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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문형렬, 30년 전 첫 시집 재출간 [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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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꿈에 보는 폭설 문형렬/ 도서출판 북인


시인으로 알려져 있는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소설을 들고 나오거나 소설가가 시집을 들고 나오는 경우는 종종 있어왔다. 하지만 그 두 작업을 같이 시작해서 꾸준히 이어가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문형렬은 그 흔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되는 작가다. 한 작가가 소설창작과 시창착을 병행한다고 할 때 우리가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그 두 작업의 상호 대립성이다. 소설로 할 수 없는 이야기를 시로 쓰고, 시로 표현할 수 없는 속내용을 소설로 형상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형렬은 소설의 서정적 자아를 시 쓰기로 끌어내며 시를 소설로 이끌어낸다.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서 시 부문으로 당선되고 매일신문 신춘문에서 소설로 당선된 데 이어 198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는 등 화려하게 문단에 나온 문형렬이 지난 1990년 1월 도서출판 청하에서 펴냈던 첫 시집 '꿈에 보는 폭설'을 출간 30년 만에 재출간했다.

그의 처녀작 시집은 여전히 불안과 비애의 내음을 짙게 풍긴다. 시집은 30년 전 청년이었던 그의 젊음의 방황과 고뇌, 그리고 육체적 고통으로 인한 고뇌까지 폭넓은 내용을 담고 있다.

매일 비애를 맞이하며 견뎌내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그의 시에서 공감하며 공명할 수 있는 것은 슬픔의 진흙밭 속에서도 깊이 감추어진 그리움과 희망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개펄 속 진주와 같은 희망은 비애를 견디며 살아낼 수 있는 자부심이 된다.

고통과 허무에 대해 노래하지만 그로 인해 침잠하지 않으며, 사랑과 꿈에 대해 노래하지만 스치는 무기력함으로 눈을 돌리지 않게 하는 부조리의 동력이 있다.

시인은 30년간 품고 있었던 그의 처녀작을 다시 다듬으며 "시는 언제나 내 인생의 무기(武器)였다"고 고백한다. "그리하여 (시는) 스스로 지우는 무기(無己)가 되고, 기록함이 없는 빛과 바람의 무기(無記)가 되고 싶었다"고 시인은 말한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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