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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조선업황 부진에 은행 대출금까지 연체…현진소재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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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출금 연체해 회사채 신용등급 강등

1~3월 만기도래 차입금 270억원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조선산업 호황기 연간 순이익만 수백억 원에 달했던 견실한 조선 기자재 업체 현진소재(053660)가 최근 은행 빚 4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채 신용등급 강등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2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코스닥 상장회사인 현진소재 주가는 전 거래일 종가보다 24.66%(180포인트) 급락한 5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14일부터 6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연초와 비교하면 주가가 사실상 반 토막 났다.

이날 주가 급락은 전날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가 낸 보고서가 발단이 됐다. 한기평은 현진소재가 과거 발행한 선순위 무보증 회사채 신용등급을 종전 ‘B-’에서 ‘CCC’로 한 계단 하향 조정하며 등급 추가 강등 가능성이 있는 ‘부정적 검토’ 대상에 등록했다. 이 회사의 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한신평은 현진소재가 ‘프라이머리 채권 담보부 증권(P-CBO)’의 만기를 연장하기 위해 신용등급 평가를 신청하자 이 같은 진단을 내렸다. 근거는 최근 발생한 은행권 대출 연체다. 한신평은 이달 18일 현재 현진소재가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과 KDB산업은행의 대출 원금 1억원, 이자 3억원 등 모두 4억원을 연체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은행 빚 외에도 거래처와의 상거래 지급 어음, 회사가 밀린 전기·가스 요금, 직원 월급 등 못 준 돈이 109억600만원에 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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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소재 주가 (자료=한국거래소)


현진소재는 회사의 시설 자금과 운전 자금 등을 위해 조달한 전체 차입금 563억900만원 중 60%인 336억5700만원의 만기가 올해 도래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올 1분기(1~3월)에만 269억8900만원이 만기를 맞는다.

문제는 차입금 상환 가능성이다. 당장 이달 말이 분수령이다.

주식회사 해신홀딩스가 현진소재가 발행하는 150억원 규모 전환사채의 인수 대금을 납입하기로 한 게 오는 24일이기 때문이다. 현진소재는 사채 납입금 중 120억원을 금융권 대출금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해신홀딩스는 이후 현진소재가 87억5000만원 규모로 추가 발행하는 전환사채 인수에도 남상·오렌지옐로우하임 등과 함께 참여할 예정이다. 인수 대금 납입 예정일은 이달 28일이다.

새로운 투자자가 실제 신규 투자금을 납입할지가 관건이다. 현진소재 관계자는 “요즘 조선 업황이 개선되고 있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체감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돈이 들어오면 금융기관 차입금을 우선해서 상환해 연체를 없앨 것”이라고 했다.

현진소재는 최근 회사의 주인이 여러 차례 변경되는 등 손바뀜도 잦았다. 경영 부진과 재무 악화를 극복하기 위해 신규 투자를 적극 유치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 최대 주주는 지난해 11월 기존 더이앤엠에서 의료기기 제조·판매업체인 인트로메딕으로, 그리고 올해 1월에는 투자 조합인 더블유에이치네트웍스(지분율 11.1%)로 다시 바뀌었다. 잇따른 유상 증자와 과거 발행한 전환사채의 주식 전환·매도 등으로 지난해 1주당 2000~3000원대를 오갔던 주가는 현재 1000원 미만으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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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기업평가


투자자들은 자칫 현진소재가 한국거래소의 관리 종목 등으로 지정돼 상장 폐지 심사를 받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관리 종목 지정 요건은 최근 연간 매출액 30억원 미만(코스닥 상장 기업 기준), 4년 연속 영업 손실, 자본 잠식률 50% 이상, 감사 의견 비적정 등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회사의 지난해 연간 사업 보고서가 나와야 재무 요건 등 관리종목 지정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진소재는 2017년과 2018년 각각 영업손실 69억4600만원, 182억8400만원을 기록했다. 다만 2016년엔 영업이익을 냈던 만큼 만약 올해 영업손실이 발생해도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관리종목 지정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회사는 앞서 2년연속 자기자본 50% 초과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을 이유로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지난해 3월 해제된 바 있다.

한기평 관계자는 “현진소재는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에비타) 대비 순차입금이 마이너스(-)로, 영업 활동으로 벌어들이는 돈으로 채무 상환을 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당분간 차입금 상환은 외부에서 조달한 자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견실한 기업으로 알려졌던 현진소재가 금융기관 대출을 못 갚았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그만큼 조선업계 상황이 좋지 않은 듯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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