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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터키계 주민 즐겨 찾는 독일 술집서 ‘외국인 혐오’ 총기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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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 인근 소도시 하나우서 최소 9명 숨져

숨진 용의자는 독일 남성…“특정 민족 제거” 메시지

당국 “극우성향 범행동기 포착”…테러 사건으로 수사



경향신문

독일 과학수사 전문가들이 20일(현지시간) 헤센주 하나우의 술집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 현장을 방문해 총격으로 손상된 차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하나우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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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랑크푸르트 부근 헤센주 소도시 하나우의 술집 두 곳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나 최소 9명이 숨졌다. 공격당한 술집들이 터키계 주민들이 즐겨 찾는 곳인 데다 숨진 용의자가 남긴 편지 등에서 “특정 민족들을 제거한다” 등 외국인 혐오 등의 발언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수사당국은 극우 범죄 가능성을 거론했으며, 테러 사건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일간 빌트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19일 오후 10시쯤(현지시간) 프랑크푸르트에서 20여㎞ 떨어진 하나우의 술집 두 곳에 차량을 타고 온 괴한이 들이닥쳐 총기를 난사했다. 목표가 된 술집들은 ‘후카 라운지’ 또는 ‘시샤바’라고 불리는 곳들로, 중동식 물담배를 피울 수 있는 바들이다.

처음 공격을 받은 곳은 시내 중심가인 호이마르크트 거리의 시샤바였다. 목격자들은 차를 타고 온 범인이 먼저 바의 벨을 울린 뒤 사람들이 모여 있는 흡연 공간에 총을 난사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총격을 받은 3명이 목숨을 잃었다. 범인은 다시 차를 타고 2.5㎞ 떨어진 케젤슈타트 지역으로 향했으며, 그곳의 시샤바도 공격했다. 두 번째 공격에서 바의 점원 2명을 포함해 5명이 숨졌다. 병원으로 이송된 이들 중 중태에 빠진 1명이 사망해 희생자는 9명이 됐다. 중상을 입은 이들이 더 있어 사망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

경향신문

경찰은 20일 헬기를 동원해 용의자 추적에 나섰으며 범행 장소와 멀지 않은 케젤슈타트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용의자를 발견했다. 용의자 어머니도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용의자가 어머니를 죽인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피터 보이트 헤센주 내무장관은 용의자가 43세 독일 남성이라면서 그의 웹사이트에서 극우주의 성향의 글이 올라와 이주민 혐오 등이 범행 동기일 수 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 빌트는 용의자가 범행을 자백하는 편지와 동영상을 남겼다고 보도했다. 용의자는 편지에서 “독일이 추방하지 못하고 있는 특정 민족들을 제거한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연방검찰은 사건을 테러범죄 범주로 포함시켰다. 마르크스 융 연방검찰 대변인은 “범행 동기에 극우주의 혐의가 포착됐다”고 말했다. 단독 범행인지, 조직 범행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중부 헤센주에 위치한 하나우는 인구 10만명 중 20%가 외국인이다. 터키계 노동자가 많고 이탈리아와 폴란드 출신 이주자도 적지 않다. 희생자중에는 터키 출신 쿠르드계와 여성도 포함돼 있다. 클라우스 카민스키 시장은 빌트에 “아주 오래도록 슬픔으로 기억될 최악의 사건이 일어난 밤”이라고 말했다.

독일에서는 1960~1980년대 극좌파와 분리주의자들의 테러공격이 여러 차례 일어났으며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극우파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공격이 산발적으로 벌어졌다. 2015년 난민들을 겨냥한 폭발물 공격과 극우파 남성의 흉기 공격이 발생했다. 2016년 12월에는 뮌헨에서 극단조직 이슬람국가(IS) 추종자의 트럭 공격으로 12명이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최근에는 무슬림·이민자들을 겨냥한 극우파·네오나치들의 공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었다. 지난해 10월 동부 도시 할레에서는 유대교의 욤키푸르(속죄일)에 맞춰 극우파가 시나고그(유대교회당)에 총기를 난사, 2명이 숨졌다. 범인은 공격 과정을 동영상으로 중계해 충격을 안겼다. 지난해 6월에는 앙겔라 메르켈 정부의 난민 수용정책을 옹호해온 정치인 발터 뤼프케가 헤센주 카셀의 자택 앞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 지난 14일 연방경찰은 대규모 모스크 공격을 모의해온 극우조직 12명을 검거했다.

구정은 선임기자 ttalgi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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