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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딱 보니까 사기꾼이네" AI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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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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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뱅크는 2025년 지급결제시장에서 핀테크나 인터넷 전문은행 같은 디지털 혁신모델이 기존 은행 거래량의 3분의 1, 많게는 절반 가까이 잠식할 것으로 봤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수이며 총아가 금융일 것으로 예측한 것이다. 그리고 그 힘의 원천을 AI(인공지능)에서 찾았다.

글로벌 금융 강자들의 AI 분야 패권 다툼이 치열하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은행, 증권업종 AI 관련 비용투자액이 2016년 19억달러(약 2조3000억원)에서 2019년 75억달러(약 9조원)으로, 3년 만에 4배 폭증했다. 모든 산업 분야를 통틀어 최고이며 2위 업종 헬스케어(53억달러)와 비교해도 20억 달러 이상 차이 난다.


AI 내세운 ‘쩐의 전쟁’



금융권에서 AI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IB(투자은행) 같은 특정 분야에서 주로 이용됐다. 리스크 관리나 사기 방지, 컴플라이언스 등 목적에서다. 이제는 기술 진보와 개발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활용 영역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한 예로 웰스파고나 HSBC 같은 곳은 AI가 고객 표정이나 목소리, 행동에서 패턴을 읽어낸 뒤 그 사람의 신용과 연계한다. 데이터로 중무장한 ‘기계 관상가’다. 성과는 대단하다. 씨티은행 조사 결과 AI는 고객 생김새와 행동을 죽 훑고는 금융사기꾼의 80~90%를 잡아냈다. 은행은 신원조회 비용의 50~70%를 아낄 수 있었다.

기업금융에서도 AI의 활약은 놀랍다. JP모간은 지급결제 조정 솔루션을 도입했다. 기업 고객에게 매출 채권 회전일을 단축하고 현금예측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HSBC는 무역금융에 로보틱 기술을 접목, 각종 문서를 분석해 디지털화 한 다음 주요 정보를 추출한다. 골드만삭스는 머신러닝으로 투자 노출 위험도를 예측하는 데, 성공률이 종전보다 20~30%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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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관상' 포스터. AI는 관상과 행동을 관찰한 뒤 금융사기꾼을 80~90까지 판별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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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마 한국, 과감한 투자 필요



글로벌 금융사들에 비해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AI 기술구현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금융분야 빅데이터 인프라’ 구축방안을 발표한 게 그나마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개인정보 활용의 최대 관문이던 신용정보법은 2018년 ‘마이 데이터’ 정책을 통해 어느 정도 극복됐다. 마이 데이터는 개인정보 활용 문턱을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것들이 해결되면서 한국은 지난해 말 금융결제 인프라 개방에 초점을 둔 오픈뱅킹 시대를 열었다.

곽호경 삼정KPMG 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마이 데이터가 제대로 정착하려면 보안이 가장 우선순위가 돼야 하며 이에 대한 법적·기술적 대비책과 실효성 있는 제재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5월 현재 디지털 전환을 진행 중인 국내 금융사는 108개 사 중 71개 사(66%)에 머물렀다. 선진국에 비해 AI 활용이 더딘 만큼 더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관련 시장을 지키고 해외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디지털 금융시대 경쟁은 은행 산업의 새로운 수익원 창출과 지속성장을 위한 기회 요인”이라며 “디지털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산 기자 s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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