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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3%룰`에 코로나까지…상장사들, 감사선임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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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주총 대란 / 딜레마 빠진 상장사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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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폭발적인 확산에 골치를 썩는 상장사들은 특히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감사·감사위원 선임 안건을 처리해야 하는 곳이다. 이른바 '3% 룰' 때문에 많은 주주들의 참여가 절실한데 코로나19로 사람을 모으는 일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25일부터 미원화학을 시작으로 정기주총이 줄줄이 예정돼 있어 본격적인 정기주총 시즌이 펼쳐질 예정이다. 문제는 3% 룰이다. 상법에 규정된 이 원칙은 상장사의 감사나 감사위원을 선임할 경우 지배주주가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한 규정이다.

이 규정 자체는 상법이 만들어졌을 때부터 있었지만 문제는 섀도보팅(의결권 대리 행사)제도가 폐지되면서부터 발생했다. 현재 상법상 주총에서 안건을 결의하려면 회사 정관에 다른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출석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돼 정족수 자체를 채우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상장협)에 따르면 지난해 정기주총에선 149곳의 감사선임이 불발됐다. 올해는 230곳 이상이 될 것으로 상장협은 전망한다.

섀도보팅 폐지 이후 상장사들은 정족수 확보를 위해 의결권 대행사를 이용하거나 소액주주들의 주총 참여를 독려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소액주주 참석 독려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우선 주주들을 한 장소에 모으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다. 의결권 대행사를 통해 주주들을 찾아가 위임장을 받는 것도 부담이다. 주주 입장에선 택배기사마저도 직접 접촉을 피하려 하는 현재 상황에서 집으로 찾아오는 이들이 달가울 리 없다. 재계 관계자는 "정족수 확보가 중요한 상황에서 기업들 입장에선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감사 선임이 안 될 경우 기존 감사가 일단 임시로 업무를 볼 수는 있으나 기업 입장에선 리스크다. 이에 따라 당장 올 주총부터 전자투표제를 시행하는 회사가 전년 대비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상법 368조의 4 2항에 따르면 상장사가 전자투표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주주총회 소집 통지서에 전자투표제 도입 사실을 알려야 한다. 다음달 주총시즌을 앞두고 아직 주총 소집 통지서를 발송하지 않은 회사들로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는 것을 감안해 당장 이번 주총부터 전자투표제를 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전자투표 도입을 당장 마음먹은 상장사가 다음달 초까지 예탁결제원이나 증권사와 계약을 맺고 주총 통지서에 도입 사실을 명시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난 대구·경북 지역 회사들의 도입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한다. 상장협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결산 코스피 상장사 770곳 중 대구·경북에서 정기주총을 개최한 회사는 33곳에 달했다.

다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일종 미래통합당 의원이 예탁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상장사 비중은 전년 대비 소폭 하락한 54.4%였다. 하지만 실제 참여율은 저조하다.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회사의 전체 주주 가운데 실제 이를 행사한 주주는 전체의 1.13%에 불과하다.

관련 기관들은 일단 전자투표 활성화에 나섰다. 예탁원은 전자투표 수수료를 올해 정기주총 기간 면제하기로 했다. 전자투표 관리기관은 지난해까지 예탁원과 미래에셋대우에서 올해 삼성증권과 신한금융투자로 확대됐다. 전체 상장사(2354사) 대비 63.1%(1486사)가 예탁원 등과 전자투표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주총부터 전자투표 방법도 쉬워진다. 전자투표 변경·철회가 가능해지고, 공인인증서 외 간편인증을 통한 본인 확인이 가능하게 됐다.

금융투자협회는 주총성립 지원 차원에서 증권사·자산운용회사가 보유한 상장주식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독려하기로 했다. 또한 펀드가 보유한 상장주식에 대해 각 운용사가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독려할 방침이다.

아예 주총 자체를 온라인을 통해 여는 전자주총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황현영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최근 포럼에서 "터키는 모든 상장회사들의 전자 주총 개최가 의무화되고 있다"며 "주주총회가 실시간으로 방송되고 주주들 의견이 바로바로 표시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경우 2018년 기준 300개 회사가 전자주총을 도입했다"고 덧붙였다.

[정승환 기자 / 우제윤 기자 /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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