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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움베르토 에코가 어린 지구인들에게 남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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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움베르토 에코의 지구를 위한 세 가지 이야기

움베르토 에코 글, 에우제니오 카르미 그림, 김운찬 옮김/꿈터·1만2000원

“우리가 당신을 발견했다고 생각했는데요!”

뉴 행성의 난쟁이들은 “당신들을 발견하러 왔다”는 우주 탐험가의 말을 어이없어했다. 우주 탐험가는 한술 더 떠 황제의 명령을 받들어 지구의 뛰어난 문명을 뉴 행성에 전하겠다고 한다. 난쟁이가 초대형 우주 망원경을 통해 들여다본 지구에는 쇠로 만든 상자 같은 것이 길 위에 길게 늘어서 있을 따름. 우주 탐험가는 인간의 아주 멋진 발명품이라며 자동차를 소개한다.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빨리 갈 때 이용한다는 설명을 듣던 난쟁이는 ‘문명’이라는 걸 간단하게 정리한다.

“저 상자들은 너무 많을 때는 앞으로 가지 못하고, 앞으로 갈 때는 사람들이 다치는군요. 참 안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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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세계적 지성 움베르토 에코(1932~2016)가 어린이를 위해 쓴 동화 ‘뉴 행성의 난쟁이들’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필생의 역작으로 남은 <장미의 이름> 등 백과사전적 지식을 종횡무진한 에코가 유일하게 남긴 동화 세 편이 번역돼 나왔다.

<움베르토 에코의 지구를 위한 세 가지 이야기>는 석학의 지혜가 깃든 ‘현대판 탈무드’라 할 만하다. 원자를 발명한 인류가 맞닥뜨린 핵전쟁의 위험성, 문명의 발달이 야기한 각종 지구환경 파괴, 차이를 품어 안지 못하고 편견에 빠진 인간의 어리석음 등을 어렵지 않은 간결한 비유와 유머로 풀어냈다. ‘이미지 제작자’라 자신을 부르는 동시대 화가 에우제니오 카르미(1920~2016)의 기호학적인 삽화가 어우러져 생각의 여지를 넓힌다.

‘폭탄과 장군’에서는 원자 아토모를 주인공으로 삼아 탈핵의 평화로운 세상을 꿈꾼다. 나쁜 장군은 핵폭탄을 창고 가득 모은다. 폭탄을 만드는 데 엄청난 돈을 쓴 부자들은 곰팡이를 슬게 내버려 둘 거냐고 전쟁을 부추긴다. 폭탄 속에 갇힌 아토모는 원자 하나가 부서져 다른 원자를 때리고 결국 무서운 폭발이 일어날 일을 생각하면 슬프다. 아토모는 비극을 막기 위해 어떤 결단을 내릴까?

‘지구인 화성인 우주인’은 별을 정복하러 떠난 미국인, 러시아인, 중국인 등 세 우주인이 서로 다르다고 생각하며 못마땅해 하다가 작은 차이가 허물어지는 과정을 재치있게 그렸다. 초등 5학년 이상.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그림 꿈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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