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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질병 통제는 승산이 없다… 항상 변이하는 바이러스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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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8년 발생 ‘스페인 독감’ 분석한

영국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 주장
한국일보

로라 스피니. 로라 스피니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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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인 차원에서 질병 통제는 대개 승산이 없다. 불행하게도 정책 결정권자를 당황하게 만드는 건 사람뿐만 아니라 종잡을 수 없는 병원균도 있기 때문이다.”

5,000만명의 희생자를 낳은 스페인 독감을 분석한 영국의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 스페인 독감 등 다른 전염병처럼 신종 코로나 역시 정부 또는 정책 결정권자의 통제를 벗어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로라 스피니는 바이러스 특성을 고려할 때 정부의 전염병 확산 대책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그는 19일(현지시간) 영국 정치ㆍ문화 잡지 뉴스테이츠맨에 게시한 기고문에서 “바이러스는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전염병 확산기에 행동을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간이 바이러스의 변이 속도와 형태 정확히 아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로라 스피니는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스페인 독감 발생 당시 호주의 사례를 제시했다. 그는 “1918년 6월 유럽에서 미약하게 발생하기 시작했던 스페인 독감은 두 달 만에 병력이 빠르게 증가해 수많은 사망자를 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호주는 치명적인 질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발생 초기 매우 효과적이고 전국적인 검역소를 설치했지만 당국의 섣부른 판단으로 서둘러 제재를 해제하면서 1만2,000여명의 사망자를 낳았다. 바이러스는 발생 초기 이후 2차 3차 변이 등을 거치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이를 통제하기 어렵게 된다.

로라 스피니는 현재 중국 신종 코로나 확진자 수가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ㆍ중동호흡기증후군) 같은 바이러스는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일반적인 전파 방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그것들은 다른 전파 방식과 사망률을 가지고 있고 이런 특징은 신종 코로나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로라 스피니는 영국 출신의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로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2017년 자신의 책 ‘1918 스페인독감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었나’에서 18세기부터 시작된 세계적 전염병 역사를 추적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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