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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담보물 팔아버린 채무자... 대법 "배임 아냐" 판례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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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대법원/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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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채무자가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한 행위를 채권자에 대한 배임으로 형사처벌해 온 기존 판례를 변경했다. 채무자를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볼 수는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일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A(58)씨의 상고심에서 배임죄를 유죄로 판단한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담보설정 계약에 따른 채무자·채권자 관계의 본질적 내용은 여전히 금전채권의 실현 내지 피담보채무의 변제에 있다"면서 "채무자가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 등을 이행하는 것은 채무자 자신의 사무에 해당할 뿐,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해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골재 유통업자인 A씨는 2015년 12월 B은행 대출로 골재 생산기기를 구입하면서 대출금 완납시까지 이를 양도담보로 제공하기로 했으나, 이듬해 3월 기기를 처분해 은행에 1억 5000만원 상당 손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1·2심 모두 유죄를 인정했고 A씨도 따로 무죄를 다투지 않았지만, 대법원이 직권으로 다시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 다수 견해에 대해 김재형·김선수 두 대법관은 "횡령죄가 성립할 수도 있다"며 별개의견을 냈다. 양도담보의 성격상 기기 소유권은 B은행에 있으므로, A씨는 횡령죄의 주체인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는 해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민유숙 대법관의 경우 배임죄로 처벌해 온 기존 판례가 타당하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민 대법관은 "'담보를 설정할 의무'는 채무자 자신의 사무로 볼 수 있으나, 담보 설정 이후의 유지·보전 의무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정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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