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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꼬부랑 할머니’에서 길어올린 한국인 문화유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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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국인 이야기: 탄생, 너 어디에서 왔니

이어령 지음/파람북·1만9000원

‘너무 잘 돌아가기에 마치 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 바람개비’.

작고한 문학평론가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어령을 이렇게 비유했다. 저자는 대학교수, 문학평론가, 시인, 소설가, 중앙일간지 논설위원, 초대 문화부 장관 등을 지냈다. 그는 ‘앉는 그 자리가 곧 강의실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박학다식, 달변이다. 20대부터 60년 동안 100권이 넘는 책을 냈다.

올해 88살인 저자가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12권 예정) 가운데 첫 권(탄생)을 냈다. 생의 막바지에서 죽음이 아닌 ‘탄생’의 이야기를 쓰는 이유는 ‘생과 죽음이 등을 마주 댄 부조리한 삶’을 평생의 화두로 삼아왔기 때문이다.

그는 이야기꾼을 자처하며 ‘너 어디에서 왔니’란 질문에 답한다. 12개 꼬부랑 고개를 넘는 꼬부랑 할머니 이야기를 책의 원형으로 삼았다. 책은 열두 고개(태명 고개, 배내 고개, 출산 고개, 삼신 고개, 기저귀 고개, 어부바 고개, 옹알이 고개, 돌잡이 고개, 세 살 고개, 나들이 고개, 호미 고개, 이야기 고개)를 본딴 얼개로 짜였다.

첫 고개가 태명이다. 태아는 어머니 뱃속에서 10개월 동안 기나긴 생물 계통 발생 과정을 치러낸다. 저자는 태아에게는 우주의 생명질서가 있다고 본다. 우리는 태명을 사용해 뱃속 아이와 이야기한다. 이는 어머니 뱃속의 36억년 전 세계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저자는 똥, 기저귀 등 ‘잡스러운 이야기’를 다루고 젊은이들 은어, 블로그, 유튜브 등의 내용을 자주 인용했다. 어려운 외국 이론이 아니라 막사발, 막춤처럼 저잣거리의 ‘막이야기’에서 찾으려는 노력이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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