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사 첫 트로트로 알려진 ‘황성옛터’가 열여덟 가수 이애리수에 의해 처음 불린 1928년 서울의 단성사는 눈물바다가 됐다. 나라 잃은 설움에 관객들이 복받쳐 울었던 것이다. ‘목포의 눈물’ ‘나그네 설움’ 등은 피지배 민족의 설움을 담아낸 노래들이다. 해방 이후 1980년대까지 정통·엘레지·블루스 등 다양한 장르로 영역을 넓혀온 트로트는 그러나 발라드·댄스·힙합·랩 등에 가려 가요계 비주류로 밀려났다. 이후 한국의 대중음악은 ‘BTS’ ‘빅뱅’ ‘소녀시대’ 등 아이돌그룹을 중심으로 한 ‘K-팝’의 무대였다.
트로트 열풍이 거세다. 그제 방영된 TV조선 <미스터 트롯>은 시청률 30.4%를 기록했다. 그간 <무한도전> <1박2일> 등 국민예능프로그램만이 기록했던 수치다. 음원사이트 지니뮤직 분석결과, 최근 1년 새 ‘톱 200 차트’에 진입한 트로트는 5.8배 늘었고, 스트리밍 이용도 74%나 증가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2019년을 빛낸 가수’에 송가인, 장윤정, 홍진영, 김연자씨 등 트로트 가수 4명이 포함됐다. <미스터 트롯> <나는 트로트 가수다> 등 방송 프로그램이 기폭제였다. ‘K-팝’에 가려 소외됐던 중·장년, 노년 세대의 정서를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 <미스 트롯>이 배출한 송가인씨, ‘유산슬’로 변신한 국민MC 유재석씨가 청년세대와 10대들까지 자극하면서, 트로트는 단숨에 모든 연령층이 좋아하는 국민가요가 됐다. 트로트가 ‘정치 부재’ ‘힘든 경제’ ‘코로나 공포’로 가슴이 휑해진 국민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고 있는 요즘이다.
김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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