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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사설] 무너진 방역체계, 시민 협조 없으면 팬데믹 못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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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가 전국에서 속출하면서 '지역사회 감염'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구나 '슈퍼전파' 사례로 꼽히는 대구 신천지교회 신도 중 400여 명이 연락 두절인 것으로 알려져 국민들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이런 국가적 위기 사태일수록 절실한 것이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되면 방역·행정당국과 의료기관이 완벽한 시스템을 갖춰도 감염 확산을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조가 없으면 국가 방역체계만으로 '전염병 대유행'(팬데믹)을 차단할 수 없다는 얘기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들 스스로 개인 위생과 감염 예방에 철저히 신경 쓰는 것이다. 방역 매뉴얼에 따른 손 씻기, 마스크 착용, 기침 예절, 외부활동 자제 등은 기본이다. 감염 의심 시 능동적으로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진단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 시 원칙을 제대로 준수하는 것도 필요하다. 일부 확진자들처럼 의심 증상이 있는데도 병원 검사를 거부한 채 외부활동을 하거나 자가격리 지침을 어기고 다중이 모인 행사에 참석하는 몰지각한 행태가 반복돼선 안 된다. 주말에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는 것도 당분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불특정 다수가 한곳에 모이면 감염 위험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황당한 가짜뉴스와 개인정보를 퍼뜨려 사회 혼란을 조장하는 행태도 삼가야 한다. '몇 번 확진자가 모병원 모아파트 등을 다녀갔다' '전파자는 누구다' 등 가짜뉴스와 허위 사실이 기승을 부리면 방역당국이 이를 확인하느라 가뜩이나 부족한 인력과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이런 사태가 빚어지지 않도록 수사당국의 집중적인 단속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사회 일각에서 감염병 우려를 이유로 특정 계층과 특정 지역을 비하하고 혐오하는 것은 비겁한 짓이다. 우한 교민 입국 때 충남 아산, 충북 진천, 경기 이천 주민들이 보여준 따뜻한 환대와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평택 주민들의 방역 노력처럼 시민들이 손을 맞잡고 공동체 의식을 발휘할 때 공포와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다. 우리는 일제시절 국채보상운동과 IMF 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을 통해 국가적 위기와 시련을 슬기롭게 극복한 저력이 있다. 방역체계가 사실상 무너진 상황에서 몸과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는 감염병을 이겨낼 최고의 무기는 시민들의 성숙한 태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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