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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책과 삶]세상 구하는 소수자, 독특한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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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세계

톰 스웨터리치 지음·장호연 옮김

허블 | 568쪽 | 1만6000원

경향신문

‘돈데크만’으로 유명한 애니메이션 <시간탐험대>부터 SF 명작으로 꼽히는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까지 시간여행 이야기는 이미 차고 넘친다. 예나 지금이나 대중의 관심을 사는 흥미로운 소재라는 의미기도 하지만, 동시에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불가능해 보이는 진부한 아이디어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여기 ‘독창성’을 내세워 미국 평단을 사로잡은 SF 소설이 있다. 세계 멸망을 막기 위해 미래를 조사하는 수사관의 여정을 다룬 장편소설 <사라진 세계>다.

저자 톰 스웨터리치는 ‘독자적 세계관’ 그리고 ‘소수자에 대한 문제의식’이라는 두 무기로 얼핏 익숙해보이는 서사에 매력과 깊이를 더했다. 소설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미래 시간대의 우주가 무한히 존재하며, 그 우주들은 시간여행자의 관측이 이뤄질 때만 존재한다는 신선한 설정 위에서 시작된다. 설정 위를 활보하는 장애인이자 여성인 수사관 섀넌 모스. 그는 세계를 보전하기 위해 시간여행자를 색출·감금하려는 위험한 미래를 쏘다니면서도, 끝끝내 약자 편에 설 줄 아는 공감과 이해의 능력을 지녔다.

저자는 장애인 전용 도서관에서 12년간 일하며 장애인의 애환을 이해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소설은 단순히 장애인의 삶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장애를 지닌 채 적들과 맞서 무고한 이들을 보호해야 하는 수사관이자, 미래 세계에 홀로 남아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주변인들을 끊임없이 의심해야 하는 시간여행자인 섀넌 모스의 복잡한 정체성을 핍진성 있게 그리며 생각할 거리를 풍부하게 던져준다. 영화 <디스트릭트 9>의 감독 닐 블롬캠프가 “가장 사랑하는 작품”으로 꼽은 이 책은 출간과 동시에 뉴요커, 가디언 등에서 찬사를 받으며 10여개국에 번역 계약됐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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