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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이란이 '삼성 때리기' 나서자 부랴부랴 미국 달려간 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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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파병 이후 한 달, 이란 삼성 때리기에

외교부 국장 美급파…이란제재 일부 완화 요구

이란이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따라 자국에서 일부 사업을 중단한 삼성에 대해 노골적인 때리기에 나서면서 정부가 외교부 당국자를 미국으로 급파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홍진욱 아프리카·중동국장이 19일 급히 방미길에 올랐다. 미 국무부 또는 재무부 관계자를 만나 대 이란 제재 관련 일부 면제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구체적인 제재 면제 방안과 관련, 정부는 인도적 물품 지원을 한 스위스의 사례를 참고하고 있다. 스위스는 미 정부의 승인을 거쳐 이란에 약품과 식량 일부 등 인도적 물품 수출을 하는 '스위스인도적교역절차(SHTA)'를 이달 3일 개설했다. 한국도 그간 인도적 교역에 한해 이란과 관계를 유지했지만, 지난해 말부터 이마저도 미국의 반대로 끊기게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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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예드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이란 내 삼성전자 매장 간판을 철거하는 사진을 올렸다.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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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그동안 국내 기업이 이란산 원유를 수입한 후 국내 시중은행에 지불해 수조 원이 쌓여있는 이란 중앙은행의 석유 대금 계좌를 일부라도 열어달라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미국은 “이란의 석유 수출을 '제로(0)'로 만들겠다”며 완강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인도적 교역이 허용되면 이란 정부에 한국 측의 '성의'를 보이는 수단은 될 수 있다.

외교부가 이처럼 실무자를 미국에 급파한 것은 이란 정부의 한국 기업, 특히 '삼성 때리기'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해 5월부터 이란제재 면제 예외 국가 8곳에서 제외되면서 이란과의 교역이 사실상 막혔다. 거기다 올해 1월 22일에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 중동 호르무즈 해협 독자파병까지 결정하면서 이란 정부의 불만이 쌓일 대로 쌓인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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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예드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4일 한국 기업에 대한 경고글을 한글로 번역해 올렸다.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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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현지시간) 세예드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트위터에 삼성전자 매장의 간판을 철거하는 사진을 올렸다. 무사비 대변인은 “이란은 어려울 때 친구를 잊지 않지만, 일부 외국 기업은 미국의 괴롭힘(이란 제재)으로 이란을 떠났고 이란 시장에 복귀하기 어려울 것임을 알아야 한다”는 글을 페르시아어는 물론 한글로도 올렸다. 한국을 향한 명백한 경고인 셈이다.

이어 모하메드 자파르 나낙카르 이란 정보통신기술부 법무국장이 18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프레스TV와 인터뷰에서 삼성에 대한 제재 가능성을 직접 거론했다. 그는 “삼성전자 임직원의 입국을 거부하거나, 이란의 휴대전화 네트워크에서 삼성이 생산한 스마트폰의 등록을 부분적으로 금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스토어 유료 앱 서비스를 이란에서 제한한 사실이 알려진 직후였다.

프레스TV는 또 “정부는 이란 휴대전화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삼성을 몰아내고 화웨이나 샤오미 등 중국 기업들과의 협력을 고려하고 있다”라고도 보도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란의 스마트폰 시장은 연간 약 1000만대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최고 약 50%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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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지난 1월 호르무즈해협 일대로 파견한 청해부대 왕건함이 지난해 12월 부산해군작전사령부에서 왕건함이 출항하는 모습. [해군작전사령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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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통들에 따르면 정부는 호르무즈 파병 발표 이후 이란에 외교부 차관급 이상의 방문을 추진해오고 있지만 아직 성사되지 않고 있다. 지난 14~16일 뮌헨 안보회의(MSC) 개최 당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추진했지만, 이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반면 자리프 장관은 일본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상과는 양자 회담을 진행했다. 일본은 한국과 비슷하게 자위대의 호르무즈 독자 파병을 결정했지만, 일찌감치 정부 각 레벨에서 '이란 달래기'에 나선 효과를 본 것이다. 작년 12월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하산 로하니 대통령을 총리 관저로 초청해 호르무즈 파병 배경 등을 직접 설명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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