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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소설가 김영하 "독서앱 독점 선공개가 시장 잠식?"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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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의 서재서 신작 장편 소설 '작별 인사' 선공개

"근대 문학 이후 신문·계간지 연재 후 단행본 출간도"

"3개월 먼저 공개하지만 접근이 불가능하진 않아"

밀리의 서재 측 "동네책방·독립서점과 협의 진행 중"

뉴시스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김영하 작가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턴조선호텔에서 열린 7년 만의 장편소설 '작별 인사'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0.02.20. mspar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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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7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 '작별 인사'로 복귀한 소설가 김영하의 행보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김영하는 이번 신작을 월정액 독서앱 '밀리의 서재'에만 미리 공개했다. 일부 서비스 가입자에게 선공개 됐다는 점에서 '시장 잠식'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20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신작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김영하 작가는 "'밀리의 서재' 독점 선공개 상태인 것은 맞지만 시장 잠식이라는 비판은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이런 선공개 방식은 근대 문학 시작 이후 작가들이 대부분 해왔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신문에 연재해왔다가 묶어서 단행본으로 내기도 했다. 이것도 신문 독자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제공한 것이 된다. 20세기 초부터 그랬다"면서 "계간지에 전제, 연재하고 작품을 냈던 경우도 많다. 저도 그랬다. '빛의 제국'이 그랬고 '퀴즈쇼'는 일간 신문에 연재하고 단행본으로 묶었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신작을) 밀리의 서재에 석 달 먼저 공개하지만 접근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3개월 후에는 일반 독자들이 서점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또 "밀리의 서재에서 선공개되는 책들을 동네책방, 독립서점에 공급할 예정인 것으로 알 고 있다. '밀리의 서재' 가입이 꺼려진다면 가까운 동네 서점이나 독립서점에서 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작가는 "여러 경로를 통해 이미 밝혔지만 책이란 형태가 고정돼있지는 않다. 오래 전 책은 소리였고 이후에도 상당 기간 문학은 소리로 전해져왔다. 이후 단행본이 정형화 됐지만 저도 여행을 다닐 땐 전자책 리더기를 갖고 다닌다. 책을 많이 들고 다닐 수 없기 때문이다. 어릴 때 신발 한 켤레로 닳을 때까지 신었다면 지금은 이용 목적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신발이 있다. 마찬가지로 책 읽는 방식도 여건에 따라 전자책, 오디오북 등 달라질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밀리의 서재도 독점이라기보다는 선출간 단독 공개로 보는 게 정확할 것 같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김태형 밀리의 서재 유니콘팀장은 "대형 작가 중심의 생태계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데 저희는 대형 작가의 신간 뿐 아니라 다양한 책들을 포함할 예정"이라며 "초기 라인업을 대형 작가 중심으로 만든 것은 대중화에 나서기 위함으로 알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최근 선출간된 종이책들을 공급할 수 있는 동네책방과 독립서점들과의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르면 다음 달 중으로 구체적인 규모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탰다.

김영하 작가는 월정액 독서앱이라는 서비스에 관해서도 종이책의 물리적 한계를 대체할 수 있는 서비스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구독경제, 공유경제, 이 부분은 어떻게 보면 유료 도서관 형태가 아닌가 싶다. 도서관에 항상 갈 수는 없으니 가끔 이용해보면 좋겠다. 밀리의 서재만 읽을 순 없을 것이다. 대신 서로 보완하며 쓸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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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김영하 작가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턴조선호텔에서 열린 7년 만의 장편소설 '작별 인사'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0.02.20. mspar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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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러한 서비스를 견제하는 출판계를 향해 "저는 출판계에서 가장 큰 도전이라 할법한 것은 새로운 플레이어(플랫폼)의 등장이 아니라 더 이상 책을 안사는 사람들을 어떻게 다시 서점으로 모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일침을 가했다.

김 작가는 "제가 1995년 작가 생활을 시작했는데 그때 문학동네가 생겼다. 이전까지는 크게 문학과지성사냐, 창비냐를 중심으로 민음사 등이 손에 꼽혔다. 그리고 작가가 어느 진영에 들어가면 다른 진영에서는 책을 내지 않았다. 새로 등장한 문학동네는 작가들에게 선인세를 주는 등 출판계에 여러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비판도 받았지만 당시에는 파격적이었다. 그런 플레이어가 등장하면서 기존 플레이어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이야 밀리의 서재가 서비스를 알려야하니까 저를 필요로 할 수 있겠지만 크게 성장한다면 문학·출판계에 새 플레이어가 들어오는 셈이고 독자들은 새로운 선택권을 더 갖게 되는 셈이다. 작가들에게도 작품을 낼 수 있는 창구가 많아져서 나쁠 게 없다"고도 했다.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일수록 (종이책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건 세대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김 작가는 "고시원과 원룸을 전전하며 사는데 종이책을 어디에 어떻게 놓겠나. 책의 물성을 부담스러워하는 건 어떤 면에서는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한편으로는 디지털 포맷으로만 읽는 독자에게 종이책을 경험하게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전했다. 김 작가는 "독서라는 경험은 수많은 정보들 속에서 정제된 정보를 받아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누군가의 편집을 거쳐 정제된 정보를 받아보게 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jmstal0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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