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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1월말 종로선…이미 `무증상 5차감염` 시작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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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공포 / 방역망 뚫린지 몰랐던 정부 ◆

매일경제

21일 오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폐쇄된 탑골공원에 이용 중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서울시는 이날부로 다중이용 복지시설인 노인종합복지관, 종합사회복지관, 경로당 등 지역 복지시설 3601곳에 대한 임시 휴관 조치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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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사흘 만에 전국 곳곳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170명 이상 발생하면서 실질적으로 전국 거의 모든 지역의 방역망이 초토화됐다. 그동안 입국자 관리에 주력해온 보건당국의 방역체계는 해외여행력이 없는 감염 경로 미상 환자와 신천지 대구교회를 중심으로 한 집단 감염, 전방위로 확산되는 지역사회 전파를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무더기 발병 사태에도 코로나19 청정지역으로 남아 있던 경남에서도 21일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들은 대부분 신천지 대구교회를 다녀온 뒤 확진자로 판명됐다. 지난 18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후 사흘 만에 확진자가 155명으로 급증한 대구·경북은 응급의료 체계가 사실상 무너졌다. 대구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폐쇄된 응급실은 경북대병원 본원, 대구가톨릭대병원, 구병원, W병원, 삼일병원, 대구보훈병원 응급실 등이다. 대형병원과 중소병원까지 응급실 폐쇄가 잇따르면서 응급환자들이 갈 만한 병원조차 찾기 힘들어졌다. 시민 최 모씨(55)는 "요즘은 밤사이 가족들이 아파 응급실에 갈 일이라도 생길까 겁난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음압병상도 대구 65병상, 경북 7병상에 불과해 포화 상태다. 대구시는 대구의료원 전 병동을 비워 전체 373개 병상을 코로나19 확진자 입원 치료에 이용하고 계명대 동산병원을 코로나19 치료 거점 병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설상가상으로 대구·경북은 영남권 첫 확진자인 31번 환자(신천지 신도)가 다녀간 호텔 방문객 중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해 추가 확진자 발생 확률을 높였다. 경기 김포에 사는 30대 부부는 지난 15일 16개월 된 아이와 함께 지인 결혼식이 열린 대구 퀸벨호텔을 다녀간 후 코로나19 확진자가 됐다. 이들 부부는 31번 확진자가 이 호텔에 머물렀던 시각과 비슷한 때 호텔에서 식사를 했다. 다행히 자녀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들 부부는 고양시에 있는 명지병원으로 이송돼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남편이 근무한 고양시 이마트 킨텍스점은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그동안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던 부산에서 확진자 2명이 동시에 나왔다. 57세 여성과 19세 남성이 동시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다만 이날 부산에서 확진된 19세 남성 아버지가 지난 1일 중국 우한에서 입국한 교민으로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2주간 격리된 뒤 16일 퇴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남성 아버지는 퇴소 당시 별다른 증상이 없었고 검사에서도 음성 판정을 받았다. 따라서 외국 여행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이번 19세 남성이 음성 판정을 받은 아버지에게 감염됐다면 '잠복기 14일 논란'이 또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경북 문경에서도 첫 확진자 2명이 발생했다.

두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북 청도 대남병원에서는 처음으로 의료진 집단 감염이 확인되면서 방역당국이 이 병원을 '코호트 격리'할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코호트 격리는 특정 질병에 같이 노출된 사람을 동일 집단(코호트)으로 묶어 격리하는 조치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메르스 사태 당시 병원 내 감염으로 인한 환자가 전체 중 80%를 차지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였다"며 "고령의 만성질환자가 많은 요양병원은 감염 관리 사각지대라는 점을 인식하고 적정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대구·청도 지역에 입원 중인 폐렴 환자 전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시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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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는 이날 종로 노인종합복지관을 통해 환자 4명이 집단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써 서울 지역 감염자 중 절반인 9명이 종로구 내 감염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종로구가 서울 시내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와 오염지역화된 셈이다. 아직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40번 환자(77) 아내도 121번 환자로 확진됐다.

군의 심장인 계룡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50여 명이 격리되는 초유의 사태도 빚어졌다. 이날 충남 계룡대 공군 기상단에 파견된 공군 장교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같은 날 충북 증평 소재 육군 모 부대 장교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해당 부대는 병력 이동과 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있다. 확진자와 밀접접촉한 5명은 모두 격리된 상태다. 전날 확진자가 나온 제주 해군 비행대대는 제주도 역학조사관 과 함께 전 장병을 대상으로 체온 측정과 문진표 작성 등 전수 역학조사를 실시했다. 이어 접촉 장병 등 30여 명을 격리했다.

[박만원 기자 / 서진우 기자 / 정슬기 기자 / 대구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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