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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 책을 댁으로 들이십시오]앞을 못 보는 빨간모자에게 늑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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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모자가 앞을 볼 수 없대

한쉬 글·그림 | 조윤진 옮김 | 한울림스페셜 | 56쪽 | 1만4000원


경향신문



빨간 모자 혹은 빨간 두건, 심지어 빨간 망토로도 불리는 여자아이. 서양의 오랜 구전동화의 주인공이죠. 17세기에 프랑스 작가 샤를 페로가 처음 책으로 정리한 이래, 이 이야기는 다양한 장르와 설정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습니다.

이번엔 만난 빨간 모자는 동그란 알의 검정 선글라스와 지팡이를 들었는데요. 탁본 종이 공예를 활용한 그림부터 아기자기한 이야기의 반전까지 새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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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가 있는 빨간 모자는 혼자 심부름을 가야합니다. 할머니 생신이라서 케이크를 갖다드려야 하거든요.

집을 나선 빨간 모자 앞에는 어두컴컴하고 거대한 숲이 있습니다. 뾰족한 나뭇가지들이 마치 손을 뻗고 오라 오라 하는 것만 같네요.

지팡이를 꼭 쥐고, 조심조심 천천히 걷습니다. 그때 깡충, 깡충… 누군가 다가왔죠.

“넌 누구야?” “난 토끼야”

빨간 모자는 토끼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할머니댁에 데려다줄 수 있냐고요. 하지만 토끼는 엄마가 아프다면서, 이렇게 조언해줍니다. “눈으로 볼 수 없을 땐 소리를 잘 들어 봐.”

그리고 하나 더. “아참, 늑대를 조심해!”

고슴도치도, 스컹크도 빨간 모자를 데려다줄 수는 없다고 합니다. 대신 늑대에 대한 정보를 한 가지씩 더 알려줍니다.

마침내 늑대를 마주친 빨간 모자. 그런데 늑대는 자신이 개라면서 “멍멍” 짓네요.

처음으로 할머니댁에 데려다주겠다는 친구를 만났는데, 하필 늑대입니다. 빨간 모자는 무사히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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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아이 앞에 있던 숲은 거대한 어둠이었습니다. 토끼도, 고슴도치도, 스컹크도 엄청 커서 고개를 들어올려 대화를 나누죠. 하지만 세 친구의 조언 덕분일까요? 아이 주변의 숲은 점점 초록, 노랑, 빨강 등 제 색깔을 찾습니다.

드디어 그 무섭다는 늑대를 만났는데, 두렵지 않은 걸까요? 늑대는 아이와 비슷한 크기로 그려집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더니, 적을 알고 나를 알기 때문인지 아이는 늑대 앞에서도 위태롭지 않아 보입니다.

늑대와 함께 걸으면서도 아이는 따스한 햇살과 새소리와 꽃향기를 느낍니다. 하지만 포식자인 늑대는 배가 고파 조바심을 느낍니다.

아이가 늑대를 길들여가고 아이에게 끌려다니는 늑대의 모습에 코웃음도 나고, 마지막 반전에서는 뭉클함도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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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댁으로 들이십시오]는 불성실한 사람이 불규칙한 주기로 씁니다. 처음에 눈에 ‘꽂히고’, 한동안 책꽂이에 ‘꽂히고’, 읽고 난 뒤 마음에 ‘꽂히고’ 나야 이곳에 소개합니다.


임소정 기자 sowh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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