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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BTS 출연 콘서트' '대게축제'까지... 우한폐렴에 대구·경북, 지역행사 줄줄이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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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우한폐렴 확진자 급증에 지역축제 일제히 취소
BTS 참여하는 K팝 축제 연기… 지역명물 영덕대게 축제도 취소
주변 지역에도 전파… 진해 군항제도 개최여부 ‘재검토’
"집단행사 미루지 말라"던 정부 권고 무색

대구·경북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감염자가 급속히 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잇따라 축제 등 행사 취소에 나서고 있다. 하룻밤새 이 지역에서만 확진자가 30명이 발생하고 ‘슈퍼 전파자’로 꼽히는 31번 환자(61세·여)의 동선이 공개되면서 감염 공포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대구시에 따르면 다음달 8일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 주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20 K-POP 글로벌 콘서트(SBS 인기가요 슈퍼콘서트)’는 공연이 잠정 연기됐다. 대구시가 ‘2020 대구경북 관광의 해’를 맞아 추진해온 이 행사는 BTS와 지코 등 유명 K팝 가수들이 출연하면서 국내외 K팝 팬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됐다. 대구시 관계자는 "확진자 급증으로 콘서트 취소가 불가피하다"며 "시민들의 외출도 최대한 자제해달라고 주문하는 상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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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열린 방탄소년단 ‘러브 유어셀프’ 서울 마지막 콘서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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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폐렴 ‘패닉’…대구·경북 축제들 줄줄이 취소·연기

대구시와 경북도청은 개장을 앞둔 대게 축제, 벚꽃 축제 등 지역 명물 축제를 줄줄이 취소하고 있다. 당초 BTS가 참여하는 K팝 콘서트는 지난 17일까지만 해도 방역 대비책을 강구해, 행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지난 18일 31번 확진자와 신천지 대구교회를 통해 감염이 늘면서 상황이 변했다.

또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콘서트 취소 청원이 하루만에 1만1300여명의 동의를 얻어, 취소 여론이 형성되자 결국 연기가 결정됐다.

인근 지역 명물 축제들도 줄줄이 취소됐다. 당초 이날 열리기로 했던 경북 영덕 ‘영덕대게축제’는 무기한 연기됐다. 또 이달 25일과 27일 열리기로 예정됐던 경북 포항 ‘구룡포 대게축제’와 경북 울진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축제’도 모두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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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대게 축제 현장 /영덕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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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는 3월 계획됐던 대구 팔공산 벚꽃 축제와 달성군 비슬산 참꽃 문화제는 개최여부를 검토하고 있지만, 취소나 연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와 경상북도에 따르면 현재 2~3월 진행할 것으로 결정된 축제는 0건이다. 사실상 모든 축제와 행사가 중단된 것이다.

취소 분위기는 주변지역으로도 퍼지고 있다. 전국 최대 규모의 봄꽃축제인 진해 군항제를 주최하는 창원시는 19일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 지난주 정부의 집단행사 권고방침에 따라 다음달 27일부터 예정대로 개최하기로 결정했었다. 하지만 확진자가 급증하는 등 상황이 달라진 만큼 축제 진행 여부를 다시 판단하기로 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지난주까진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으나 어제, 오늘 상황이 바뀌면서 진행여부를 다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창원시에 따르면 전날까지 축제 취소 관련 문의는 76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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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에 개최됐던 대구 팔공산 벚꽃축제. /대구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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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낙관론이 문제 키웠나… "정부 말 믿고 강행했는데"

일각에서는 섣부르게 ‘낙관론’을 꺼냈던 정부의 안이한 대응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우한 폐렴 환자는 지난달 20일 처음 발생해, 지난 10일까지 총 28명이 나왔다. 모두 중국에서 입국한 환자거나, 그의 가족 또는 환자와 접촉한 사람들로 방역 체계 안에서 관리돼 오고 있었다.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닷새 동안은 국내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자 정부는 "일상으로 돌아갈 때"라는 메시지를 연이어 발표했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은 지난 12일 "주최 기관이 집단행사를 전면적으로 연기하거나 취소할 필요성은 낮다"며 "신종코로나 예방을 위한 방역조치를 병행하며 각종 행사를 추진할 것을 권고했다"고 했다. 이날 중수본은 큰 행사나 축제·시험 등 여러 사람이 모이는 행사를 개최할 때 각 기관 등이 참고할 수 있는 권고지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다음날 열린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서 "국내에서의 방역 관리는 어느 정도 안정적인 단계에 들어선 것 같다"며 "코로나19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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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대구시 남구 대명동 신천지 대구교회의 모습.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코로나19 대구 첫 확진자인 31번 환자가 최근 이 교회를 방문해 기도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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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지자체는 정부의 권고지침에 따라 보건소와 재난안전과와 협력하고, 간호인력을 배치하는 등 방역 대응을 갖추는 조건으로 행사 개최를 준비해왔다.

하지만 지난 16일 29·30번 환자가 연달아 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부부인 이들은 해외여행 이력이 없고, 기존 확진자와의 접점도 찾지 못한 ‘방역망 밖 환자’들이었다. 지난 18일 역시 ‘방역망 밖 환자’인 31번 환자가 나왔다. ‘방역망 밖 환자’로 추정되는 확진자 3명이 나오자, 정부는 "(우한 폐렴 유행에 대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이후 19일 하루에만 대구·경북 20명을 포함해 전국에서 22명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했다.

중수본은 우한 폐렴 확진자가 급증하자, 지난주 발표된 집단행사 지침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중수본 관계자는 "집단행사 지침 변경을 내부적으로 논의를 하고 있다"며 "변경이 필요하다면 새로운 지침 등을 배포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2차 감염과 지역감염의 우려가 현실화된 만큼 정부의 대응을 방역이 아닌, 선제적 대응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며칠동안 확진자가 안나왔다고 해서 단체활동을 권고하는 등의 정책은 매우 경솔하고 섣부른 판단"이라며 "지금이라도 단체활동에 대해서는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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