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6 (목)

“중국인 유학생으로 버텼는데…” 신종 코로나에 지방대 한숨 푹푹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일부 대학 중국인 입학 취소 현실로

감염 차단과 재정 확보 위해 안간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역사회 감염 단계로 접어들자 재정의 상당 부분을 중국인 유학생에게 의존하는 지방대에서 한숨이 터져 나온다. 일부 대학에서는 벌써 중국인 유학생의 입학 취소 사례가 발생해 지방대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일보

한 중국인 유학생이 지난 19일 전북 전주시 전북대 기숙사에 입소하기 전 신종 코로나 임시진료소에서 발열 검사를 받고 있다. 전주=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1일 교육부에 따르면 중국인 유학생 7만1,067명(지난해 4월 기준) 중 37.2%인 2만6,442명이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대 학생이다. 중국인 유학생이 많은 지역은 부산(5,399명) 대전(3,469명) 전북(3,361명) 등이다. 지방대의 경우 중국인 유학생 수가 수도권 대학에 한참 못 미치지만 전체 학생 중 비율로 따지면 서울 주요 대학 못지 않다.

특히 지방대들은 학령인구 감소, 등록금 동결로 인한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사활을 걸어왔다.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유학생 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지 몰라 우려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중국인 유학생이 전체 학생의 약 10%를 차지하는 충북의 한 4년제 사립대 관계자는 “작년 중국인 유학생 수입(등록금 등)만 40억원”이라며 “중국인 유학생 비중이 가장 높아 매일 같이 코로나 관련 비상대책회의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직까지 극소수인 5명 정도만 입학취소를 하겠다고 연락이 왔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중국인 유학생이 약 440명인 강원대에서도 아직까지 입국하지 않은 197명 중 43명이 입학을 포기하거나 휴학을 선택했다. 중국인 유학생 약 1,000명이 다니는 대전의 한 4년제 사립대 관계자는 “일단 2주간 개강을 연기하고 4주간 중국 현지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도록 6주를 늦췄다”며 “상황이 나아지더라도 앞으로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는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강원대 관계자가 중국인 유학생 입국을 사흘 앞둔 21일 자율격리 공간으로 사용할 학생생활관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춘천=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올해부터 불법체류율이 가장 높은 베트남 유학생을 안 받거나 비율을 줄이는 대학이 많아지면서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한 중국인 유학생 감소가 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교육부가 ‘무늬만 외국인 유학생’을 막겠다는 취지로 올해부터 교육국제화역량 인증제 평가지표에서 불법체류율, 어학 기준 등을 강화하자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베트남에서 신입생 유치를 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베트남 유학생은 전체 외국인 유학생의 23.4%(3만7,426명)로, 중국인 다음으로 많다.

전문가들은 재정 상태를 고려하면 지방대야말로 수도권 대학보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전방위적인 방역 지원 등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지금처럼 대학에만 감염 방지를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병대 수원시정연구원장(전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은 “지방자치단체장, 교육감, 지역 대학 총장들의 협의체를 구성해 방역 대책을 종합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