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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버티던 손학규, 청년정당도 등 돌리자 결국 돌 던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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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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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20일 "24일부로 당대표를 사임하고 평당원으로 돌아가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과 대안신당, 민주평화당 등 호남을 기반으로 한 3당 합당을 위해 물러나겠다는 것이다. 손 대표는 지난해 4월 경남 창원 성산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바른정당계와 안철수계, 호남계 의원들의 거듭된 사퇴 요구에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최근 자신의 사퇴를 전제로 한 호남계 3당 합당 추인도 거부했다. 그런 손 대표가 결국 물러나기로 한 것이다.

손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당 통합이 자칫 지역 정당으로의 회귀에 끝나선 안 된단 생각으로 통합 작업에 소극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지난 2월 초 이찬열 의원 등의 탈당으로 국고보조금 수령에 차질이 생기게 돼서 급작스럽게 3당 합당을 추진하게 된 것도 사실 저는 부끄럽게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청년 세대와의 통합이 어렵게 된 지금, 예비후보 등록을 해놓고도 움직이지 못하는 우리 후보들, 출마를 생각하면서도 곤란한 당 사정 때문에 예비후보 등록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지역위원장들, 우리 당 기호가 3번이 될지 4번이 될지, 20번이 될지 몰라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당원들을 생각하면 제가 생각하는 원칙만을 붙들고 꼼짝못하고 있을 수 없었다"고 했다.

손 대표는 호남계 3당 통합 논의 과정에서 미래세대와의 통합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순한 호남 지역 정당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청년세대를 전면에 내세운 신당이 돼야 한다는 명분을 내걸었다. 호남정당 통합과 미래세대 세력과의 통합을 마치면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해왔다.

그런데도 손 대표가 결국 사퇴하기로 물러선 것은, 자신이 내건 미래세대와의 통합 작업이 사실상 무산됐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손 대표가 통합 대상으로 꼽았던 플랫폼 정당 '시대전환' 이원재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바른미래당에 흡수되는 일은 없다"며 "기성정당이나 정치인들이 저희 뜻에 공감을 하신다면, (시대전환에) 오시면 같이 한다"고 했다. 통합을 하더라도 바른미래당이 아닌 자신들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호남계 3당 통합에 대해서도 "지역정당으로 회귀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손 대표가 임명한 지명직 최고위원들도 호남계 3당 통합에 나서야한다고 주장하면서 막다른 골목에 몰렸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손 대표는 또 자신이 지명한 주승용·김관영 최고위원이 '손학규 퇴진'을 요구하며 사퇴하자 지난 5일 현역 의원이 아닌 원외지역위원장들을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했다. 그런데 이들조차 최근 들어 손 대표 퇴진을 요구하면서 벼랑끝에 몰렸다. 손 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는 "최측근이었던 이찬열 의원까지 탈당해 미래통합당으로 건너간 것에 손 대표가 적잖이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총선이 2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한 호남계 의원들과 원외 지역위원장들이 탈당까지 불사할 태세를 보이며 압박하자 결국 물러선 것이란 분석이다. 손 대표는 중도정치와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당 안팎에서는 "손 대표가 당권(黨權)에 집착하는 모양새로 비춰지면서 실기(失機)한 측면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손 대표를 보좌했던 한 인사는 "과거 각광받던 시절 손학규는 실리(實利)를 잃더라도 대의와 명분을 중시했던 인물"이라며 "손 대표가 당권을 쥐고 내 손으로 중도·분권 정치를 실현하겠다는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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