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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레이더P] 과대대표되는 `극문`··휘둘리는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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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민주당 이낙연, 이해찬 상임선대위원장과 각지역 공동선대위원장 등이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1차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퍼포먼스를 마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김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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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을 앞둔 더불어민주당이 일부 친문 지지층만을 의식한 행보를 잇달아 보이고 있다. '임미리 칼럼 고발'· '금태섭 지역구 추가공모' 등. 민주당이 선명한 노선으로 '집토끼'에 집중할수록 중도층 표심 이반의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당내 일각에선 '극문'(극렬 문재인 지지층)의 입김에 당지도부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론 국민여론의 한 줌에 불과"

복수의 민주당 의원들은 극문 성향의 지지층 여론이 '과대대표' 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A 의원은 "친문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등은 실제론 전체 국민여론의 한줌일 뿐인데 민주당 지도부와 개별 의원들을 크게 압박하고 있다"며 "의연하게 대처하고 큰 흐름의 여론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B 의원은 "2015년 말, 2016년 초에 걸쳐 입당한 친문 성향 온라인 당원들이 지역구 별로 의원들조차 통제하기 어려운 센 목소리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들이 민심과 괴리된 행보를 보이면 전체 당원 여론엔 영향을 크게 못끼칠 것"이라 지적했다.

일부 친문 지지층만 바라보는 '선명성' 경쟁을 하다간 총선 전체를 그르칠 수 있는 우려도 나온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민주당 칼럼 고발 사건을 두고 "지금 이 건은 누가 뭐라고 해도 중도층의 이반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며 "보수층의 공격이야 얼마든지 감내하고 나름대로 설득하겠지만, 젊은 중도층이 고개를 저으면 제가 어찌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전체 권리당원 중에서도 비율 낮아

지난 2015년 말 민주당은 온라인 당원 가입을 허용했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친문' 성향의 지지자들이 당원으로 대거 편입했다. 이때 들어온 온라인 당원들 대부분이 당시 당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 수호'의 일념을 공유했다. 안철수 전 의원의 탈당으로 분당사태가 벌어지며 문 대통령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온라인 당원들이 당원게시판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당내 주류 여론'으로 비쳐지는 것과 달리, 전국적으로 분포한 권리당원 가운데 실제 차지하는 비율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지역에서 '오프라인'을 통해 모집된 호남 출신·50대 이상 권리당원 등 구(舊) 당원이 더 큰 규모라는 얘기다. 실제 지난 2018년 전당대회에서 친문 의원들이 김진표 의원을 지지하고 나서며 권리당원 표심을 장악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김 의원은 경쟁 우위를 가질 것으로 보였던 '권리당원 득표율'과 '당원여론조사'에서조차 당시 이해찬· 송영길 후보에 비해 한참 뒤쳐졌다.


친문 의원들과 극문 지지계층의 연대

그럼에도 4·15 총선을 앞두고 '친문' 의원들과 '극문' 성향 지지계층은 공고한 연대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결집된 표심이 적어도 수도권 지역경선에선 큰 영향력을 갖기 때문이다. C 의원은 "극문의 여론이 개별 지역구 경선에서나 당내 주도권 잡는데는 주요하니깐 아무래도 친문 의원들이 이들의 여론과 밀착해 있다"며 "친문 의원들이 공천 과정에서도 (친문 성향의 예비후보를 포함시키려고)경선에 압력을 넣는 걸로 안다. 총선 이후에도 당의 주도권을 쥐고 가려고 하고 대선에도 정권재창출의 주역이 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 '친문' 인사인 D 의원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임미리 칼럼 고발 사건'을 두고 "범죄가 표현의 자유? 선거법 위반이든, 명예훼손이든 범죄는 범죄지, 이게 무슨 표현의 자유란 말인가"라고 적었다. 표현의 자유 침해 소지에 관해 이낙연 전 총리, 이인영 원내대표 등 당지도부가 사과한 것과는 결이 다르다. 오히려 당원 게시판에 당 지도부의 고발취하 결정을 비난한 '극문' 성향의 지지자들과 결을 같이 한다.

또 금태섭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강서갑에 김남국 변호사가 등판하며 불거진 '조국 대전' 논란에 대해서도 D 의원은 "지나간지 한참 오래된 조국이슈를 다시 끌어들여 청년의 도전기회를 박탈하고 기득권을 수호하겠다?"고 반문했다. 김 변호사의 경선 참여가 자칫 '조국수호' 총선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당내 우려와는 차별화된다. '조국 국면'이 '검찰개혁' 국면으로 이어지기까지 당내 소수의견을 줄곧 자처했던 금 의원은 극문 성향 지지자들의 '미움'을 산 바 있다. 이들은 정봉주 전 의원에 이어 김 변호사를 금 의원에 맞설 '자객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는 바닥 여론을 주도했다.


"극성 지지층 눈치 보는 것 아니야"

민주당 지도부는 당이 극성 지지층에 지나치게 메여 있다는 비판에 대해 선을 긋는다. 이재정 대변인은 지난 18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선거라는 국면에서 집토끼도 산토끼도 모두 중요하다"며 "저희가 지지자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정당이 아니기 때문에, 특히 여당이기 때문에 그런 오해도 하시나 본데 절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의원도 "2016년도에 새누리당이 벌인 친박 공천의 결과가 얼마나 참담했는지 잘 알기에 이해찬 대표는 실제로 그 전철을 따르지 않으려 한다. 청와대 출신들이 총선 국면에서 당에 많이 들어와있지만 누구 하나 쉽게 공천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 않나"고 반박했다.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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