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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코로나 방어선 무너졌다…호흡기 환자 전담병원 지정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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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초비상 / 의료·학계 전문가 제언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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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 20일로 꼭 한 달째를 맞는다. 중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치면 두 달 반이 됐다. 지난주 이후 어디서 누구에게 감염됐는지 파악하기 힘든 환자가 잇따르면서 지역감염이 급속도로 확산됐고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해외 유입 차단에만 집중했던 것에서 탈피해 지역감염 전파를 막기 위한 방역 대전환이 필요해진 상황에서 의료계·학계 전문가 제언을 들어본다.

◆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

이제는 지역 전파 확산으로 단순히 의심환자를 추적·관리해 추가 환자 발생을 차단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 만큼 중증 진행이나 사망을 최소화하는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특히 의료 여건상 코로나19 의심환자를 따로 선별 진료하는 것이 어려운 의원급 의료기관이나 중소병원에서 코로나19가 아닌 다른 질병 치료를 위해 내원한 중증질환자가 혹시라도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하면서 감염될 우려가 높아졌다. 따라서 발열 또는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이 있는 의심환자는 선별 진료가 가능한 보건소나 선별 진료소가 있는 의료기관에서 진료하도록 해 고위험 환자군과 코로나19 의심 증상자가 서로 접촉하지 않도록 분리해야 한다. 선별 진료가 불가능한 의원이나 중소병원을 찾은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 환자는 선별 진료기관 또는 전담 진료기관에서 진료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한편 진료 중 의심환자가 확인되면 즉시 환자를 검사 가능한 기관으로 이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다만 현재 선별 진료소만으로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이 있는 환자를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보건소를 포함해 지방의료원과 같은 국공립 의료기관을 한시적으로 '코로나19 의심증상 전담 진료기관'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전체 의료기관을 '코로나19 전담 의료기관'과 '일반진료 의료기관'으로 이원화해야 한다.

◆ 이왕준 대한병원협회 비상대응본부 실무단장

코로나19는 이미 지역사회 감염으로 이행됐고 확산 범위가 광범위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역감염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1차 봉쇄(containment) 전략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2차 완화(mitigation) 전략을 병행하는 프레임을 마련해야 한다. 봉쇄전략과 완화전략은 모두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 관리, 소독 강화, 적정 환기가 필요하다.

다만 사회적 격리 방식에 차이가 있다. 봉쇄 단계에서는 접촉자 검역(자가격리)과 환자 병원격리를 강조해 시행한다. 하지만 누구에게 어디에서 감염됐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지역감염이 시작된 단계에서는 무조건 환자와 접촉했다고 자가격리를 하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지역감염이 확산된 단계에서는 증상이 발생한 뒤 경증은 자택, 중증은 병원에서 격리하는 2차 완화전략을 써야 한다. 직장에서는 한시적 재택근무, 고객 응대 최소화, 대규모 행사 취소 조치 등이 필요하다. 현재는 지역사회 확산 과도기로 일선에서 혼란이 있는 만큼 신속하게 표준화된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 코로나19 지역거점 병원을 지정하고 국가 지정 격리병상을 갖춘 29개 병원이 역할을 분담하는 것도 중요하다.

◆ 전병율 전 질병관리본부 본부장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되면 환자는 감기 증상만으로도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 일선 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 감염을 의심해 감기나 독감을 앓는 호흡기질환자 진료를 거부할 수 있어서다. 코로나19 선별 진료시설을 갖추지 않은 의료기관은 혹시라도 확진자가 나오면 폐쇄돼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볼 수 있다. 보건당국은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감기 증상이 있어도 보건소나 선별 진료소에 가서 필요한 조치를 받도록 안내해야 한다. 그러면 환자 불안 또한 줄어들 것이다. 병·의원을 찾는 환자는 호흡기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입구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해야 한다. 호흡기질환자는 집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발열·기침 등 호흡기질환 증상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기관에 각종 물자를 충분히 배정·보급해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 또 경증·중증 진료를 위한 병원을 구분하고 역할도 명확히 해줘야 한다. 감염환자 증가에 대비해 음압병실, 격리병실도 가능한 한 빨리 확보해야 한다. 인력도 감염원을 찾기 위한 역학조사보다 오히려 확진자와 접촉자를 조기에 파악해 추가 확산을 막아야 한다.

매일경제

◆ 김우주 전 대한감염학회 이사장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코로나19의 치사율이 2.3%로 낮아 안심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환자가 증상이 가볍다 보니 지역 곳곳을 돌아다니며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위험성이 있다. 건강한 성인은 별문제 없이 회복하더라도 가족 중에 있기 마련인 고령자 또는 만성병 환자에게 바이러스를 전염시킬 우려가 있다. 고위험군에서 코로나19는 중증으로 진행돼 생명이 위독해질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더군다나 코로나19로 인한 병원 감염이 다수 발생된다면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보건의료 전달체계에 차질을 빚는 콜래트럴 데미지(부수적 피해)도 우려된다. 정부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환자 집단 발생을 계기로 지역사회 감염 전파를 인정한 만큼 코로나19의 국내 정착을 막기 위해 초기 시행한 봉쇄전략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 지역사회에서 환자 대량 발생에 따른 효율적인 보건의료 대응을 위해 환자 중증도를 나눠 공공·민간 의료기관에 역할을 부여하는 등 국민 건강피해 최소화 전략에 따라 실효적인 조치들을 실행해야 한다. 우선 보건소, 병의원, 종합병원, 국공립병원 등 보건의료기관에 적절한 역할을 부여하고 거기에 걸맞은 재정·인적 지원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경증 환자는 병의원과 보건소에서 1차 진료를 받도록 하고, 중증 환자는 상급종합병원과 국가 지정 음압격리 병상에서 집중 치료하는 등 환자 위중도에 따라 진료하도록 한다. 특히 고위험군이 많이 입원해 있는 의료기관에서 병원 감염이 생기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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