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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대법 “부당해고 소송 중 정년 됐어도 재판청구권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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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대법원 전원합의체.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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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통해 해고의 효력을 다투던 중 정년을 맞이해 더 이상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라도, 권리구제를 위한 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20일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행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6년 7월 B회사와 두 달간의 인턴기간 후 10월부터 별도로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부소장으로 근무했다. 그러나 같은 해 12월 B사는 △A씨가 정해진 근로시간을 지키지 않는다거나 △정당한 상사의 명령에 불복하고 △대표에 대한 악성 험담을 계속한다는 등의 이유로 해고를 통보했다.

A씨는 B사의 해고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2017년 1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가, 복직명령 대신 ‘금전보장 명령’을 구하는 것으로 신청취지를 변경했다. 그러나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같은 해 5월 “이 사건 해고가 적정하다”며 A씨의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이후 A씨는 중앙노동위원회에도 재심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문제는 해고 효력을 다투던 중 A씨가 정년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B사는 2017년 9월 근로자 전체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취업규칙을 개정해 정년규정을 신설했고, 같은 해 10월부터 이를 시행했다. 이들이 정한 정년은 주민등록상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만 60세에 도달하는 날이며, 개정 취업규칙 시행일 이전에 입사한 직원에게도 적용되는 것으로 합의했다. 1957년 4월생인 A씨는 2017년 4월 정년에 도달했다.

1ㆍ2심 재판부는 “재심판정을 취소하더라도 A씨는 B사 취업규칙의 정년규정 시행일인 2017년 10월 정년의 도래로 당연 퇴직한다”며 “종전 근로자 지위를 회복하거나 금전보상 명령이 불가능해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없다”고 보고 소를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의 조건을 갖추지 못해 심판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 본안(본 재판) 심리 없이 소송절차를 종료하는 것을 가리킨다.

반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전원 일치 의견으로 이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전원합의체는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해 해고의 효력을 다투던 중 정년에 이르거나 근로계약이 만료하는 등의 사유로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라도,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을 필요가 있다면 구제신청을 기각한 중노위의 재심판정을 다툴 소의 이익이 있다”고 본 것이다. 부당해고 구제명령제도는 부당한 해고를 당한 근로자에 대한 원상회복을 위해 도입된 제도로, 근로자 지위의 회복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전원합의체는 이번 결정으로 앞선 대법원 판결도 변경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법원은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기각한 중노위 재심판정에 대해 소를 제기해 해고 효력을 다투던 중 다른 사유로 근로관계가 종료한 경우 소의 이익이 소멸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전원합의체는 “종래 대법원은 근로자가 민사소송을 제기해 미지급 임금 등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고 행정소송의 이익을 부정했으나, 민사소송을 통한 구제권리는 소송절차의 번잡성, 절차의 지연 등 문제가 있다”며 “이와 별개로 신속하고 쉬운 구제절차 및 행정소송을 통해 부당해고를 확인 받고, 임금 상당액의 손실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부당해고 구제명령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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