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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베토벤 250주년… 그가 첫사랑 만난 자취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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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베토벤|최은규|아르테|256쪽|1만8800원 천하의 악성(樂聖) 베토벤(1770~1827)은 악필(惡筆)이었다.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음악 칼럼니스트 최은규씨는 베토벤의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 32번의 자필 악보를 보다가 “도대체 이건 무슨 곡이지?”라고 탄식했다. 선율조차 파악하기 어려울 만큼 괴발개발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베토벤은 작품을 완성한 뒤에도 끊임없이 수정해서 악보를 옮겨 적는 필경사(筆耕士)들을 괴롭혔다. 하지만 거듭된 퇴고는 불멸의 걸작이 탄생할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했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관련 음반과 책이 쏟아지고 있다. 그 가운데 이 책은 연주자이자 해설가라는 저자의 정체성을 깊숙이 투영하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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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고향 본에서는 그의 생일에 기념 축제가 열린다. 진지한 작곡가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유쾌하고 파격적인 공연과 조형물도 선보인다. /ⓒMatyas Rehak


부천 필하모닉 단원으로 활동했던 저자는 오랜 연주와 연습으로 척추와 경추가 심하게 휘어서 오른팔이 말을 듣지 않았던 고통스러운 경험을 고백한 뒤 베토벤의 청력 이상에 대해 공감을 드러낸다.

베토벤의 고향인 본과 활동 무대였던 빈, 귓병을 비관하며 유서를 썼던 하일리겐슈타트 등 삶의 흔적을 따라간다. 베토벤이 세례를 받은 성당을 찾고, 첫사랑과 춤을 췄다는 일화가 전해지는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었다. 이 때문에 평전이자 여행기라는 이중 성격을 지닌다.

하일리겐슈타트에서는 베토벤의 심정을 이해하기 위해 일부러 귀마개를 꺼내서 귀를 막고서 숲을 거닐기도 했다. “베토벤이 이런 답답한 상태에서 숲속의 소리를 듣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하며 이 길을 걸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이런 애정이 글에 녹아 있어 더욱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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