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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의심환자 나온 응급실 줄줄이 폐쇄…병원 떠도는 긴급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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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응급환자 ‘의료 공백’ 비상



병원 응급실 의심환자만 나와도

긴급 폐쇄–운영재개–폐쇄 ‘반복’

뇌졸중 등 구급차, 이웃도시 전전

‘정상진료’ 병원 수용률 193%까지

의심환자–일반환자 섞이지 않도록

응급실 ‘동선 분리’ 방안 시급 지적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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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충남대병원 응급실에는 대구에서부터 온 구급차가 눈에 띄었다. 이 구급차에는 코로나19 의심환자가 타고 있었다. 대구 지역 대형병원 응급실이 긴급 폐쇄되면서 환자들이 갈 곳이 없어지면서 이웃 도시로 이동하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유인술 충남대병원 교수(응급의학과)는 20일 “오늘도 대구에서 환자가 왔지만 이곳도 방역소독에 들어가면서 환자를 받지 못했다”며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의료 공백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나오고 대형병원 응급실 폐쇄와 재개가 반복되면서, 의료 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따라 의심환자가 응급실 환자들과 섞이지 않도록 동선을 분리하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나오기 직전인 18일 계명대 동산병원과 경북대·영남대·대구가톨릭대 병원 응급실이 폐쇄됐다. 영남대병원 응급실은 19일 오전 폐쇄 조처를 해제했다가 이날 오후 또다시 문을 닫았다. 20일 오후 4시 기준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운영하는 ‘실시간 응급실 모니터링’을 보면, 대구 지역 응급실 포화지수(병상 수 대비 환자 수)는 60%에 그친다. 폐쇄되지 않았던 대형병원인 파티마병원은 193%까지 치솟았다.

의심환자가 음성으로 확인되면 몇시간 안에 응급실 문을 열기도 하지만, 확진자가 나오면 소독한 뒤 길게는 2~3일이 걸리기도 한다. 이 때문에 대구에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 응급환자들이 의료 공백으로 부산·울산·대전 등 다른 도시 병원을 전전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대구 대학병원 응급실이 4곳에 불과한데 3곳만 폐쇄되더라도 심근경색 걸린 대구 사람의 생존이 어렵다는 뜻이 된다”고 말했다.

지역사회 감염 확산에 따라 이런 문제가 전국적으로 확대되지 않으려면, 우선 응급실 폐쇄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센터장은 “바이러스 제거는 소독만으로 충분한 효과가 있다. 응급실을 잠시 비우고 소독하는 것은 몰라도, 폐쇄하고 하루 이틀 뒤에 문을 여는 것은 과한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또 의심환자와 일반환자를 구분하는 ‘동선 분리’가 중요하다는 것이 의료계의 중론이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코로나19 의심환자가 다른 환자들과 섞이지 않도록 별도 공간에서 진료할 수 있어야 한다”며 “같은 응급실에 있더라도 동선을 분리할 수 있는 구조가 있다면, 의심환자가 발생해도 일부만 폐쇄하는 방식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당국도 인정하는 대목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응급실 내에서도 응급환자를 구분해 발열·호흡기 환자들은 별도의 동선으로 진료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동선 분리가 이뤄지더라도 응급실 감염 우려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의 증상으로 알려진 발열·호흡기 환자가 아닌데 진료를 하다가 코로나19가 의심되고 확진이 나온 경우, 해당 응급실 환자와 의료진의 감염 가능성이 커진다. 지난 15일 고려대 안암병원 응급실에 심근경색 증상으로 들렀다가 확진된 29번째 환자가 대표적인 사례다. 안암병원 응급실은 이틀 동안 문을 닫았다.

병원의 노력과 별개로 경미한 증상이 있는 환자들이 응급실부터 찾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정은경 본부장은 “경미한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있을 때는 응급실에 곧바로 가는 대신 하루 이틀은 자가치료를 하면서 경과를 봐달라”며 “병원에 가더라도 중증환자가 많은 응급실이나 대형병원 대신 가까운 의료기관이나 선별진료소를 이용해달라”고 재차 당부했다.

박수지 박현정 박다해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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