늘어났다. 세 번째는 여행 트렌드 중 하나로 등장한 ‘한 달 살기’의 최적지가 국내에서는 제주도라는 점이다. 머물며 살아 보는 체험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제주는 한 달 정도 머물기에 환경적으로나 비용적으로 적당한 곳으로 알려졌다. 연령에 상관없이 제주에서의 한 달 살기를 위한 정보는 매일매일 급증하고 있다.

그렇게 한라산과 성산일출봉, 용두암과 만장굴로 대변되던 제주는 이제 이효리가 살던 애월, 올라가 볼 만한 새별오름, 녹차밭이 아름다운 오설록티뮤지엄, 동백이 아름다운 카멜리아힐, BTS카페 공백 등 다양하고 독특한 개성의 전문적인 콘텐츠로 관광객을 끌어들인다.

전과 다른 제주, 가장 먼저 봄이 오는 따뜻한 제주를 만나기 위해 이번에는 자연 풍광이 좋고 문화 시설이 많은 서쪽만 보기로 했다. 제주공항에서 출발해 일주서로(1132번)를 타고 서쪽 해안을 따라가다가 중산간서로로 중문까지 가서, 사흘째에는 평화로를 타고 제주시로 돌아오는 2박 3일 코스다.

▶#1 일주서로 따라가는 서쪽 해안 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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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테우해변에서 신창리풍차해안까지 35㎞의 드라이브 코스는 하늘 맑은 낮에는 몽실몽실한 구름 구경하기 좋고, 저녁에는 황홀한 일몰과 석양을 감상하기 좋은 코스다. 일주서로를 따라 서쪽으로 7㎞ 정도 가면 멀리 빨간 말이 눈에 들어온다. 말 등대로 유명한 이호테우해변이다. 해안 마을인 이호 지역민들이 벌선筏船(뗏목 배)인 ‘테우’로 고기를 잡았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트로이 목마를 연상시키는 말 모양 등대가 세워진 이후, 테우보다 말 등대를 보러 오는 이들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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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테우에서 테우해안로를 따라 2㎞ 더 서쪽으로 가면 까맣고 동글동글한 몽돌로 가득한 알작지가 나온다. 파도가 밀려와 몽돌에 부딪히면서 나는 소리가 힐링 사운드라 하여 ‘알작지 ASMR’로 요즘 유명해졌다. 알작지의 몽돌해변을 지나 12㎞ 더 서쪽으로 가면 요즘 제주도에서 가장 산책하기 좋은 길로 꼽히는 한담해안산책로에 닿는다. 애월에서 곽지해수욕장까지 구불구불하게 이어진 1.2㎞의 산책로는 바로 바다를 곁에 두고 조성되어 해안의 검은 돌에 부딪혀 부서지는 파도 소리가 일품으로, 비교적 최근에 ‘제주시 숨은 비경 31’ 중 하나로 공개되었다.

산책을 마치고 나와 이쯤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튼다. 에메랄드빛 바다가 아름다운 금능해안을 지나면 이국적인 선인장이 삐죽삐죽 튀어나온 마을이 나타난다. 월령리 선인장마을이다. 바닷가에 난데없이 선인장 군락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연유를 캐 보면 멕시코에서 쿠로시오 난류를 타고 밀려온 선인장 씨앗이 제주의 바위틈에서 싹을 피웠는데, 제주 바위들이 바람을 막아 주니 점점 증식해서 지금의 자리를 잡았다는 것. 손바닥 모양의 선인장에서 노란 꽃이 피어 겨울이 되면 보랏빛 열매를 맺는데 이것이 건강 식품으로 유명한 백년초다. 돌담 옆에 심어 놓으면 선인장 몸체는 뱀이나 쥐가 들어오지 않게 막아주고, 열매는 소득을 올려 주니 월령리 사람들은 굴러 들어온 선인장 덕을 톡톡히 보는 셈이다.

고개를 들어 바다를 보니 멀리 커다란 풍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정확한 이름은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지만 신창리풍차해안으로 더 알려졌다. 바람 많은 제주, 바다로 둘러싸인 섬. 바람 불어 살기 힘든 섬이지만 바람을 에너지로 바꾸기 위해 2004년에 풍력 발전기 10기를 신창리 앞바다에 설치했다. 10기의 풍력 발전기가 윙윙 돌아가는 모습이 멀리서 보면 대형 바람개비 형상이라, 지나던 이들이 하나둘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더니 이제는 제주에 오면 꼭 들러야 하는 포토 스폿이 되었다. 바다 위에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투명할 정도로 맑은 제주의 바닷속을 보며 제주 바다의 바람을 맞으며 걷노라면 눈도 마음도 시원해진다.

▶ #2 매화, 수선화, 유채꽃, 동백꽃 찾아가는 플라워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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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 드라이브로 바다 구경을 실컷 했다면 잠시 한림에 멈춰 제주에서 먼저 핀 봄꽃 구경을 하는 것도 좋다. 1971년부터 제주를 대표하는 수목원 중 하나인 한림공원에는 2월 초인데도 벌써 80년 수령의 능수매화와 백매화, 홍매화, 청매화 등이 꽃망울을 터트렸다. 겨우내 피어난 50만 송이의 금잔옥대 수선화와 제주수선화도 여전히 화사한 모습을 펼치고 관람객을 맞는다. 겨울에도 푸릇한 야자수가 도열한 공원 오른쪽 아열대식물원 안에 동남아시아에나 가야 볼 수 있는 붉은 부겐빌레아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분재원에는 100년이 넘는 단단한 모과나무, 매화나무 분재들이 제주의 돌들 사이에 품위 있게 자리 잡고 있다. 용암 동굴이면서 석회 동굴에서만 볼 수 있는 석순과 종유석이 자라고 있어 학술적 가치가 큰 천연기념물인 협재굴과 쌍용굴을 비롯해 잘 조성된 9개 테마의 식물원을 구경할 수 있다.

제주의 봄을 상징하는 노란 유채꽃을 보려면 산방산으로 달려가는 것이 좋다. 1월부터 3월까지 제주 전역에서 유채꽃을 볼 수 있지만 가장 먼저 꽃망울을 터트리는 곳이 산방산 주변이다. 용머리해안 쪽에서 유채꽃을 봐도 좋지만 덕수초등학교에서 산방산 가는 길인 사계로 114번길을 따라가다 보면 곳곳에서 노란 유채밭을 만날 수 있다. 주변에 큰 건물이 없어서 고스란히 산방산을 배경으로 유채꽃밭 인증샷을 찍을 수 있어 인기가 높다. 밭 안으로 들어가려면 입장료 1000원을 내야 한다.

겨우내 피어 있던 동백은 이제 서서히 쇠락해 꽃송이채 바닥에 툭툭 떨어지고 있지만 한라산 중산간 언덕의 카멜리아힐은 동양에서 가장 큰 동백 수목원답게 2월에도 여전히 동백을 꽤 볼 수 있는 곳이다. 겨울이면 6만여 평 부지에 500여 품종의 동백 6000여 그루가 꽃을 피운다. 다양한 모양과 빛깔의 동백꽃이 피어 있는 소온실과 대온실, 유럽과 아태지역 동백숲이 따로 있고, ‘소녀시대’ 윤아가 광고를 찍었다는 새소리바람소리길 등 다양한 테마로 조성된 길을 걷다 보면 두어 시간이 훌쩍 지나 버린다. 새로 단장한 가을정원에는 바람 센 제주의 억새를 가득 심었고, 사이사이에 길쭉한 거울을 여러 개 설치해 저녁 햇빛을 받으면 눈부시게 반짝이는 억새 밭 풍광이 매력적이다.

한림공원 주소: 제주시 한림읍 한림로 300 / 운영 시간: 오전 8시 30분 ~오후 5시 30분 개표 마감

입장료: 성인 1만2000원, 어린이 7000원

카멜리아힐 주소: 서귀포시 안덕면 병악로 166 / 운영 시간: 오전 8시 30분~오후 6시 / 입장료: 성인 8000원, 어린이 5000원

▶ #3 제주의 생태를 배우는 에코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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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부터 독특한 곶자왈은 숲을 뜻하는 ‘곶’과, ‘나무와 덩굴과 돌이 뒤섞여 수풀처럼 어수선하게 된 모양’으로 ‘덤불’이란 뜻의 ‘자왈’을 합쳐 만든 이름이다. 화산섬인 제주의 도너리오름에서 분출해 흘러내려 온 아아용암의 끝자락이 만들어 낸 불규칙한 암괴 지대인 환상숲 곶자왈공원은 여름에도 섭씨 15도를 넘지 않을 정도로 서늘하고 습해 제주산 양치식물과 콩짜개덩굴을 비롯해 다양한 북방 한계 식물과 남방 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숲을 이루고 있다. 입구부터 돌 사이사이로 숨골이 보이고, 그 위를 콩짜개덩굴이 단단하게 감아 쥐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잘라도 또 자라는 강한 생명력의 식물들로 가득한 이 맹아림에는 꾸지뽕나무, 푸조나무, 녹나무, 다래덩굴 등 800여 종의 수목과 130여 종의 고사리들이 함께 살고 있다. 고목을 감싸고 오른쪽으로만 감아 올라가는 칡덩굴과 왼쪽으로만 말아 올라가는 등나무 덩굴이 만들어 내는 ‘갈등’을 보며 인간 사는 모습과 비교하게 된다. 곶자왈은 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하지만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가야 하는 삶을 돌아보게 하는 명상의 길이기도 하다.

중문관광단지 초입의 변전소 자리에 2019년 11월, 제주의 생태 문화를 보기 쉽게 표현한 생태 문화 복합공간인 ‘더플래닛’이 문을 열었다. 전시관은 제주에 살고 있는 멸종 위기종인 동박새와 종다리 등을 캐릭터로 만든 ‘버디 프렌즈 캐릭터 전시관’과 지구의 자연을 주제로 한 ‘생물 다양성 전시관’, 생태 과학 예술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생태 아카데미’로 구성되어 있다. 캐릭터 전시관에서는 다섯 캐릭터 인형과 제주의 자연을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상상해서 그린 ‘거멍숲 속 그림’ 그리고 팬톤 컬러칩처럼 새의 깃털을 형상화해서 만든 컬러풀한 ‘깃털숲’이 가장 인기다. ‘더플래닛’을 검색하면 깃털숲에서 찍은 아이들 사진이 무수하게 올라온다. 두 번째 전시관인 생물 다양성 전시관에는 한라산이 고향인 구상나무 이야기를 형상화한 ‘쿠살낭 이야기’ 공간, 바닷물 한 숟가락을 미세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영상과 철새들을 인도해서 함께 하늘을 나는 비행사 크리스찬 뮬렉의 영상을 상영 중인 영상관 등이 있고, 46억 년 지구의 역사 등을 인포그래픽으로 일목요연하게 표현한 공간 등이 인상적이다.

환상숲곶자왈공원 주소: 제주시 한경면 녹차분재로 594-1

운영 시간: 오전 9시~오후 6시(일요일 오전 휴무) / 입장료: 성인 5000원, 어린이 4000원

더플래닛 주소: 서귀포시 색달동 천제연로 70 / 운영 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 입장료: 성인 1만 5000원, 어린이 1만 원

▶ #4 독특한 건축물을 찾아보는 건축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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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서로를 따라 서귀포로 향하다 보면 대정읍 도로 옆에 모던한 건물 하나가 눈에 띈다. 건물을 끼고 돌면 어디서 많이 본 집 모양이다. 동그란 창이 나 있는 건물 옆 소나무 그루 수까지 비슷하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에 나오는 집 모양을 딴 추사관이다. 조선 후기 대학자이자 서예가인 추사 김정희 선생은 시대의 풍랑에 떠밀려 50대에 9년 동안 제주에서 유배 생활을 했다. 제주에 머무는 동안 학문을 닦고 서예에 전념하여 ‘추사체’를 완성했고, ‘세한도’를 그려냈다. 지난 2010년에 건축가 승효상의 설계로 추사 유배지에 새롭게 건물을 짓고 유물을 옮겨 추사의 예술관을 돌아보는 기념관으로 재단장했다. 전시관에는 국보 제180호의 ‘세한도’, 봉은사 현판 편액인 ’판전’, 해남 대둔사의 현판인 ‘무량수각’, 지인에게 보내는 편지 등 추사의 현판과 편지들을 전시해 놓았다.

한라산 중산간 서쪽, 산록남로에서 만나는 성이시돌목장에도 의미 있는 건축물이 있다. 성이시돌목장은 청정 제주의 초지에서 방목해 얻은 유기농 우유로 유명한데, 요즘은 사진을 찍으러 오는 이들로 관광 명소가 되었다. 1950년대에 제주에 온 아일랜드인 맥그린치 신부는 지역민들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신자들과 함께 축산업을 시작하고 요양 병원을 세우는 등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 헌신하고 선종했다. 이 맥그린치 신부가 고향 아일랜드에서 배운 건축 기술로 지역민들과 함께 목장에 임시 거처로 지은 집이 ‘테쉬폰’이란 이름의 건물이다. 2000년 전부터 바그다드 근방에서 지어졌던 형태의 건축물로, 텐트 모양으로 둥글게 틀을 세운 건물에 억새와 시멘트를 덧바르고 바닥에는 온수 난방까지 갖추었다. 예전에는 건축학도나 찾던 곳이지만, 160만 평의 상큼한 초록빛 초지와 빛바랜 노란 건물이 어우러진 신비한 분위기의 사진으로 일반인들의 이목을 끌게 되었다. 입구의 목조 주택은 제주 유기농 우유와 유제품을 판매하는 카페 ‘우유부단’이다.

추사관 주소: 서귀포시 대정읍 추사로 44 / 운영 시간: 오전 9시~오후 6시(월요일 휴관)

테쉬폰 주소: 제주시 한림읍 산록남로 53

▶#5 내 손과 혀로 경험하는 제주의 맛 체험

▷오설록티뮤지엄의 프리미엄 티 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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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부터 제주도에 녹차밭을 일궈 한국 전통 차 문화의 확산과 보급에 힘써 온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차 박물관, 오설록티뮤지엄. 서광 녹차밭 가운데 지어진 티뮤지엄에는 차 문화 체험 공간인 티스톤, 동서양의 다구 전시실, 찻잎의 로스팅부터 패키징까지 모든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티 로스터리, 산지에서 직접 맛보고 차를 고를 수 있는 티 스토어 등이 있다. 오설록 녹차를 맛보고 구매하기 위해 연간 150만 명이 다녀갈 정도로 알려진 제주도의 관광 코스이기도 하다. 2013년에 새로 만든 티스톤은 3면이 유리로 된 공간 안에서 전문가의 안내로 차를 맛보는 티 클래스를 운영한다. 그린티 클래스는 40분 동안 전통 다례를 모티프로 한 오설록 다례를 배우고 세작을 마시는 프로그램이고, 프리미엄 티 클래스는 50분 동안 오설록의 발효차 다례를 배우고 녹차 케이크와 호두곶감말이 등 4가지 티 푸드를 곁들인 애프터눈 티 세트를 맛보는 프로그램이다.

주소: 서귀포시 안덕면 신화역사로 15 / 영업 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주요 메뉴: 녹차아이스크림 5000원, 그린티 클래스 1만9500원, 프리미엄 티 클래스 2만8500원

▷아날로그감귤밭의 한라봉 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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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사 먹을 수 있는 게 제주 감귤이지만, 제주의 귤밭에서 내 손으로 직접 따서 까먹는 귤의 맛은 다르다. 노랗게 익은 감귤밭에서 사진도 찍고, 귤을 직접 따서 지인들에게 택배로 보내는 체험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아날로그감귤밭은 유기농으로 키운 귤나무에서 방문자가 직접 귤을 따서 가져갈 수 있는 곳이다. 귤을 따는 동안 인증샷을 찍을 수 있게 틴캔과 전지가위 등 소품도 갖춰져 있어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2월 한 달은 한라봉 따는 체험을 진행한다. 밭에서는 무제한 시식이 가능하다. 직접 담근 청귤청도 구매할 수 있고, 카페에서 귤칩과 음료수도 판매한다.

주소: 제주시 해안마을8길 46 / 영업 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 주요 메뉴: 한라봉 체험 7000원(가져가는 경우 1㎏당 6000원), 무농약 감귤주스 6500원, 텐저린라테 6000원

▶ #6 제주 서쪽 끝에서 만나는 맛집

▷바닷가 예쁜 카페, 니모메 빈티지 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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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애월 쪽으로 가다가 외도동에 이르면 바닷가의 오두막집 같은 예쁜 카페인 니모메 빈티지 라운지가 나타난다. 제주에 사는 이들은 이곳을 ‘니빈라’로 줄여 말하며 제주 베스트 카페 중 하나로 꼽는다. 전망 좋은 곳에 자리한 데다 인테리어 감각이 좋고, 케이크 맛도 한결 같다. 1층 창가에 앉으면 애월 바다를 오롯이 내 것처럼 품을 수 있고, 지하로 내려가면 주인장이 공들여 모은 전 세계의 앤티크 소품들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지하층 안쪽 자리는 레이스 커튼이 드리워져 카페 안에서 가장 로맨틱한 곳이다.

주소: 제주시 일주서로 7335-8 / 영업 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 / 주요 메뉴: 아메리카노 4500원, 아인슈페너 7000원, 레몬케이크 7000원

▷삼단찬합 도시락 맛집, 카페차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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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사람들은 예전부터 떡을 담아 두거나 어디에 갖고 갈 때 대나무로 만든 그릇에 담아 도시락처럼 들고 다녔는데 이를 ‘차롱’이라 부른다. 제주의 오랜 풍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삼단 나무 찬합에 음식을 담아내는 곳이 안덕의 카페차롱이다. 2019년 6월에 돌집을 고쳐서 카페로 오픈해 반년 만에 SNS 핫플이 되었다. 보자기에 정갈하게 포장되어 나오는 삼단찬합에는 간장새우 유부초밥과 전복버터밥, 흑돼지와 달걀로 속을 가득 채운 김밥, 달걀말이 샌드위치와 아이올리소스 생선튀김 그리고 제주 특산 오메기떡이 가지런히 들어 있다. 오픈 시간 맞춰 가도 30분에서 2시간까지 기다릴 각오를 해야 할 정도로 손님이 많다. 예약 먼저 하고, 근처 관광지에 다녀오는 것도 방법이다.

주소: 서귀포시 안덕면 감산로 3 / 영업 시간: 오전 10시 30분~오후 6시(월, 목 휴무)

주요 메뉴: 삼단차롱 1만9800원, 카모마일차 6000원, 플랫화이트 5500원

▷화덕 피자 맛집, 페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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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산방산 뒤쪽 안덕면 덕수리에 멀끔한 이탈리안 식당이 들어왔다. 나폴리 스타일 화덕을 만들어 참나무 장작으로 직접 피자를 구워 내고, 파스타와 뇨끼를 맛깔스럽게 요리하는 곳. 가끔씩 노을이 통창을 가득 채우며 홀의 샹들리에를 물들이면 그것만으로도 분위기 맛집이 되는 곳이다. 인천 ‘비스트로 페르레이’에 이은 두 번째 식당으로 젊은 셰프와 스태프들의 에너지가 펄펄 넘친다. 수준급 파스타와 배달 가능한 펭귄피자, 직접 로스팅한 루이커피 등 브랜딩 감각까지 멋져 유명 연예인들도 일부러 찾아가는 신상 맛집이 되었다. 화덕에서 갓 구워 낸 식전빵, 흑돼지로 만든 수제 살시차와 블랙올리브 토핑 올린 살시차 깔라마타 피자, 링귀니 면에 문어 다리와 감태 그리고 보말 페스토 올린 문어보말파스타가 아주 맛있다.

주소: 서귀포시 안덕면 덕수회관로 74번길 33 / 영업 시간: 오후 12시~오후 8시 / 주요 메뉴: 살시차 깔라마타 피자 2만1000원, 문어보말파스타 2만2000원, 시그니처 뇨끼 1만9000원

▶ #7 제주의 고샅길과 계곡에 자리한 조용한 숙소

▷자연 속 쉼터, 네이처트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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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읍 안쪽 조용한 마을 안에 지은 게스트하우스다. 푸른빛이 도는 고벽돌을 쌓아 모던하게 마무리한 외관 사진에 끌려 가 보니 정크, 모던, 인더스트리얼 등 세 가지 스타일의 객실 7개가 ‘ㄷ자’ 형으로 나란히 자리해 있다. 젊은 부부가 오랫동안 준비해서 2017년에 문을 열었는데, 군더더기 없이 심플한 설비에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다. 원목 가구와 세련된 소품들로 시각적으로 쾌적하고, 직접 만들어 주는 조식은 맛있고 따뜻한 정이 느껴진다. 큰길에서 안쪽으로 들어앉아서 자연의 소리 외에는 거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조용하고, 오솔길 따라 산책하며 제주의 낮은 숲을 구경할 수 있다.

주소: 제주시 한림읍 홍수암로 30-5 / 숙박료: 11만~15만 원(조식 포함)

▷비밀의 숲, 히든클리프호텔&네이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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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클리프호텔&네이쳐는 국내 최대인 57m 인피니티 풀에서의 나이트 풀 파티가 화제가 되면서 제주에서 가장 인기 있는 호텔로 등극했다. 객실은 계곡과 정원 전망이 있는데, 대부분 계곡 전망을 선호한다. 아침에 눈을 떠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원시림을 바라보며 일어나는 그 신비한 순간은 기대 이상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모던한 인테리어의 실내는 흠잡을 데 없이 깔끔하고 쾌적하다. 제주의 신비한 숲속에 자리한 조용한 숙소에서 밤이면 펼쳐지는 글로우 풀 파티에는 화려한 조명과 함께 감각적인 사운드를 구사하는 DJ들의 음악이 어우러진다. 인피니티 풀만큼 매력적인 것은 산책로다. 180만 년 동안 태고의 신비를 고스란히 간직해 왔다는 골짜기를 따라 돌담길, 대나무숲길, 오작교를 거쳐 동백폭포까지 왕복 4㎞에 걸친 산책로는 비경 중의 비경이다. 최근 새로 단장한 ‘더 트리니티 스파 바이 록시땅’은 더 트리니티 스파와 록시땅이 콜라보한 공간으로, 스페셜 테라피스트들이 록시땅의 아로마 오일로 트리트먼트를 해 준다. 테라피 받는 내내 아로마 향이 지속되어 여행의 피로를 말끔히 풀어 준다.

주소: 서귀포시 예래해안로 542 / 숙박료: 15만 원 선부터(콤피 윈터 프로모션은 2월29일까지, 조식 등 포함 21만~24만 원)

[글과 사진 신혜연(헤이컴 대표, 콘텐츠 기획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17호 (20.02.2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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