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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대구 다녀왔는데…" 셀프격리 급증, 관리기준은 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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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서울에 사는 대학생 김유진 씨(25)는 코로나19 확진자 폭증 소식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주일 전 부모님을 뵈러 대구에 다녀온 만큼 본인도 언제 자가격리 대상이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대구 본가 앞에 있는 병원과 할아버지가 입원한 병원이 모두 확진자가 다녀간 곳이라 폐쇄됐다"며 "나는 뚜렷한 증상은 없지만 대구를 다녀와서 불안하기도 하고 가족들 걱정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하루 새 50명 이상 늘어나면서 누적 확진자가 많은 서울과 대구 시민들 사이에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날 정부가 '지역사회 전파 초기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인정하면서 최근 일주일 동안 대구를 방문한 시민들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감염 불안감이 눈에 띄게 늘었다. 보건소에서 자가격리통지서를 받지 않았지만 알아서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이른바 '셀프 자가격리'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셀프 자가격리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시차를 두고 단순히 동선이 겹친다는 이유로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직장인 등에 대한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4일 기존 밀접접촉자와 일상접촉자 구분 기준을 폐지하고 모든 접촉자를 자가격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확진자가 증상을 보였던 시기(유증상기)에 2m 이내에서 접촉한 사람 또는 확진자가 폐쇄 공간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기침을 한 경우 같은 공간에 있었던 사람 등은 역학조사관 판단을 거쳐 접촉자로 분류되고 자가격리 조치를 받는다.

의사환자(Suspected case)도 자가격리 대상에 포함된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중국을 방문한 후 14일 이내에 발열(37.5도 이상) 또는 호흡기 증상(기침·인후통 등)이 나타난 자 △확진 환자의 증상 발생 기간 중 확진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후 14일 이내에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이 나타난 자 △의사 소견에 따라 코로나19가 의심되는 자 등이 의사환자에 포함된다.

자가격리자는 방문을 닫고 14일간 혼자 지내야 한다. 가족과의 접촉이 불가피할 경우 서로 마스크를 쓰고 2m 이상 거리를 둬야 한다. 보건소에서는 하루 1회 이상 자가격리자에게 전화해 건강을 확인한다. 매일 아침·저녁 측정한 체온과 기침·인후통 등 호흡기 증상 여부가 주요 확인 사항이다. 자가격리자는 격리 장소를 이탈해서도 안 된다. 자가격리 지침 위반이 확실할 경우 벌금은 최대 300만원이다.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자가격리 지침 위반자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다는 점이다. 이에 자가격리 지침 위반 시 처벌을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하는 감염병예방법(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지만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많다. 감염병에 관한 강제 처분을 언급하고 있는 42조에 조사 진찰을 거부하는 '사람'으로 처벌 대상을 제한해 '기관·단체'도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늘어나고 있는 셀프 자가격리는 보건당국의 관리·감시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도 문제다. 보건소장이 발부한 자가격리통지서 없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스스로 자가격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은 통계나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들에 대해서는 자가격리 지침도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직장인이라면 출근만 안할 뿐 일상생활에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는다.

물론 자발적 자가격리자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생활지원비 지원을 받지 못한다. 생활지원비는 보건소에서 발부한 격리통지서에 의거해 입원·격리된 경우에만 지원된다. 이때에도 방역당국의 격리 조치 행동 수칙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으면 대상에서 제외된다. 지원금액은 14일 이상 입원·격리 시 4인 가구 기준 123만원이다. 14일 미만이면 일할 계산해 지급된다.

산업 현장에서는 자가격리에 따른 급여 문제를 두고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 휴가·재택근무·휴업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유급과 무급 기준을 두고 마찰이 발생할 소지가 높다는 지적이다.

[이진한 기자 / 김유신 기자 /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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