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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일상 파고든 바이러스…‘조기진단·병상확충’ 시간과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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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분석 l 지역사회 감염 시작

김양중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교수

증상 못 느끼는 초기에도 전파

선별진료소 늘려 빠른 치료 필요

공공병원 병상, 10%도 못 미쳐

대란 막으려면 서둘러 확충해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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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환자가 나온 지 한 달째다. 그동안 하루 한 명꼴로 확진되던 환자는 대체로 중국 등 외국 여행객이나 그들과 접촉한 이들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감염원을 알 수 없는 ‘지역사회’ 감염 의심 사례가 한둘 나타나더니 급기야 19~20일에만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70여명의 환자가 무더기로 확인됐다. 이젠 일상적인 감염이 전국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정부가 20일 “지역사회 감염의 시작”을 공식화한 배경이기도 하다. 전염병에 대한 공포는 바이러스의 정체가 장막에 가려져 있을 때 극대치로 치솟는다. 그러나 지금은 코로나19의 실체가 상당 부분 드러났다. 전염성이 강할 뿐 위험도는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지역사회 감염에 겁먹기보다 코로나19의 특성에 맞게 행동수칙을 지키면서 의료진과 정부의 방역 대책에 협조해, 감염 확산 속도와 규모를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미 똑같은 방식으로 감염병을 이겨낸 경험도 갖고 있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가 그렇다. 당시 국민들은 철저한 손씻기와 기침예절 등 위생 관리 습관을 지켰고 병원은 적극적인 조기 진단 및 치료에 나섰다. 머잖아 백신이 개발돼 대규모 피해 없이 극복할 수 있었다

■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가 방어 전략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서울대 감염내과)은 이날 “코로나19는 환자가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초기에도 바이러스 배출량이 높다”는 임상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자신도 모르게 다른 이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는 지역사회 감염을 막는 데 가장 불리한 요소다. 반면 치명률은 심각하지 않다.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7만5749명(20일 현재)이 감염됐으며 사망자는 2129명(2.81%)이다. 중국 밖에서는 1050명이 감염됐고 그중 6명만이 사망해 치명률은 0.6% 수준에 그친다. 국내에서는 이날까지 104명이 확진됐고 1명이 사망했다. 환자 87명의 상태도 안정적이며 16명은 완치돼 퇴원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 후군)나 2002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 군) 때보다 훨씬 낮다. 사스는 전세계적으로 9.6%, 메르스는 국내에서만 21%의 치명률을 보였다. 메르스 등에 견줘 코로나19의 치명률이 낮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노약자나 다른 질환을 가진 이들은 감염이 잘 되고 폐렴 등 합병증도 잘 나타난다. 이 때문에 발빠른 진단과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면 외국 방문 여부와 무관하게 의사의 판단을 거쳐 검사를 해야 한다. 지금도 하고 있지만, 지역사회 감염 단계에선 동네 병원 등에서도 검사와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도록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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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는 신종 인플루엔자와 다를까?

지금껏 사스는 공식적인 국내 발생 환자가 없다. 2015년 186명을 감염시켰던 메르스는 2018년에야 추가 환자가 발생했다. 중동 국가들과 달리 지역사회 감염이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한때 대유행(팬데믹)을 일으키며 공포의 대상이었던 신종 인플루엔자는 지금 어떻게 됐을까? 신종 인플루엔자는 2009년 국내에서만 74만1천여명을 감염시키며 263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전세계적으로는 7억명 이상이 감염돼 그중 0.02%가 사망했다. 이듬해에도 우리나라에 상륙한 신종 인플루엔자의 이름은 ‘캘리포니아A형 인플루엔자(독감)’로 바뀌어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강한 생명력을 지녔으나 위험도는 현저히 낮아진 계절성 독감으로 살아남았다.

코로나19는 이제야 인류 앞에 존재를 드러냈다. 인간 면역체계가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비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초기에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리라 우려했으나, 중국 이외 지역에서는 위험성이 크게 높지 않다. 이는 바이러스의 특성으로 볼 수도 있다. 새로운 바이러스는 초기에 높은 치명률을 보인다. 이는 바이러스 처지에선 불리하다. 널리 퍼지지 못해 증식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간이 갈수록 중증도는 낮아지고 대신 전파력이 강해지게 된다. 점차 기온이 높아지는 때라 추운 날씨에 활동성이 높은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세가 한풀 꺾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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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원 환자 등 취약자 감염 예방책 절실

코로나19의 발 빠른 진단과 조기 치료를 위해서는 호흡기 증상을 가진 환자들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는 게 중요하다. 그에 앞서 필요한 일은 병원에 있는 의료진이나 입원 환자들의 감염을 막는 것이다. 병원에 독립적으로 설치된 선별진료소를 대폭 확대해야 하는 이유다. 병원엔 의료 전문가들이 일하고 있지만 이들 역시 새로운 감염병엔 대처가 미흡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에 대한 지원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지역사회 감염 단계에서 확산을 막고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주체는 국민이다. 그렇다고 일상 활동에 큰 제약을 둘 필요는 없다. 확진자가 다녀간 곳이라도 소독을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사소해 보이지만 감염을 피하기 위한 손씻기나 기침예절의 중요성은 여러 연구 결과로도 입증된다. 신종 인플루엔자 유행 당시 손씻기만으로도 30~40%가량의 감염을 줄일 수 있었다. 개인위생수칙은 개인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감염에 더욱 취약한 노약자에게 전파를 막기 위해서라도 꼭 지켜야 한다.

■ 취약한 공공의료 강화 대책 마련해야

최근 들어 새로운 감염병의 ‘5~6년 주기설’이 회자된다. 실제 지카 바이러스, 조류인플루엔자, 에볼라 등 새로운 바이러스가 끊임없이 등장하고, 비록 남미나 아프리카 지역에서 발생했더라도 과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이동하면서 우리 국민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 국가 간 교류와 인적 이동이 가파르게 느는 점을 고려하면 새로운 감염병의 출현은 훨씬 앞당겨질 수 있다. 코로나19 환자 치료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공공병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이 지역사회로 더 퍼져 나가면 치료병상 대란이 일 수도 있다. 벌써부터 대구·경북 지역은 치료병상 부족 사태가 현실화하고 있다. 몇몇 공공병원을 코로나19 대응 전문병원으로 활용할 수 있겠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닐뿐더러 그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에게 피해를 끼친다. 국내 공공병원의 병상 수는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민간의료 천국이라는 미국의 20%대보다도 훨씬 낮다. 중장기적 과제이겠지만 공공병원을 확충하고, 역학조사관이나 검역 인력 등 감염병 대비 인력 역시 미리미리 늘려야 한다.

김양중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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